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읽기 마지막 후기......

가마솥
2022-12-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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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장자 마지막 편, 천하편(天下篇)에 이르렀다. 이 편은 전반부에서 고대의 순일무위(純一無爲)한 이상적 시대에서 시작하여 시대의 흐름에 함께 학술이 분화되고 혼란이 초래하게 된 경위를 말한 뒤에, 후반부에서 각 학파의 논점을 밝히며 비판하고 나서 끝으로 장주의 사상을 적고 있다. 따라서 이 천하 편은 장자서(莊子書)의 후서(後序)라고 본다. 즉, 현대 논문으로 본다면 장자서의 결론 요약부분이다.

   본문에서도 자주 비판되었던 유가(儒家)의 비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자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별도로, 유가를 비판한 것은 시대의 주류 정치사상이었지만 현실은 전쟁터임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고 또 본래의 유가정신이 퇴색하여 형식에 많이 치우쳐진 변질된 유자들의 행동에서 공감이 간다.

묵가에 대해서는 “널리 사람을 사랑하고 두루 사람들을 이롭게 하며 투쟁을 잘못”이라고 하는 점에선 긍정하고 있으나, “노래해야 할 때 노래하지 않고 곡해야 할 때 곡하지 않고.......즐겨야 할 때 즐기지 않음을 주장한다면 과연 인정(人情)에 가까울 수 있나?”며 비판한다. 양생(養生)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장자에게는 당연한 논리이다.

노자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까지 결코 남의 앞장을 서지 않고 언제나 남의 뒤를 따라 행동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슈어츠는 『중국 고대 사상의 세계』에서 장자와 노자의 다른 점은 우선 장자가 노자의 언표 불가능한 것-道-을 다각도로 묘사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기술했다는 것과 有無의 사유에서도 노자가 존재와 비존재(유와 무)를 이항대립적 짝개념으로 취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것이다.

팽몽, 전병, 신도들은 슈어츠의 표현으로 ‘도가의 조류’들로서 자아를 버리고 자연의 냉정(冷靜)에 의거한 행동이야말로 참된 자유를 누리기는 하겠지만 그들도 그러한 자기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이상, 아직 자기 자체에 구애됨이 있는 ‘道의 自然’에 따르지 못함을 비판한다.

     그 동안 한비자나 노자의 해설서에서 등장하는 황로학파에 대해서 알듯 말듯했는데, 슈어츠의 견해에서 다소 장리가 되었다. 우선 슈어츠는 황로학에서 논해지는 것들은 한초(漢初)의 범(凡) 도가에 속하는 것들이다는 것이다. 가령 어디서는 법가라고 불리고 또 묵가라고 불리는 사상, 나아가서는 한초의 황로(黃老) 도가라고 불리는 것들을 한초에 나온 ‘황로 도가’라는 말로 부르면서 정리하고자 한다. 한초의 이 술어는 “훨씬 광범위한 견해들에 대한 기술을 목적으로 하며, 또 도가와 법가의 혼합=‘도구적 도가’라고 저자가 부르고자 하는 광범위한 견해의 한 변형이라는 것이다. 한나라 초기는 어떤 특정 학파나 교의를 공식적으로 추종하지 않았고, 이런 환경 속에서 다양한 학파들의 상대적 장점들을 다원적으로 취급한 황로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자 시즌 Ⅱ는 이렇게 『천하』편으로 정리하면서 공부를 마쳤다. 아니 공부가 다시 시작되었다. 장자 시즌 Ⅰ에서 많은 동학(同學)들의 질문, ‘그럼 어쩌라고? 현실세계에서 그게 가능해? 소는 누가 키우고?’ 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서 에세이에 담아 볼 요량이다.

 

고전을 읽은 게 별로 없는 나에게 끝까지 함께 생각을 나누어 준 여울아, 토용, 자작님께 감사드리며, 2023년는  '우글 우글 고전읽기'를 기원합니다. 

p.s  꿈은 다시 이루어진다! 짝! 짝! 짝! 짝! 짝! 은 축구만이 아니겠지요?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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