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학자로서 다윈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순간

곰곰
2024-04-28 00:44
55

** 박물학자: naturalist. 대략 19세기까지 광물, 식물, 동물 등 자연물의 종류, 성질, 분포, 생태 등을 연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맥락에 따라 박물학자, 자연학자, 자연사학자, 자연주의자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natural history가 식물학, 동물학, 광물학, 지질학 등으로 분화되었기 때문에 naturalist라는 용어도 잘 사용되지 않는다.(옮긴이)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자신을 박물학자라 칭하며 '서문'을 연다. 

 

<종의 기원> 세번째 시간이다. 

 

다윈은 생물학자 이전에 지질학자였다. 비글호에 승선하면서 챙겼던 재산 목록 1호가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였고, 과학 여행기인 책 <비글호 항해기>의 초판본 제목은 <지질학과 박물학>일만큼 지질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번 시간부터는 다윈의 지질학적 지식들이 마구 방출되기 시작하는데, 지질학은 더 낯설어서 용어부터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다윈의 글쓰기법은 친절하게 아주 상세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과할 때가 많아 더 헛갈리기도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그리고 그게 잘 안 된다...)

 

9장. 오늘날 중간 변종은 왜 부재할까?(효주샘 메모를 중심으로)

 

다윈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지질학적 기록의 불완전성을 든다. 중간 변종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화석’에 대한 조사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만 화석은 생성과 발견 과정에 어려움이 많이 때문이다. 특히 화석 생성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은 시간이다. 융기와 침강과 같은 지각 변동은 물리적인 변화 이전에 시간의 변화를 전제한다. 다윈은 창조론에 맞서 자연선택설을 주장하기 위해 시간에 대한 개념과 화석이 생성될 수 있는 조건에 맞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관찰하고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은 지구의 굉장히 일부일 뿐임을 강조한다. 

 

“나는 지질학적 기록이란 마치 변화하는 방언으로 저술되었으며 불완전하게 남겨진 세계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 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겨우 두세 세기만을 다루는 마지막 책 한 권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책 한 권조차도 여기저기에 짧은 장만이 남아있을 뿐이며, 매 쪽마다 겨우 여기저기 몇 줄만 남아 있다.”

 

10장. 전 세계를 통틀어 거의 동시적으로 변화하는 생명(비생명) 형태들에 대하여 (곰곰의 메모를 중심으로)

 

다윈은 전 세계적으로 생명 형태들이 유사하게 천이(succession-연속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 선택 이론으로 설명한다. 새로운 종은 낡은 형태들보다 우월한 몇 가지 이점을 가진 새로운 변종들이 발생함으로써 형성된다. 그리고 이미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거나, 자기나라에서 다른 형태들보다 우월한 몇 가지 이점을 가진 그 형태들은 당연히 새로운 변종이나 발단종을 가장 빈번하게 탄생시킬 것이다. 이와 같은 확산의 과정은 기후나 지리적 변화에 따라 혹은 예외적인 사건들에 따라 더러는 무척 느릴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배적인 형태들은 결국 성공적으로 확산된다. 다른 한편, 낡은 형태들은 패배하여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인데, 이는 새로운 형태의 탄생이 가져오는 불가피한 결과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세계 생물들이 마치 동시에 변화한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생명 형태에서만 생기는 일은 아닌 듯 싶다.. 다윈과 월리스만 해도 모두 생명의 진화가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가설에 도달했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그리고 거의 비슷한 지적인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는 어쩌면 (당시 지배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예상되는)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와 맬서스의 <인구론>이 그들의 학문적 배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동식물에 대한 오랜 시간 동안의 관찰 경험(다윈 5년, 월리스 8년)이 (낡은 형태들보다 우월한 이점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치 두 사람은 똑같은 지도(<지질학의 원리>와 <인구론>)를 들고 중간에 비슷한 지역(관찰과 채취)을 거쳐 산꼭대기(자연선택)에 다다른 셈이었다. 새로운 변종의 모습으로. 

 

이러한 동시 발견은 과학의 역사에서 흔하지 않은 일일까? 과학사회학자 머튼에 따르면, 미적분학의 발견을 놓고 뉴턴과 라이프니츠 사이에서 계속된 우선권 분쟁이나 켈빈과 클라우지우스의 열역학 제2법칙의 동시 발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동시 발견은 생각보다 더 통상적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1등이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문턱까지 왔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동시 발견으로 분류될 만한 사례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만일 월리스가 다윈에게 결정적 편지를 보내지 않았더라도 자연선택론은 나올 수 밖에 없었을까? 혹시 과학의 역사가 대략적으로 정해진 경로(유연 관계)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장기적으로 본다면 거의 동시적으로 그렇게 변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11장. 생물은 어떻게 확산하는가? (두루미샘 메모를 중심으로)

 

앞선 9,10장은 화석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11장은 지표면 위의 유기체들의 분포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다음 시간에 좀더 이어서 공부하기로 했으니 살짝 보자면... 창조론은 ‘종’이 복수의 장소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다윈은 각 ‘종’이 한 지역에서 출발해 멀리까지 확산된다고 한다. 다윈은 그 근거로서 1) 기후조건/물리적 환경으로 다양한 지역에 사는 생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할 수 없는 것, 2) 오히려 자유로운 이주를 막는 장벽/장애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 3) 동일한 대륙이나 해양에 서식하는 생물들끼리 유연관계(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다윈은 여러가지 식물 씨앗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수에 담궈보고, 그 발아하는 씨앗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시간별로 추적해보는 실험을 직접 수행하기도 했는데, 그의 꼼꼼함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또 오늘날에는 대륙이동설이나 판게아론(알프레드 베게너,1912)이 통용되지만 다윈 당시에는 몰랐던 발견일텐데, 그러한 생각을 이미 전제한 듯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이제 <종의 기원> 마지막 시간만 남았다. 11장은 두루미, 12장은 곰곰/효주가 좀더 준비해 오고 13장까지 다 읽어오기로 했다. 

 

댓글 2
  • 2024-04-29 19:43

    식물확산을 보면요. 씨앗이 바다를 건너 싹을 틔울 가능성을 다원이 실험하잖아요. 그러니까 농부가 씨앗을 심는 건 인위적 선택이라면 씨앗이 우연적으로 어딘가에 발아해서 싹을트우는 건 자연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선택은 비둘기 품종 개량 같은 인위선택과 대조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듯^^

  • 2024-05-05 07:28

    메모를 중심으로 후기를 써주셨네요^^ 덕분에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되어도 세번째시간의 내용이 정리가 됩니다. 메모와 후기가 연결되어 천이(succession-연속성)된듯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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