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영성] '금강경' 5회차 후기

오이도
2021-04-28 22:26
391

이번주는 금강경 22분 무법가득분에서 마지막 32분 응화비진분까지를 공부했다. 금강경에서 계속되는 A , 卽非 A , A ” 의 지난한 뺑뺑이를 통해 諸相非相임을 각자의 뇌리에 각인 시켜간다. 이러한 ‘상을 만들지 말라’는 각인이 의식에 새겨지고 다듬어져, 조금씩 마음에 자리를 잡아 가려고 한다. 하지만 31분 지견불생분에서 ‘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도 하나의 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마지막 32분 응화비진분에서 ‘어떠한 상도 취하지 않고, 여여부동하게 보는 것’(不取於相 如如不動) 을 당부하며 금강경을 마무리 한다. 요요님의 표현처럼 '야박하다' 싶을 만큼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왜 이토록 처절하리 만치 조금의 빈틈도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그 조그만 빈틈을 비집고도 괴로움의 늪으로 향하려는, 인간의 깊고 깊은 업과도 같은 습이 있어서는 아닐까? 우리가 가까이 할 수도 없고, 가까이 아니할 수도 없는 그런 업과도 같은 ‘습(習)’ 말이다.

 

(다음 주는 ‘ 달라이라마 반야심경’ 1부를 읽고 질문을 메모로 정리해 오시면 됩니다.. .^^.)

댓글 4
  • 2021-04-29 12:22

    전 부처님 덕후된지 꽤 됐지만,

    이번 금강경을 통해서 더 부처님 말씀에 반한 것 같습니다. 

    여여하신 부처님, 여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실감나게 느껴지고요. 

     

    상을 짓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습이 되면.

    상을 짓는 일탈을 이기겠지요?! 그냥 그런 마음 매순간 잊지 않으려 노력해볼까해요. ^^

  • 2021-04-29 21:14

    금강경은 정말 단단하고 빛나는 말씀 같아요.

    오랜 습을 향해 강하게 꽂히는.

    금강경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동학들과 마음과 경험을 나누게 되어 감사하네요.

    저는 금강경만큼 동학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좋더라고요^^

     

  • 2021-04-30 08:36

    샘들 덕분에 저도 금강경을 읽었네요~^^

    결국 상을 만드는 오랜 습을 바꿔야한다는 묵직한 과제를 주시네요, 부처님은!

     

  • 2021-05-01 08:34

    이번 시즌 우리의 주제어는 단연 '공'입니다.

    금강경에서는 '공'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강경은  'A는 A가 아니다(즉비A)'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반복해서 말함으로써 공의 사유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모순율에 어긋나는 말임에 분명한데 왜 A는 A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사물이든, 개념이든 A가 A이게 하는 어떤 본질 같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A의 예로 등장하는 것 중에 제 생각에 가장 놀라운 것은 깨달음입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알고 있는데 그걸 확 깨버립니다.

    금강경의 붓다는 자신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최고의 깨달음)라 할만한 법을 깨달은 바가 없다(無有定法)'고 말합니다.

    깨달음만이 아니라 보시의 공덕도, 인욕바라밀도, 중생도, 중생구제도, 붓다의 특징인 32상도, 그리고 '나'도 '세계'도 불국토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A가 있다'는 생각으로 보시를 하고, 인욕을 하고, 중생을 도우려는 사람은 보살이 아닙니다.

    금강경은 우리의 괴로움의 근원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알려줍니다. 물론 '있다'의 상대항인 '없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법도 없고 법이 아닌 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피안으로 건네주는 가르침도 버려야 하는데, 가르침이 아닌 것을 붙들고 애면글면하고 있겠냐고 묻는 것이겠지요.

    금강경에서 읽은 구구절절한 말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에서 괴로움이 일어날 때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나를 사로잡고 있는 산냐가 무엇인지 알아차린다면

    우리도 그 어마어마하다는 금강경의 공덕의 맛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수지독송이란 일상의 삶 속에서 계속 수보리와 붓다의 문답을 이어가는 것, 그런 반복의 훈련, 생활화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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