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주역 시즌3 2회차 후기

동은
2022-09-12 18:23
141

지난시간에 이어서 다 보지 못한 곤괘를 봤습니다.

곤괘는 건괘에 비하면 전체적인 분량은 짧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덜 들어있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아요. 재밌는건 건괘와 곤괘가 하늘과 땅이라고 해서 완전 흑과 백같이 대비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곤괘가 유순하지만 움직임이 강하고, 고요하지만 반듯하다는 말처럼 말이에요.(坤至柔而動也剛, 至靜而德方) 아마도 이건 곤괘의 항상됨, 지속성을 보여주려는 문장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문언전은 기본적으로 중지곤괘의 육효를 풀이하는 장입니다. 초육효에서 상육효까지 한 효마다 풀이를 하죠. 모든걸 수렴하는 음의 기운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괘이다보니 효 풀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끝맺음, 결과에 따른 원인을 살피고 삼가는 일들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문언전에서 다른 책에서 많이 사용되는 인용구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直方大, 不習, 无不利, 則不疑其所行也 (“곧고 방정하며 커서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음”은 그 행하는 바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같은 문장 말이죠. 이 외에도 문언전의 여러 문구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중국전반의 기록물에 인용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주역은 동양고전의 기본이 되니 더 많이 사용되겠죠?

 

자연스럽게 <중국사유>의 내용과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곤괘를 다 읽고 중국사유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중국사유>는 마르셀 그라네가 서양의 시선으로 중국 철학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체계부터가 다른 중국문자와 중국어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ㅎ 사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서양 방식으로 교육을 받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중국사유> 1부 사유의 표현은 언어와 문자, 그리고 문체로 전반적인 중국어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바로 조립문학이라고 하는 중국기술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은 새로운 표현, 독창적인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보단 기존의 문장으로 자신의 말에 전통적인 권위를 갖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고대시는 명언?같다고 할 수 있는 잠언으로 지혜와 권위를 보여줍니다. 이것으로 호소력과 구속력을 발휘하고 자신의 생각을 교묘하게 표현하죠. 여전히 드라마에서 공자의 이야기나 사자성어가 사용되는 장면이 있는 것을 보면 어렵지 않게 중국인들이 어떻게 경구를 사용해 생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문자의 표상과 관련된 부분들이 재미있었어요. 중국인들이 아주 오랜 기간동은 그들 특유의 문화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문자의 파급력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어는 소리보다는 문자의 다양함이 더 뛰어나 실체와 문자의 구체성이 더 높았다고 해요. 통치자는 이런 문자에 자연의 순화를 가능하게 만들어 사회질서를 바로 세울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운율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읽으며 배워야 한다는 점, 서양의 논리학으로는 이해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중국 철학의 특징과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실용성 등등...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부터 라오니님을 비롯해 중국고전과 처음 만난 분들이 문언전이나 계사전을 버거워하셨는데 <중국사유>를 통해서 대략적으로나마 중국고전이 도대체 왜 어려운지 알 수 있으셨다고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은 중국의 주개념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댓글 1
  • 2022-09-13 06:12

    문언전을 읽으면서 건괘와 곤괘를 배웠던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그럴수록 주역을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쳐들고 쫒아오네요.ㅎㅎ 다시 공부하면 예전에 듬성듬성 비워졌던 앎의 공백이 메뀌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될 것 같아요.

    <중국사유>도 그런 의지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네요. 처음 주역 원문을 접했을 때는 고대인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볼 생각도 못하고 그저 글자 자체를 읽고 이해하는데 급급했지요. 소리보다 문자가 더욱 풍성한 뜻을 전달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다시 길을 잃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마치 억지로 끼워 맞추듯이 하는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내용들....

    차례대로 함께 읽어가다 보면 또 새로운 공부가 되겠지요. 

    호랑이 주역,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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