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 방학을 뒤로 하고 드디어 2024년 크리에이티브 주역 세미나가 시작됐습니다.

하경의 남은 14괘와 문언전, 설괘전을 읽을 계획인 우리 세미나는 그래서 그런지 

'주역64괘의 끝을 봐야겠다'는 '어제의 용사들(^^)' 11명이 모였어요.

플로어님은 미리 저에게 첫 시간 함께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다음주에 반갑게 만나요.

특히 바쁜데도 함께 할 마음을 먹은  3명의 청년들(동은, 고은, 지원)이 반가웠구요.

저는 첫시간 발제를 했는데, 텍스트의 포도밭에 주역 글을 연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하려니 발제가 힘들었습니다. 

공부도 천천히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아직 안 걸렸나봅니다.

다른 분들도 예습이 쉽지 않았을 듯 합니다.(저만 그럴지도....ㅎㅎ)

이번 시간은 두개의 괘가 다 소성괘를 겹친 중괘(重卦)였어요. 소성괘 두개가 겹치면 그 소성괘의 성질이 훨씬 강합니다. 중뢰진은 그래서 진괘의 '움직임'의 성질이 훨씬 강하게 드러나고, 중산간괘도 '그침'의 성질이 강한 거지요. 중뢰진괘는 자누리샘이 발제했는데, 늘 자누리샘의 발제는 새롭습니다. 우리가 정이천 주석을 중심으로 해석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저는 그러지 못해서 부러워만 합니다.ㅎㅎ 우리가 주역을 읽는 것도 나 혹은 우리의 삶에 어떤 윤활유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것이라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주역의 괘사와 효사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중뢰진괘에 대해 자누리샘은 '떨쳐 놀란다'는 뜻과 함께 강한 '각성, 깨어남'의 의미로 풀었어요. 진괘의 말에는 특히 혁혁(虩虩), 액액(啞啞), 소소(蘇蘇), 색색(索索), 확확(矍矍) 같은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나오는게 신선했다고 할까. 왜 이런 표현이 있을까...하고 생각하면 대체로 어떤 에너지의 장 안에서 놀라거나 불안하거나 기운이 없거나 크게 웃거나 하는 모습을 우리가 상상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원시사회의 인간들이 번개와 천둥이 치면 하늘이 벌하는 거라고 벌벌 떨고 그때문에 제사를 올리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곤 했지만, 중뢰진괘만 보더라도 우레의 의미를 살피고 이에 대응하려는 면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중산간괘는 '그침'으로 상징되는 산의 물상이 두번 겹친 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첩첩산중'의 막막하고 불가항력적인 그침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멈춰 그자리에 머무는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등에서 멈춘다'는 것은 감각기관에 의지하지 않고 외부사물에 휘둘리지 않는 일종의 자유로운 멈춤입니다.  주어진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보고 대처해야 하는지는 각자의 권리 내지는 책무이겠지요. 중산간괘를 읽으면 왠지 한 걸음 물러나 멈춰서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다시 한번 살펴볼 마음이 들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상 저렴하고 짧기 그지없는 후기였습니다.

앞으로 후기는 세미나 당일내로 써야 한다는 평범하고도 명백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친구들의 발빠른 후기와 댓글을 기대해 봅니다.

P.S.: 앞으로의 발제자를 미리 정했습니다. 각자 일정 확인하시고 될 수 있으면 일정에 맞춰 발제해 주시면 좋겠네요. 어려우면 미리미리 조정하시도록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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