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수곤괘의 困은 '곤란하다' '곤궁하다'의 뜻을 가진다. 상괘는 연못이고 하괘는 물이라서 연못에서 물이 빠져나가 말라버린 상이다. 택수곤괘는 4대 난괘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곤궁한데 오히려 형통하다고 한다. 곤궁함이 다하면 좋은때가 오는 그런 의미의 형통함은 아니다. 곤궁한 때에 그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것으로, 피하거나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 것에 대한 경계이다.

기꺼이 곤궁함을 껴안고 스스로 구원자가 되는 사람에게만 형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주역정의에서는 自通(스스로 형통함), 이천은 自吉(스스로 길함)이라 하였다. 예가 있다. 재난에서 공동체적 우정이 넘쳐나는 경우, 기후위기에 인간들이 스스로 구원자가 되는 것.

상전에서는 연못에는 물이 있어야 하는데 물이 없음을 치명수지로 보았다. 주자는 이를  곤의 때에는 곤궁함이 命처럼 닥친 것이니 적당히 빠져나가지 말고 모두 맞이하라는 것이고, 이천은 뜻을 굽히지 말고 옳은 뜻을 성취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강물이 마른 것과 연못에 물이 없는 것의 차이. 강물이 마른 것은 가뭄이 들어 먹을 것 조차  없는 것이고, 연못에 물이 없는 것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 그래서 '곤란하다' '곤궁하다' 인가.  정도의 차이 같기도 하고, 완전히 상황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좀 힘들고 어려움에 처하면 피하고 싶고 변명을 하게 된다.  

화요일 오후 주역 세미나전 오전 강독에서 요즘 Holes를 읽는데, 주인공인 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진 운동화를 집에 가져가 도둑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막에서 구덩이를 파게 되는 내용이다. 주인공 아이는 자신의 불운을 운명(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으로 여긴다. 자신의 가족은 어차피 저주를 받아서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체념한 것이다.  이 체념의 주인공 꼬마가 친구를 찾기 위해 물도 없이 사막으로 길을 나선다. 스스로의 의지로. 自吉.  어쩔 수 없음에서 기꺼이로의 방향 전환이 되기 위해선 어떤 스토리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수풍정괘의 井은 우물이다.

1. 마을 우물의 물은 그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길손이나 동물들이 다 같이 사용하는 공공재이다.   
2. 우물의 물은 퍼 내어도 줄지 않고 넘치지도 않는다. 단전에서는 이를 항상함의 덕으로 보았다.  
3. 우물에 물이 있어도 두레박이 없거나 깨져 있으면 물을 마실 수가 없다.
4. 우물의 물이 맑고 깨끗해도 사람들이 와서 마시지(퍼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우물의 존재 이유는 쓰임에 있다. 사람들이 와서 마시지 않는다면 우물은 말라 버릴 것이다. 구삼효 에서는 이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유했다. 재능을 누군가 알아차리고 잘 쓰여진다면 서로에게 복이 되는 것이다. 두레박도 재능을 담는 그릇, 즉 어떤 공동체나 일터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된다. 재능이 쓰임이 되려면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써주고 알아 봐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