5주차 후기입니다

오영
2023-11-29 00:18
276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을 읽는 두 번째 시간이었다.

앞서 초기 불교의 인과율에 대한 저자의 입장에 공감했던 터라 이와 관련하여 저자가 소개할 일반시스템이론에 대해서도 관심이 갔다.

일반시스템이론은 실재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기계론적 모형의 한계로부터 출발, 그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의 결과로 나타났다.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질과 정신이 분리되어 있다는 이원론의 한계를 넘어서 앎의 발생(창발)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논쟁 중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 정답인가가 아니라 저자가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반으로 제안하는 해석의 틀을 통해 어떤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피드백 개념이었다. 정보이론과 인공두뇌학의 출현은 시스템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조직하는 과정들을 이해하는 유용한 개념들을 제공했는데 그것이 피드백 과정이다.

피드백 과정은 네거티브 피드백과 포지티브 피드백으로 나눠진다.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라는 용어에 대한 통념이 강력하게 작용해서 이 두 피드백의 과정과 역할에 대해 다소 오해와 혼란이 있었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위험 요소가 되는 것들을 통제하는 피드백이다. 달리 말하자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새로운 정보들을 ‘나’라고 하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조정(혹은 조작)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와 달리 포지티브 피드백은 새로운 상황과 기존의 인식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경우 새로움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위험 요소를 피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유기체의 항상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과정이기도 하므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한 방식으로 틀에 박힌 사고와 행동을 반복하게 할 수도 있다. 반면에 포지티브 피드백은 외부의 자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기존의 안정성을 뒤흔들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뒤흔듦으로써 예측 불가한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피드백 개념으로 우리의 일상과 공부, 글쓰기를 숙고해본다면 어떨까? 이론상으로는 우리와 세계 사이에는 호혜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피드백 과정을 통해 우리와 세계는 서로를 안정시키고 유지시킨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도 과연  이 두 피드백 과정이 잘 작동하며 변화와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요요샘은 명상이 포지티브 피드백의 경험이라고 말씀하셨다. 공감하는 바이다. 일단 끊임없이 일어나는 내,외부의 자극들에도 불구하고 반응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동화모드로 작동하는 몸과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에서의 이런 경험이 점차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항상성과 안정성이 실재의 기본 값이 아니라는 사실, 실은 변화하는 현상들 그 자체가 이 세상의 전부라는 사실을 통찰하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휠씬 더 많은 것이 변하지 않을까 싶다.

명상 뿐 아니라 공부와 글쓰기도 포지티브 피드백의 과정으로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을 더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뒤흔드는 포지티브 피드백의 과정으로 공부와 글쓰기에 대해 숙고해 보고 싶다. 다음 주에는 에세이의 아이디어를 초초고의 형태로 가져오기로 했다. 

댓글 3
  • 2023-12-01 14:26

    이번 시즌 공부가 어떻게 나에게 포지티브 피드백의 과정으로 경험되었을지… 과연 그랬는지…잘 숙고하여 에세이를 써보고싶은데. 쉽지 않겠죠? ㅎㅎ

    친구의 성실한 후기는 네거티브 피드백이 되어.
    지난 공부를 잘 정리하게 해주는군요! ^^
    감사합니다~~~~

  • 2023-12-01 22:45

    혼자서 읽을 땐 좀 곤혹스러웠는데 세미나 덕분에 어렴풋이 이해하고 오영샘 후기 덕분에 개념들이 정리되네요.
    도라지샘 말씀처럼 성실한 후기 감사해요:)

  • 2023-12-02 13:45

    포지티브 피드백 또한 얼마든지 익숙해짐에 따라 네거티브 피드백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의 극단에서 벗어나서 또다른 극단에 빠져버리기 참 쉬우니까요. 저는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며 삶을 관찰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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