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39회차 후기 : 순무를 캐고 뜯는 것은 그 뿌리 때문이 아니다.

진달래
2024-03-26 16:03
49

드디어 희공 33년의 마지막에 이르렀다.

희공편은 재위기간이 길기도 했지만 진(晉)나라의 여러 사건들로 분량이 꽤 많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태자 신생의 이야기부터 진문공의 망명기와 패자가 된 이후의 일들이 많았다. 

어느 책에 <논어>에 진(晉)나라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어서 우리가  진나라에 좀 소홀한 면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제나라나 위나라에 비해 진나라는 아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춘추좌전>을 읽다보니 진나라에 대한 분량이 상당히 많다.  <국어>도 '진어(晉語)'가 많다. 

진문공 이후에 '춘추오패'에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거의 패주 역할을 진나라에서 했다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춘추좌전> 강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진나라에 대해서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좋다. 

물론 몹시 복잡한 가계도와 많은 인물들과 사건으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이번 이야기에도 진(晉)나라 대부인 극결의 이야기가 나온다. 

극결의 아버지, 극예는 진(晉 )혜공의 사람으로 이전에 진문공을 죽이려 했으나 진(秦)목공의 계략에 걸려 죽임을 당했다. 

진나라 대부인 구계가 기(冀) 땅을 지날 때, 밭을 매고 있는 극결과 새참을 내오는 그 부인이 서로 손님처럼 공경히 대하는 것을 보고 그가 덕이 있는 사람이라며 진문공에게 천거를 했다.   

그러자 진문공이 "그의 아버지가 죄가 있는데 괜찮을까?"라며 물었다. 

구계는 순임금이 우를 등용한 일과 제환공이 관중을 등용한 일을 예로 들면서 군주는 그의 좋은 점만을 취해서 등용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이 때 구계는 <시경> 패풍 중 '곡풍(谷風)'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순무를 캐고 무를 캐는 것은 뿌리 때문이 아니니(采篈采菲 無以下體)" 

여기서 봉(篈)과 비(菲)가 모두 순무, 무라는 뜻인데 <시경>의 주를 보면 "순무를 캐를 자는 그 뿌리가 나쁘다고 하여 줄기의 아름다움을 버리면 안 된다"고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달린 양백주의 주석이다. 

"봉(篈)은 <당본초>에 의하면 만정(蔓菁)을 말하는데 운대(䉙薹)의 변종이고 대두채(大頭菜)로 이들의 변종이다."

만정이나 운대 등이 모두 무/순무를 뜻하고 대두채라는 표현으로 보아 순무를 말하는 듯하다. 

비(菲)는 지금의 나복(蘿蔔)이라고 하는데 나복도 무의 한 종류로 우응순샘은 <시경강의2>에서 알타리무로 보셨다. 

유우석(劉禹錫/772~842, 당나라 시인)이라는 이가 <가설록>이라는 책에 제갈량이 이 무에 대해 한 말을 기록해 놓았는데 ...

 

제갈량이 군대가 주둔하면 병사들에게 유독 무를 심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무의 6가지 장점을 나열한다.

첫째, 뿌리를 날로 먹을 수 있고

둘째, 무청을 삶아서 먹을 수있고

셋째, 오래 있으면 잘 자라고

넷째, 버려도 아깝지 않고

다섯째, 돌아와서 쉽게 찾아 낼 수 있고

여섯째,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무는 이렇게 여러 채소 중에 이로움이 많은 것으로, 촉지방 사람들은 '제갈채'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무에 대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노희공이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가운데 

진(晉 )나라와 초(楚)나라가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정(鄭)나라를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였다. 

진문공 이후 패주의 자리를 차지하며 강국으로 부상한 진나라

광대한 영토를 바탕으로 남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초나라의 대결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그 사이 소국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 짜~안하다. 

 

여하튼 1년 여에 걸친 희공편 강독을 마치고 '좌전강독'은 2주 동안 방학이다. 

댓글 1
  • 2024-03-26 17:29

    드디어 희공이 죽었다~~~~~
    야호!!!! 방학이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7
문공 1회차 후기 : 역법은 어려워! (1)
토용 | 2024.04.20 | 조회 27
토용 2024.04.20 27
96
희공 39회차 후기 : 순무를 캐고 뜯는 것은 그 뿌리 때문이 아니다. (1)
진달래 | 2024.03.26 | 조회 49
진달래 2024.03.26 49
95
희공38회차 후기: 효산전쟁
봄날 | 2024.03.25 | 조회 41
봄날 2024.03.25 41
94
희공 37회차 후기 : 말 안 듣는 진(秦)목공 (1)
토용 | 2024.03.19 | 조회 50
토용 2024.03.19 50
93
희공36회차 후기 : 그 귀신이 아니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1)
진달래 | 2024.03.11 | 조회 53
진달래 2024.03.11 53
92
희공35회차 후기: 질긴 위성공의 목숨
봄날 | 2024.03.04 | 조회 57
봄날 2024.03.04 57
91
희공 34회차 후기 : 대부가 제후를 고소하다 (1)
토용 | 2024.02.27 | 조회 52
토용 2024.02.27 52
90
회공 33회차 후기 : 자옥이 패한 이유 (1)
진달래 | 2024.02.20 | 조회 67
진달래 2024.02.20 67
89
희공32회차 후기: 성복전쟁은 겨우 이틀? (1)
봄날 | 2024.02.12 | 조회 66
봄날 2024.02.12 66
88
희공 31회차 후기 : 성복전쟁의 서막
토용 | 2024.02.04 | 조회 61
토용 2024.02.04 6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