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6주차 후기

인디언
2024-04-04 00:13
138

<앎의 나무> 5~7장

 

다들 앞장 보다는 좀 쉽게 읽으신 것 같죠?

 

5장에서는 생물과 환경의 섭동작용의 ‘유발’과 섭동작용을 받은 체계의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마뚜라나는 인간중심주의적 목적론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구조적 결정론이 아닌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체계의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작동 할 때 ‘의지’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구조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여 목적론과 구조적 결정론을 둘 다 피해가려고 한 것 같습니다. 구조가 결정하지만 바로 현재 그 구조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즉 수많은 섭동작용에 따른 변이의 역사가 있지만 현재 상황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모로님은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고 하네요. 환경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물의 구조로 결과가 ‘유발’된다는 부분. 그리고 ‘감자’이야기를 하면서 결정론(부모의 태도가 문제!)이 아니라 구조, 신경계의 문제라는 사실에 위로받았던 경험도 나눠주셨어요.

 

자연선택과 표류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도 당시에 급진적인 사고였다고 하죠. 신의 선택이 아니라 자연선택! 그후 환경이 결정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사고가 되었는데 마뚜라나는 이에 대해 생명의 구조가 수용할 수 없는 적응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보와 표류에 대해 마뚜라나는 진보의 표상을 깹니다. 진보는 근대 계몽주의의 산물이죠. 역사는 진보하고 사회는 진화하고... 다윈도 진보주의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최적화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변이의 역사를 추적한 것이라고.

표류는 목적이 없죠.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어디로든 갈 수 있고요.

미리내님은 정신적 진보도 없다고 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나타내셨고 해피브래드님은 휴머노이드도 자연표류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진 패러다임의 강고함을 함께 느껴보기도 했지요. 유기체들은 매번 무얼할지 결정하고 서로 다른 적응의 방향을 찾아가는데 다양한 방향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면 휴머노이드도 자연표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견이 있었습니다.

 

6장 표상주의와 유아론의 함정을 어떻게 벗어날까.

‘말한 것은 모두 어느 누가 말한 것이다.’ 즉 관찰자로서 보게 된 것을 기술하는데, 그 보게 되는 원리에 표상주의와 유아론이 있습니다. 표상주의는 외부에 표상의 대상이 있고 투입-뇌-산출 이라는 열린 체계로 보는 것이고, 유아론은 주관적 관념론 비슷하게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로 각자 다 다르다고 보는 것입니다. 표상주의가 틀렸다고 하면 사람들은 유아론으로 가는데, 마뚜라나처럼 섭동작용으로 변화가 유발되고 작업적 폐쇄성으로 개체의 구조가 결정하는 것(닫힌 체계)이지 외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두 가지 함정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포도나무님, 메리포핀스님, 미리내님, 오영님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질문하고, 마뚜라나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논리적 장부기재에 대해 질문하시기도 했습니다.

논리적 장부기재는 대차대조표를 기록하듯이 두 관점을 구별하고 더 큰 영역 안에서 이것들을 관련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찰자로서 하는 것이겠죠.

유식에서 예로 드는 ‘비문증’이 나왔는데, 모든 것이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이것은 보여지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인식)의 문제이지 있는 현상을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개체가 각자 만들어내는 세계지만 함께 만드는 현실 공동의 세계가 있다는 점은 앞으로 책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식에서도 아뢰야식이 유근신과 기세간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기세간(함께 사는 세계)이 마뚜라나가 말하는 공동의 세계와 비슷한 개념인 것도 같습니다만 더 살펴봐야겠지요.

 

7장에서는 ‘인식한다, 앎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앎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는 것은 섭동에 의해 유발된 유기체의 구조변화를 주위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 관찰자의 상대적인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관찰자는 유기체에 유발된 구조변화를 자기가 기대한 반응과 관련시켜 평가합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이 성취되면 ‘많이 안다’ 성취되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죠. 객관적인 앎, 절대적인 앎은 없고 관찰자의 기대가 준거가 되는 것입니다. 관찰자가 관찰한 행동 전체 즉 유기체의 모든 상호작용을 인지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생물로서 구조접속을 통해 변화하는 것, 살아있다는 사실이 존재 영역에서 일어나는 인식활동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삶은 앎이다!가 됩니다.

 

오토포이에시스와 심포이에시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만 이건 생략하겠습니다. 나중에 경덕님이 에세이로 써주실건가요? ㅎ

 

이 책에는 여러 비유가 많이 나오는데 모로님 말대로 좀 올드한 면이 있죠? ㅋ 잠수함 대신 자율자동차를 예로 들었으면 훨씬 이해가 쉬웠을 거라는 요요샘 말씀에 엄청 공감했습니다. 모로님 ‘감자’이야기 여러 사람이 공감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는 세미나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 쓸 일이 걱정이긴 합니다만 ㅠㅠ

댓글 5
  • 2024-04-04 14:36

    인디언샘 후기를 읽으니 마치 화욜 오전 시간에 앉아있는 듯 합니다!!!
    두시간 반 오롯이 집중하며 다른 분들의 질문과 의견을 나누어 가는 시간이 즐거우면서도 제게는 조금 아니 많이 버겁기도합니다. 한칼에 정리해 주시는 요요샘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다 알 것 같은 착각도 들고요^^.
    유식무경, 알라식, 오토포이에시스, 구조접속,등등 처음 본 어렵고 힘든 개념들! ㅎ하지만 화욜의 뜨거운 열기가 기다려지는건 왜일까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2024-04-04 19:37

    이토록 꼼꼼한 후기라니요!
    모든 후기를 다 해내셨나요? ㅎㅎㅎ
    다시 읽어보니 자꾸 고정관점을 깨고 비틀고 쥐어뜯는 사이 우리 사이에 또다른 공통관념이 생겨가는 거 같아요! 😄

  • 2024-04-04 19:59

    앎을 설명하기 위해 마뚜라나는 '의식'을 도입하기 전에 먼저 행동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생명체는 없다는 것이죠. 생명체가 유지되기 위한 물질대사 자체가 행동이니까요.
    여기서 식물의 행동을 예시로 가져온 것이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식물은 뇌(신경계)가 없다는 이유로 의식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보니까요.
    행동이 곧 인지활동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인식과 행동을 관습적으로 구별하는 것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인 것 같습니다.
    삶이 곧 앎이다는 앎이 곧 삶이다로도 바꿀 수 있는데, 그렇다면 식이 곧 생명인가? 그런 질문이 떠오르네요.ㅎ
    유식과 인지과학을 충돌시켜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커리큘럼을 짰는데
    <앎의 나무>를 읽으면서 유식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세미나에서 '앎이 삶이다. 행동이 인식활동이다'라는 대목이 특별히 부각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와 관련해서 떠오른 생각입입니다.)

  • 2024-04-05 16:33

    에세이 주제를 던저주신 기분ㅎㅎㅎ
    저는 관찰자의 자리에서 보는 것과 관찰자를 벗어나는 보는 것의 차이가 궁금해졌어요.
    근데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네요...ㅠ
    후기의 늪을 무사히 건너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 2024-04-08 20:12

    책을 읽으면서는 아는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책 내용이 전체적으로 흔들흔들합니다.
    에세이 쓰려면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ㅠㅜ
    저는 대체로 표상주의와 유아론을 오가며 세계를 인식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표류... 가 매우 어렵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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