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고전학교] 네번째 시간! 케임브릿지 중국철학 입문 첫번째 후기!

동은
2024-04-01 15:23
115

 

케임브릿지 중국철학!

 

더이상 펑유란이 쓴 중국사는 읽기 싫으셨다는 자작쌤이 고른 책! 그 첫 시간이었습니다. ㅋㅋㅋ

 

우선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시아 사람이 쓴 동양철학책과 서양사람이 쓴 동양철학책의 간극이 있는 걸까요? 바다쌤은 이 책이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고 하셨습니다. 저자는 책 초반에 중국 철학의 특징을 네 가지로 꼽았습니다. 자기수양, 관계와 맥락, 조화, 그리고 변화로 말이에요. 이 네 가지는 중국 철학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주로 문제를 다룰 때의 태도와 고려하는 대상들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특징이기도 하지만 저는 동시에 그냥 동양철학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찌보면 우리에게 당연한 부분인데 이걸 몇 가지 특징으로 정리하자니 설명이 좀 어려워지는 느낌... 우리에겐 어쩌면 익숙하고 당연한 생각의 습성인데 이걸 뭐랄까 서양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굉장히 특징적일 수 밖에 없겠다 싶었죠. 바다쌤이 어려우셨다는 건 이런 이유가 아니셨을까 합니다.

 

그래서일까, 중국철학을 두고  ‘철학적으로 사고하기’를 고민하는 파트가 있었습니다. 동양철학도 철학인데 왜 칸트는 동양에 철학이란 없다고 말한 것인가! 책에서는 동양 사상의 특징은 이론적 토대, 혹은 철학적 진리를 천명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제자백가가 성행한 춘추전국시대의 환경을 많이 반영하게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꾸 세상이 복잡시러운데 ‘세상이 뭘까’에 대한 의심보다는 ‘세상을 어떻게 살까’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던게 아니려나요. 진리를 추구하는 수단보다는 삶의 활동, 행동양식의 예시가 주를 이루는 거죠. 

 

이를 두고 ‘형이상학적 주제에 관심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게 근본적 실재를 알 수 없다는 인식론적 이유가 있을수도 있다고도 얘기합니다. 이와 관련돼서 가마솥쌤이 정말 동양에는 형이상학적 고찰이 없느냐?!고 질문을 하셨었는데요, 형이상학이 한자로 번역이 되어있긴 하지만 서양의 맥락이 갖고 있는 Metaphysics의 관점으로 보았을 땐 어쨌거나 중국은 그런 측면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그들의 철학에 대해 독자들(그 시절에는 군자나 사계급들이?)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가 그 시절의 제자백가 분위기였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실천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요? ㅎㅎ 

 

책에서 또 눈에 띄었던 것은 주역(책에서는 역경)을 깊게 다룬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자백가 사람들의 교과서였던 만큼 그 영향이 컸던 것일까요? 주역을 공부하고 있는 저로서는 저자가 꼽은 주역의 여섯가지 특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상관적 사고와 공명’! 주역을 통해서 고대 사람들은 사건 하나가 다른 사건과 같다고 여기거나 영향을 주어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가마솥쌤의 설명에 의하면 유비적 사고 같은 것!) 그래서 이 두 사건은 서로 긴밀한 인과관계를 가지게 되어 자연계와 사회정치적 영역이 협력과 공모, 대응의 관계를 가지게 된다는 거죠. 이것이 기우제같은 미신이나 원시과학의 문제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저는 이 사상이 굉장히 트랜디해보였어요. 원래는 주역도 배우고 싶으셨다는 바다쌤은 책에서 주역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좋았다고 하셨구요~ 뒤에 주역을 다루는 파트가 있으니까 그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죠?

 

또 한가지 기억에 남은 것은 동양에서 바라보는 ‘개인’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시간에 제가 ‘동양에서는 개인에 대한 사고가 오늘날과 같지 않았다.’라는 얘기를 했어서 책에서 동양의 ‘개인’을 다루는 파트가 나왔을 때 헉 했습니다. 제가 한 얘기랑 다르면 어쩌나 해서요ㅎㅎ;; 물론 동양에서도 개인은 있습니다. 이는 서양이 말하는 개인과는 다르게 굉장히 유동적인 개인입니다. 본질적인 ‘나’(진짜 나?)보다는 관계 속의 ‘나’가 있는 거죠. 딸인 나, 스승인 나, 제자인 나, 신하인 나, 상사인 나, 부모인 나... 관계적 사고를 했다는 것은 이런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책에서 ‘제자백가는 자신의 입장을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고 하면서도 ‘개인의 독특성과 성취가 없었다’고 하는 부분이 햇갈렸는데 언제든 정체성이 바뀔 수 있다고 하니 이해가 됐습니다. 곰곰쌤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성취와 집단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설명이 헷갈렸다고 하셨어요. 이 때 이익과 성취는 동양철학에서 집단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의지하며 사회를 이루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루기 때문에 동양철학의 특징 중 하나인 ‘변화’에서 ‘나’는 어떤 윤리를 세워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바라보는 것에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동양철학에서는 이와 관련돼서 ‘자기 수양’이 중요해집니다. 책에서는 ”자아의 변화가 시대의 불안정을 해결할 답“이라고 했습니다. 서양에서는 동양철학을 두고 ‘어떻게 신 없이 윤리적으로 살아가고자 했는가’ 하며 놀라워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 반성과 실천의 사고가 밑바탕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느냐? 자기 수양이 되었기 때문이죠. 고은은 이 자기 수양이 자기 존재에 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합니다. 

 

적고나니 뒤에서부터 앞으로 이야기를 했네요...ㅋㅋ 이 밖에도 바다쌤은 묵가가 궁금했다고 질문하셨는데 자작쌤의 취향을 반영해 묵가는 안읽는다고 합니다. 이와중에 묵가가 궁금하셨던 가마솥쌤은 묵가 파트를 이미 읽으셨다고 ㅋㅋㅋㅋ ‘표준화’를 주장했던 묵가는 사회주의인가?! 이 문제는 언젠가... 자작쌤이 마음을 내주신다면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쬬?

 

앞 두분의 후기가 너무너무 훌륭하셔서 부담이었는데 부담 다 훌훌 날리고 그냥 저대로 썼습니다 ㅎㅎ 에라이~~

이제 다음 시간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자백가로의 출발입니다. 공자파트를 읽고 만납니다. 세미나 시간에 만나요~

댓글 4
  • 2024-04-01 15:28

    에라이~후기 좋네요~~♡ 묵자는 방학 때 만나겠죠 아마도ㅎㅎ

  • 2024-04-01 17:33

    이번에 저희 읽는 부분에도 등장하는 뚜웨이밍의 묵가 비판 부분을 발췌해 올립니다~

    "맹자는 묵가의 이론이 사실상 보편적 무차별성으로 인도된다고 결론지었다. (...) 유학자들은 인간이 근본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지엽적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부모와 아내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웃에 대한 사랑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접근 방식은 분명 분파주의적 경향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 그러나 유학자들은 (...) 분파주의가 보편주의와 상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학의 분파주의적 경향은 실천가능성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유학의 이상으로서 인은 분파주의적이기 보다는 보편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인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실제 과정에서는 차별을 추구하는 사상이 예 안에 들어 있다."

    보편성의 층위에서 보면 겸애와 비견할 수 있는 것은 인일 테고, 유가는 거기에 예(차별)를 더함으로써 구체성을 더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 2024-04-01 18:21

      혹시 책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 2024-04-02 09:08

    와우....
    세미나를 다시 한 기분입니다. 그것도 정리된 기분으로...
    고전을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서양쳘학은 읽어야 하는 끝 페이지를 자꾸 세어 보는데...
    이것도 차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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