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차 후기 : 그레이엄을 이해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해

토용
2021-06-06 16:57
223

우리 세미나에서는 제자백가들 중 한 철학자의 원전을 읽으면서 그와 관련된 2차 텍스트를 읽는다. 이번 시즌은 순자. 이번에 읽은 2차 텍스트는 그레이엄의 『도의 논쟁자들』 중 순자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하..... 어떻게 된게 2000년 전 순자의 글보다 몇십 년 전 그레이엄의 글이 더 어려운건지..... 『중국 고대사상의 세계』를 쓴 슈워츠에 좀 적응이 됐나 했는데 그레이엄은 아직 넘사벽이다. 중국 학자나 일본 학자가 쓴 책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유독 서양학자가 쓴 책은 어렵다. 나의 뇌구조의 문제인건지..... 다음 시즌 한비자 할 때 그레이엄은 빼자고 했다가 여울아에게 까였다. ㅋㅋㅋㅋㅋㅋ

 

그레이엄은 맹자와 비교를 하기 보다는 묵가와 비교하면서 순자를 논한다. 순자가 묵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지 묵가를 모르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정명>편은 묵가의 생각을 전반적으로 요약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그레이엄은 서문에서 후기 묵가의 합리주의와 장자의 반합리주의의 스펙트럼 속에서 사상가들이 ‘어떻게’ 사유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겠다고 쓰고 있다. 묵가와 법가가 합리주의의 틀을 가지고 있다면 유가는 스펙트럼 중간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고, 특히 순자는 공맹에 비해 좀더 합리주의 쪽에 붙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레이엄의 언어 중 情의 정의가 인상적이었다. 보통 정은 외부의 사물과 반응하여 생긴 인간의 감정으로 본다. 희로애락애오욕 같은 것이다. 그레이엄은 이 정을 ‘진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순자가 의례와 도덕에 은폐되어 있던 것을 인간에게 있어서 진정한 것, 감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얘기하면서 이 정을 포함시킨다. 그레이엄이 어째서 의례와 도덕에 은폐되어 있었다는 표현을 썼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다른 유가들은 이 감정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했지만 순자는 자연적인 본성으로 긍정했기에 이런 식으로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순자는 본성을 악하다고 했고, 거기에는 당연히 정도 포함된다. 순자는 그 본성을 변화시켜 선한 행위를 하도록 바꾸는 인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은 의례와 도덕에 은폐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의례와 도덕이 필요한 것이 된다.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니 그레이엄이 어려웠었나보다.

 

후기를 쓰려고 책을 다시 뒤적이다보니 그레이엄이 아주 이해하기 힘든 말로만 쓴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의 언어로 이해하려 노력하니 또 색다른 번역의 맛이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노오력이 필요하구나!

댓글 1
  • 2021-06-07 12:33

    ㅋㅋ 노오력 하신 후기 잘 봤어요. 

    그레이엄이 순자는 공리주의적인 경향이 있다고 해석하는 부분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죠. 그 이유를 공맹과 달리,

    <순자> 부국/왕패/의병 등 편에서 부국강병에도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이유인데요. 

    더 생각해볼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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