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 읽기 세미나] 7주차 후기 - 근대과학 탄생의 속살을 파헤치다

경호
2024-05-02 18:55
98

  2024년 3월12일(화)부터 시작한 서양철학사 읽기 세미나는 벌써 7주차, 전체 16주의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주는 우리 이끔이(효주,경덕)들의 불교학교 에세이 발표와 뒤풀이 등으로 긴급하게 4월23일(화) 저녁 세미나 일정을 스킵한 관계로 4월30일(화) 7주차 세미나는 2주만에 만나게 됐고, 3주전부터 합류한 후유(구, 모카)샘까지 포함한 5명 완전체가 처음으로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게 됐다.
  오늘은 강남역 퇴근길 신분당선 혼잡을 피하기 위해 30분 일찍 회사에서 출발했는데, 문탁에 도착하니, 세미나 시작 40분 전이다. 세미나룸인 보라방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나서 들어와 보니, 고양이 울음 소리의 정체는 정군샘의 장난에 동은샘이 반응하는 소리였다. 공부할 때는 FM으로 제대로, 놀 때는 한없이 가볍게... 어른들도 이런 장난이 허용되는 문탁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1. 정군샘은 후속 세미나 관련 계획 의견을 주셨고, 경호는 '제7장 자연과학의 발흥' 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오늘은 세미나 시작 전, 정군샘께서 잠깐 모두 발언을 하셨는데, 금번 서양철학사 세미나가 끝난 후, 바로 이어서 이 멤버로 또다른 세미나 구상 계획을 밝히셨다. 주제는 '근대성'에 대해서... 오늘 세미나 주제인 자연과학의 발흥이 된 16~17세기를 '근대성' 측면에서 좀 더 깊게 파보자는 것이고, 근대 시기에 과학, 철학, 정치, 문화를 다양하게 다룰 예정이라고 하셨다.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우리 서양철학사 읽기 세미나의 고문으로서 정군샘의 사랑이 깊이 묻어나는 의견 제시여서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전 무조건 OK!! ㅋㅋ

  저(경호)의 발제는 15~17세기 시대적 배경에 맞는 로마제국 영토 변화 그림 삽입과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16세기 문화혁명' 책의 출판사 서평 참고자료를 추가하다 보니, 총 4페이지로 길게 작성되었다. 오늘은 세미나원 5명에 질문이 총 16개라, 4페이지 발제를 모두 발표하고 질문으로 들어갈 경우, 100% 세미나 전체 시간 초과가 예상되어, 발제는 시대적 배경(1453년 동로마제국 멸망 당시의 로마제국 영토 변화와 고대 그리스 이론의 서방 유입에 대한 개인 의견 제시)과 17세기 근대과학 혁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가설연역법'에 대한 방법론 핵심 내용과 과학이라는 학문에서의 가설연역법이 갖는 특별한 의미에 대한 설명까지만 진행하고, 바로 질문으로 넘어 갔다.

 

2. 세미나원이 5명으로 늘어, 세미나 시간 내 총 16개 질문을 100% 소화하지 못했다

  오늘부터 세미나원이 5인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인당 3개 이상의 질문, 총 16개 질문이 올라 왔다. 질문 내용을 하나 하나 짚어가기 보다는 제(경호)가 느낀 각양각색 세미나원 5명의 오늘 세미나에서의 특이 사항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 후유 >
  6주차부터 새롭게 합류한 새은샘의 별명이 세미나 일주일만에 바뀌었다. '모카'에서 '후유'로... 궁금해서 물어보니, 후유는 일본어로 '겨울' 이라는 뜻인데, 본인이 몸에 열이 많아서 열을 식힌다는 차원에서 붙인 별명이라고 한다. 귀엽다...^^ 후유샘은 문탁 경력 15년으로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문탁의 생활은 누구보다 FM대로 경험한 느낌이다. 이번주 발제문은 왜 끝까지 발표하지 않고, 중간에 질문 토론으로 넘어가는 지 의아해 했다. 그리고 중세이후 학문의 세분화 과정이 종교개혁 시기 영토권 분쟁과 오버랩이 된다면서 굳이 세부 학문을 구분하는 필요성에 대해 이해가 안간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학문 세분화 이유에 대해 매우 많이 궁금해 했다. 물론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정확한 답은 못찾은 것 같다... ㅠㅠ

 

< 경호 >
  금일 발제자로서 자연과학 발흥의 실질적인 요인과 핵심 포인트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본 결과, 저(경호)는 자연과학 발흥의 직접적인 요인은 16세기 역사에는 잘 드러나지 않은 수공업 직인인 기술자, 예술가들의 소박한 기술적 경험들의 축적이고, 핵심 포인트는 그들의 부족한 이론적 부분을 채워준 프랜시스 베이컨의 '가설연역법' '뉴턴의 미적분학' 같은 수학적 이론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가설연역법이라는 방법론 안에는 우리가 보통 과학이 성립하는 3대 조건으로 얘기 하는 '반증 가능성', '예측 가능성', 실증적 검증'의 특징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17세기 근대과학 태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곁들여 제시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책에서 1453년 동로마제국의 멸망과 함께 일단의 학자들의 서유럽 이동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르네상스가 태동하고, 자연과학이 발흥한 원인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동로마제국 영토의 시대적인 변화를 살펴 봤을 때, 1453년 시점은 이미 모든 영토를 빼앗긴 상태라 그 시점을 기점으로 서유럽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 이론들이 전파된 게 아니라, 그 이전 1000~1250년 사이 십자군 전쟁 등 과정에서 이슬람화된 고대 그리스 철학과 이론들이 서서히 서유럽으로 역수출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다.

 

< 효주 >
  효주샘은 봄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기침과 콧물로 많이 힘들어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세미나에 끝까지 참석했다. 효주샘의 금주 풀리지 않는 질문은 르네상스 시대에 일어난 자연과학의 발흥은 중세철학 내에서 과학적 개념들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수공업 및 농업에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 기나긴 과정의 결과물이다 라는 문구에서 시작됐다. 중세철학 내에서 '과학적 개념'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이다. 이 또한 답을 찾지 못했고, 과학, 개념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부터 시작해 중세철학 속 과학의 개념에 대한 질문은 미궁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 경덕 >
  경덕샘은 두번째 질문에서 중세 말기 코페르니쿠스적 세계관 변화 등으로 인해 발생한 인간의 우주에서 차지하는 위상 추락과 계몽주의의 선구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계몽과 진보의 신념에서 출발한 인간의 자연 통제에 대한 자신감,이 두가지 '근대의 이중적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 궁금해 했다. 얼마전부터 지속적으로 '근대 이성' 이라는 개념에 대한 질문을 계속 갖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세미나 서두에 정군샘께서 후속 세미나로 던져준 주제인 '근대성' 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보여서 지금은 논의가 깊게 되지 못했지만, 후속 세미나에서 좀더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덕영 >
  지구 중심설에서 태양 중심설로 혁명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있을 때, 인류가 갖게 되는 세계관과 인식의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세미나원들 각자의 인생에서의 인식의 전환 경험과 그 이후 삶의 변화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어, 세미나 책 내용 말고, 처음으로 각자 개인 삶의 히스토리를 엿보고,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

 

  저(경호)는 30대 초반 회사생활 7~8년 됐을 때쯤, 관계사 임원의 극단적 선택을 바라보며,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돌아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회사와 가정에서의 비율을 80 : 20에서 20 : 80으로 인식 전환을 했고, 그로 인해, 회사내 승진에 대한 욕심은 덜어지고, 부부싸움은 줄게 되면서, 행복도는 올라가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얘기했다.
  후유샘은 올해(2024년)초 문탁으로 돌아와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그동안 겪어 왔던 요즈음 청년이 겪는 모든 고통 경험을 치유할 수 있게 됐고, 문탁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감을 되찾게 된 게 커다란 삶의 변화였다고 고백해 줬다.
  경덕샘은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 대학입학/졸업, 취직이라는 삶의 흐름에서 궤도 이탈하여 처음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이십대 후반 28살 무렵을 인생의 전환 포인트라고 얘기했고,
  덕영샘은 30대 초중반 무렵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삶 속에서, 효주샘은 취업 후 회사 생활 속에서 경험한 돈과 자본이 지배하는 삶에 대한 회의감을 깊게 느끼면서 방황하던 중, 2022년 '감이당' 이라는 공부 공동체에 접속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하게 됐다는 인생 변화 히스토리를 덤덤하게 얘기했다.

 

3. 7주차 전체 세미나 분위기 느낌과 다음번 세미나 주제를 공유하며 마무리 짓다

  이번 7주차 세미나는 5명 완전체가 모두 모이다 보니, 준비한 16개 질문을 모두 소화하진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차피 세미나는 계속 될 것이고, 끝이 없을 것이므로 과감히 중간에 끊고, 원래 마칠 시간에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덕영샘의 마지막 질문으로 인해 세미나원 5명의 인생에서의 전환점, 공부하는 이유 등 각자의 인생 히스토리에 대해 얘기 나눌 수 있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다음 8주차는 제8장 르네상스와 리얼 폴리틱스 주제로 덕영샘이 발제할 예정이다. 끝!!!

댓글 5
  • 2024-05-02 21:32

    저도 샘들 얘기를 들어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경호샘께서 발제에 추가해주신 지도로, 하나의 나라가 서서히 멸망해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어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주는 제가 발제네요ㅎㅎ담주에 뵙겠습니다.

  • 2024-05-03 18:45

    … 저는 분명 정군쌤에게 머리가 쪼개지고 있는 중이었는데 고양이 울음소리라뇨…ㅎ ㅋㅋㅋㅋㅋ

    너무 정성스러운 후기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경호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0^!

    • 2024-05-03 18:58

      네, ㅋㅋ 정군샘이 동은샘 머리 마사지를 하고 계신 거였군요... 언젠가 문탁 세미나에서 동은샘을 만날 날이 있겠죠? ^^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2024-05-03 21:27

    ㅋㅋㅋ 후기에서도 경호쌤의 나긋나긋한 음성이 들리고 골똘하게 질문을 던지는 표정이 보이는 듯합니다!!!
    세미나 리뷰이면서 '근대성' 탐구 원정을 위해 모인 인물 소개 같아서 재밌게 읽었어요^^

  • 2024-05-05 07:42

    정성이 담뿍 담긴 후기 감사해요^^ 그날 세미나의 흐름이 후기를 보며 다시 꿰어지네요. 특히 가설연역법에 관해 경호샘과 경덕샘의 주고받는 답변들 덕분에 이해가 좀 더 쉬웠어요. 계속해서 반증가능성, 예측가능성, 실증적 검증이라는 과학 검증의 3대 조건을 유념하며 다음 장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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