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주역> 풍택 중부괘 후기

겨울
2024-05-07 09:08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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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괘는 상괘가 손(巽, 바람), 하괘가 태(兌, 연못)이다. 언뜻 보기에는 바람이 불어 물결을 일으키는 것이라서 믿음과는 거리가 멀 것처럼 보였는데, 실은 바람이 못 위에 불어 물속을 감동시키는 상이라서 중부(믿음), 즉 성실하고 진실한 마음가짐을 말하는 괘이다. 전체로 보면 가운데가 허한데(음효), 이는 내면이 유순하여 겸허하면서 정성스러움을 보여준다. 상괘와 하괘로 따로 보면 둘 다 가운데가 양효로 실하여 믿음을 뜻한다. 또한 아래(兌)가 기뻐하며 위에 응하고 위(巽)가 겸손하여 아래를 돌보니 믿음을 뜻한다.

 

괘사와 각 효를 보면 아래와 같다.

 

中孚 豚魚吉 利涉大川 利貞(중부 돈어길 이섭대천 리정)

믿음(진실한 덕)이 돼지와 물고기까지 감동시킨다. 중부(中孚)의 상(象)이 안과 밖이 모두 실하고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것이 배와 같으니 큰 강(어려움)을 건너기에 이로우나, 반드시 정도를 지켜야 이롭다.

 

初九 虞吉 有他 不燕(초구 우길 유타 불연)

-초구는 (믿을 바를) 헤아리면 길하니, 다른 마음을 두면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

초효(初爻)는 사효(四爻)와 정응(正應)이나, 사효가 정(正, 양효)으로 손체(巽體)의 시작을 도모하는 뜻이 커서 초효와 응하지 않았다. 따라서 초구는 헤아려 진실함을 지키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다른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한다.

 

九二 鳴鶴 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구이 명학재음 기자화지 아유호작 오여이미지)

-구이는 우는 학이 음지에 있는데 그 새끼가 화답한다. 내게 좋은 술이 있는데, 그대와 함께 마시며 즐기고자 한다.

이효(二爻)는 양효로서 강(剛)하고 중(中)을 얻었으니 믿음이 지극한 자이다. 학의 울음에 화답하는 것은 오효(五爻)로 중심의 원함이 서로 통한다 할 수 있다. 지성으로 감동시키고 서로 통하는 이치는 도(道)를 아는 자만이 알 수 있다.

 

六三 得敵 或鼓, 或罷, 或泣, 或歌(육삼 득적 혹고 혹파 혹읍 혹가)

-육삼은 적(상대방)을 얻어서 혹 북 치고 혹 그만두며, 혹 울고 혹 노래한다.

적은 서로 믿는 자를 이르며 정응(正應)인 상구(上九)이다. 삼효(三爻)는 음효의 자리에 양효가 왔으므로 짝을 얻어 뜻을 매어둔다. 동하고 쉬며 근심하고 즐거워함은 모두 믿는 바에 매어 있는 것으로, 밝고 통달한 군자의 소행은 아니다.

 

六四 月幾望 馬匹亡 无咎(육사 월기망 마필망 무구)

-육사는 달이 거의 찼는데, 말이 짝을 잃으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시효(四爻)는 믿음을 이룬 주체로(달이 거의 참) 군주와 가까운 자리에 있으며 처신이 바라서 위(오효)가 지극하게 믿는다. 말은 나아가는 성질을 가졌기에 사효는 오효를 따르고 초효(初爻)에 매어 있지 않다(짝을 잃은 것).

 

九五 有孚攣如 无咎(구오 유부연여 무구)

-구오는 진실한 덕으로 천하의 민심을 사로잡으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오효(五爻)가 군자의 자리에서 지성으로 천하를 감동시켜 서로 통하여 믿게 하여서 천하의 민심을 사로잡는 것이니, 이리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上九 翰音 登于天 貞 凶(상구 한음 등우천 정 흉)

-상구는 한음(翰音소리만 나고 실제는 따르지 않는 것)이 하늘로 올라가니, 정고(貞固)하여 흉()하다.

믿음을 지켜 궁극함에 이르러도 변통할 줄 모르니, 어찌 오래 갈 수 있겠는가?

 

그동안 공부한 주역 괘들은 대부분 효들이 서로 응하는 것을 중심으로 해석했었는데, 중부괘는 효들이 서로 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상하 각각 중심을 잡고 전체로 봤을 때는 가운데가 비어 있지만 이것이 또한 내적 성실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이 새로웠다.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것이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해 내적 성실함이란 이타성을 이르는 것일 수도 있으며 그 자체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렇게 봤을 때 육삼효의 매이는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이타성으로) 충분히 차 있지 않아서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자기중심(내적 성실함)이 없고 관계(상구)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여기서 새삼 내가 맺고 있는 주변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돈어길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는데, 돼지와 물고기를 미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여기서는 비인간 동물인 돼지와 물고기가 우리의 인식의 장으로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마지막으로 구이효가 시 한 수와 같지 않냐는 자누리샘의 말에 다같이 공감하면서 세미나를 마쳤다.

보이지 않는 어미의 울음에 새끼가 화답하고, 벗이 앞에 없어도 그를 그리며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 아닐까.  

 

후기는 바로 써야 세미나 때 오간 이야기를 풍부하게 전할 수 있는데 또 늦어버렸네요. 하여 발제를 맡았던 풍택 중부괘를 중심으로 지난 시간 오간 이야기들을 최대한 기억해내며 후기를 썼습니다. 다음에는 꼭 세미나 후 바로 후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함께 주역을 공부하는 분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댓글 1
  • 2024-05-07 11:34

    늦은후기 쓰시느라 애쓰셨어요
    잘 읽고 복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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