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고전학교] <춘추에서 전국까지> 두번째 시간 - 후기

가마솥
2024-03-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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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의 필법

 

    '중국 철학사' 두 번째 시간이다. 사상은 그 시대 삶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중국 역사에 대해서 개략적인 흐름을 잡아 가고 있다.  첫 시간에는 『아틀라스 중국사』를 가지고 한 페이지로 요약되어 있는 중국의 상고시대를 훑어 보았다. 문명의 발생을 중심으로 그들의 고대 문화의 생성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황하를 중심으로 양자강, 회수, 위수, 동정호 등 중국 고전에서 자주 나오는 강들과 낙양, 함곡관 등 주요 도시 이름을 쓱쓱 적어주는 자작쌤의 칠판에 눈이 갔다. 책을 읽다가 보면 왜? 거기에서 난리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간에는 주(周)나라, 서주(西周)의 유왕 때 왕위를 둘러싼 다툼 끝에 멸망하고 수도를 낙읍으로 옮긴 동주(東周) 시대의 (BC770~BC255) 초반, 드디어 춘추시대(BC722~BC453)에 들어 갔다. 첫 시간에 강이름 외우기이었다면, 이번 시간에는 나라이름 외우기이었다. 특히 ‘진’나라.  진시황의 진(秦)나라, 진문공의 진(晉)나라, 공자가 고생한 진채지간(陳蔡之間)의 진(陳)나라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진달래쌤의 말로는 위진 남북조 시대(魏晉南北朝時代, 220년 ~ 589년)에 진(晉)나라가 한 번 더 나온단다. 특히, 춘추시대의 송(宋)나라의 이름은 뒤에 나오는 남북조 시대 송나라, 또 960년 조광윤이 세운 송(宋, 960년 ~ 1279년)나라와 한자도 똑같다는 것이다. 땅도 넓고 역사도 길기 때문일까? 하기야, 왕의 이름도 같은 이름이 비일비재하다. 왕의 시호는 죽고 나서 짓는 시호이니 똑같은 이름이 많을 수 밖에. 무왕(武王)은 무력으로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 문왕(文王)은 정치로 나라를 강하게 만든 사람, 목왕(穆王)도 전쟁 도사, 애왕(哀王)은 유약하기 그지없는 왕, 예왕, 효왕 등등. 대략 왕의 이름으로 그의 치적을 가늠할 수 있으니, 다행인 측면이 있다.

 

     이중텐이 지은 『춘추에서 전국까지』에서 ‘춘추’ 부분을 읽었다.

 

     왜 춘추이고, 전국인가?라는 질문으로 세미나를 시작하였다. 공자는 노(魯)나라의 역사를 『춘추』라는 이름으로 지었는데, 그 역사서의 기간(BC722~BC481)이 중국사에서 ‘춘추시대’라고 구분짓는 동주에서 시작하여 진(晉)이 망하고 진,한,위로 갈라진 시기(BC770~BC453)와 비슷하기 때문에 ‘춘추시대’라고 명명하였다. 그럼, 전국시대도? 그렇다. 전국시대는 진.한,위가 세워진 BC453에서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BC221년까지 이다. 『전국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위 도공(衛悼公) 시대(BC476)부터 진 시황제(BC222) 시대까지 육국이 진나라(秦)에게 멸망할 때까지의 250여년에 걸친 시대의 유세가들 말이 기록되어 있는 역사서인데, 그 시기가 ‘전국시대’와 겹친다.

 

     역사서인데, 이름이 왜? 춘추(春秋)인가?

“인간의 역사는 근본적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과적(因果的)인 선후 관계가 결정된다. 따라서 반드시 그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분명하게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는 그 시간의 흐름을 년(年)·월(月)·일(日)·시(時)의 체계로 기록하고 있지만 『춘추』는 이를 년·사시[春夏秋冬]·월·일이라는 독특한 시간 기록 체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독특한 시간 기록 체계에서 사시 가운데 ‘춘’, ‘추’를 뽑아서 ‘시간의 흐름’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삼고, 다시 이것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인간의 사건을 기록한 ‘역사서의 명칭’으로 삼은 것이 바로 노나라의 역사로서 『춘추』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춘추』는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역사를 기술하는 이른바 편년체(編年體) 역사서의 동양적 효시(嚆矢)이다.” - 위키백과

중국 고서의 이름에 ‘춘추’가 붙은 여씨춘추, 오월춘추 등은 역사서로 분류되거나 저자가 역사서로 주장하고 싶은 의도가 담긴 책이다.

 

  이번 세미나의 문제적 문장. p.24. 장공이 무려 22년을 기다려(처단의 명분을 쌓으며) 숙단과 무강을 처결한 것을 두고, 『춘추』에 적힌  “정백이 언땅에서 단을 이겼다(鄭伯克段於鄢)”는 문장에서 이야기가 길었다. 『좌전』에서 숙단은 동생답지 못하고 장공은 형답지 못함을 비판함과 동시에 숙단의 죄가 장공에 의해 조장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하고, 이중텐은 “이것이 공자의 ‘춘추필법’이다”라고 말한다.

 

    춘추필법이 뭐지? ‘좌전’은 또 뭐야~~~? 

『춘추』의 글은 지극히 간결해서, 『춘추』의 경문(經文)이 과연 어떠한 뜻을 지니고 있는가를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쉽게 해석하고 또 경문에는 없으나, 후세에 알릴 일을 첨가해서 집필한 책이 나오게 되었다. 그것을 『춘추』의 전(傳)이라 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 세가지 해설서가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줄여서 제나라 공양고의 『공양전』, 노나라의 곡량적의 『곡량전』, 노나라의 좌구명의 『좌씨전』이라고 말한다. 특히, 『좌씨전』은 『좌전』이라고도 줄여서 말하는데, 『춘추』 삼전 가운데 『좌씨전』은 주석서로 가장 넓게 읽힌다. 『좌씨전』은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춘추』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고 예의에 입각하여 시비를 논함으로써 공자의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해석하였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공자의 시대정신? 공자가 『춘추』를 지은 목적일텐데, 뭐지? 맹자가 이를 밝혀 놓았다. 맹자(孟子)는 『맹자』 「등문공 하」편에서,

“세상에 올바른 정치가 쇠퇴하고 어진 도가 희미해져, 옳지 못한 설(說)과 모진 행동이 제창되고 행해지니, 신하로서 그의 군주를 죽이는 자가 있고, 자식으로서 그의 부친을 죽이는 자가 있자, 공자께서는 그 사태를 두려워하여 춘추를 지으시었다. 춘추에서 권선징악한 일은, 원래 천자(天子)가 행할 일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선(善)을 권장하고 악을 응징(膺懲)한 사람이라고 알아주는 자는, 내가 지은 춘추를 가지고 그렇게 알아줄 것일 게다. 그리고 하찮은 사람이면서 분수를 넘어 천자가 하는 일을 함부로 했다고 책망하는 자도 내가 지은 춘추를 가지고 그럴 것이다.’ ”

위의 맹자의 글에서 공자는 도가 행해지지 않음을 개탄하고 역사에 기록된 구체적 사례를 통해 후세 사람들이 시비선악(是非善惡)의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춘추』를 짓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명분을 바로잡고 인륜을 밝혀 난세를 구하고자 공자는 난신적자(亂臣賊子)에게 필주(筆誅)를 가하려고 춘추를 지었다는 것이다. 맹자가 “공자께서 『춘추』를 완성하시자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하였다.”고 평할 정도로...... 사관(史官)의 의도를 글자 한자에 담아 놓는 필법, 이것이 ‘춘추필법’이다. 명분에 따라 용어를 구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폄(褒貶)이라고도 말한다. 요컨대, 『춘추』는 사실(史實)을 통해서 사실(事實) 그대로 적지 않고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담은 역사 왜곡서를 썼다는 생각이다. 이에 비해 사마천의 『사기』는 사실(史實)을 기록하고 그 장(章)의 말미에 태사공 왈(太史公 曰),이라는 문장으로 자신의 평가를 담는다.

 

     ‘춘추필법’의 방법은 여러 가지 사례가 있다. 사람이 죽은 것을 명분에 따라 '시弑'와 '살殺'로 나누어 표현하거나, 다른 나라를 쳐들어갔을 때도 ‘침(侵)’, ‘벌(伐)’, ‘입(入)’, ‘취(取)’ 등의 표현을 구분해 사용했다. 표현의 예를 들면 이렇다.

공자는 부도덕하거나 예에 벗어난 사건에 관련해서는 벼슬이 높은 사람도 깎아서 표현했다. 문서에 본명이 그대로 쓰여 지는 것은 당시에는 모욕적이었다. 예를 들면 춘추의 은공 4년에는 "戊申衛州吁弑其君完(무신일에 위나라 주우가 그 임금 완(위환공)을 죽였다)"라고 하여 임금을 죽인 사람의 이름을 밝혔지만, 다른 곳에서는 "九月衛人殺州吁于濮(9월에 위나라 사람이 주우를 복에서 죽였다)"라고 하여 임금 주우를 죽인 석작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주우는 정식으로 즉위한 환공을 죽인 반면, 석작은 임금을 죽이고 임금이 된 찬탈자 주우를 죽였기 때문이다. 석작을 의롭다고 본 것이다.

교재에서 언급된 문장, "정백이 단을 언에서 무찔렀다(鄭伯克段于鄢)"라는 표현을 보자. 이는 정 장공이 아우 공숙단이 반란을 꾀하자 이를  진압한 것을 나타낸다. "정백" 이라고 작위(백작)로써 왕을 칭한 것을 아우를 훈계하지 않고 악한 마음이 자라도록 방치하여 죄를 범하면 주살하려던 것이 그의 본심이었음을 풍자한 것이다. 동생이라고 하지 않고 이름을 밝힌 것은 공숙단이 순종하지 않고 동생 노릇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찔렀다"고 말한 것은 형제간의 싸움이 두 나라 간의 싸움처럼 격했기에 (개싸움으로)풍자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전국시대로 들어 간다.  흥미진진......

댓글 5
  • 2024-03-19 16:04

    춘추필법ㅠ 정말 어렵네요. 다시 찾아봐야겠네요~ 덕분에 다시 분명히 열공열공해요~~

  • 2024-03-19 16:49

    탕누어의 <역사, 눈 앞의 현실>을 읽어보는 게 춘추시대를 이해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근데 이 책 언제 저희 세미나 한 번 하지 않았나요?

    • 2024-03-20 01:03

      아니요 안 했어요 ㅎㅎ

  • 2024-03-19 19:53

    아주 옛날에는 사계절중에 춘과 추만 있었대요! 그래서 춘추는 시간의 흐름 자체를 얘기하나봐요.
    선명한 여름과 겨울이 아니라 봄과 가을로 계절을 이해했다는게 신기하지 않나요? ㅋㅋ

  • 2024-03-20 01:02

    막강 튜터님들과 예리하게 질문해주시는 샘들 덕분에 공부가 막막 잘- 되더군요 수재 가마솥샘의 대단한 후기까지... 완벽합니다! 이제 저만 책 잘 읽고 질문 잘 올리고... 그러면 되는 거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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