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기후위기가 뭔가요? #1

곰곰
2024-03-02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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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작년 이맘 때였다. 나는 공생자행성에 글을 올리기로, 포부 비스무레한 것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마침(!) 다른 분들의 좋은 글들이 순차적으로 올라왔다. 저마다 괜찮은 주제를 잡아서 글을 올리는 분들을 보니 부러웠다. 그에 비하면, 나는 뭐… 특별히 에코에 대해 더 잘 알아서 새로운 내용을 알린다거나, 이전의 수많은 에코 첼린지들보다 더 훌륭한 걸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다 아는 뻔한 이야기만, 재미도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을까 두려웠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세미나들이 시작되니 바빠졌고 더이상 고민도 해보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드랍하기로 결정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찜찜함만 깊이 남았다. (못난 곰곰....)

 

이런 이야기를 읽었다.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복권에 한 번만 당첨되게 해 달라고. 그러던 어느 날, 신이 듣다못해 한마디 했다. “아들아, 일단 복권을 좀 사고 기도를 해야 내가 그 소원을 들어주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느냐?” 

 

그랬다. 내가 아무 첼린지도, 글도 쓰고 있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을 부러워하는 것은 복권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복권 당첨자들을 부러워하는 것과 같았다.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일단 5천원을 주고 로또를 한 장이라도 사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지금 복권 한 장을 산다고 해서 당장 당첨되지는 않겠지. 그래도 매일 복권을 사듯 꾸준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이에는 엄청난 가능성의 차이가 존재할텐데, 용기를 내지 못했다. 사실 작년이나 지금이나 우려했던 내 역량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재미있게 쓸 자신도 없고 앞으로 어떤 내용을 쓸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일단은 기후가 위기라는 것, 어떤 지표들이 그걸 이야기해 주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등등 끝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체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가장 진부한 이야기부터. 아마 다 알고 있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한번 더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이번엔 콩은 심고 콩이 나길 바라보기로 했다! (포부는 이렇게나 거창하다 ㅋ) 더욱이 3월1일(시작은 1일에 했는데 하루를 넘겨버렸다)은, 1월1일 다음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참 좋은 날짜니까 🙂

 

먼저, 왜 기후가 위기라는 건지 짚어 보자.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 초부터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랐다는 것.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나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니, 1도 올랐다고 이렇게 난리?’라고 생각했다. 이 1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예가 있었지만 아마 머리에 딱 박히는, 마음에 딱 꽂히는 비유는 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음.. 나는 과학세미나도 하는 사람이니까.. 흠흠) 과학자의 관점에서 한번 이야기해 보자.

 

 

지구의 기후 역사에 대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왔다. 가장 드라마틱 했던 지구 온도 변화의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5,500만년 전에 있었다.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PETM: 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라고 부르는 시기다. 그때 지구의 평균 온도가 5도에서 6도 가량 상승했다. 엄청난 일이고 너무나 놀라운 일이라서 지금까지도 기후학자들은 그 시기를 아주 특별하게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온도가 5도-6도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2만 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1도 오르는데, 대략 4000년 정도 걸린 셈이다. 이것이 현재 과학자들이 지구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는 가장 드라마틱하고 믿기 어려운 온도 상승의 유일한 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계산했다. 그 다음에 그 열이 올라가기 위한 에너지를 만약에 원자폭탄을 터트려서 얻는다면 얼만큼의 원자폭탄이 터져야 이 온도를 올릴 수 있을까, 이런 계산도 했다. 그랬더니 무려 지난 200년 간 매초 원자폭탄이 4개씩 터지면 순수하게 그 에너지로 이 정도 온도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후 온도 변화가 현재 일어나는 중이다!

 

이렇게 기후가 바뀌고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이제 과학적인 사실이다. 더이상 ‘정말 기후위기가 오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 늦은 이야기고, 이제는 그럴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그런 기후 위기가 왔을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다. 그러나 누구도 기후가 지금처럼 온도가 올라갔을 때 어떤 일이 올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과 다른 세상이 될 것이고, 그 세상이 우리에게 좋을지 나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쁠 확률이 있는데 나빠졌을 경우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가지고 도박을 할 수는 없다. ‘혹시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이런 건 안 통한다. ‘기후학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면서 무슨 얘기를 할래?’ 가 아니라, 기후 위기는 우리 모든 인류의 문제다. 손으로 귓구멍을 막는 것이 수가 아니다. 이제는 모두가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의 관점으로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찾아보며 내 시각을 넓혀가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한다. (이번에는 김상욱의 <환경 읽어드립니다> 동영상 자료를 참고했다)  

댓글 7
  • 2024-03-02 07:16

    요즘 제 입에서 젤 많이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기후위기'더라구요.

    갑자기 눈이 푸짐하게 내려도
    갑자기 날씨가 봄날처럼 따뜻해져도
    세차를 한 직후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도
    내 입에선 "아, 기후위기 땜에...."

    이러다가 '기후위기'가 깔대기 되겠어요. ㅋㅋㅋㅋㅋ
    곰곰님 연재로 기후위기에 대한 좀 더 디테일한 감각을 갖게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글구
    콩심은데 콩날거에요. 믿사옵나이다. 홧팅!!

  • 2024-03-02 08:55

    와~ 곰곰님의 새로운 연재, 너무 좋아요!!
    새글 언제 올라오나요? 볼 때마다는 아니고... 생각날 때 간혹 물어봐도 되겠지요?^^

  • 2024-03-02 19:45

    꼭 필요한 기후위기 연재를 시작한 '잘난 곰곰'입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 곰곰샘만의 윗트있는 글이라 술술 읽히네요.

    둔감하게 살지 않도록 비상경보기 울려주세요!!

  • 2024-03-02 20:08

    친절하고 똑똑한 곰곰 👍
    어서와요. 공생자행성!

  • 2024-03-04 16:40

    저도 기후위기 궁금해요. 들려주세요 곰곰샘~~~~~

  • 2024-03-05 16:22

    작년에 <적을수록 풍요롭다> 강좌할 때 곰곰님이 정리해주었던 Q&A 생각나네요.
    그때 아주 속시원한 답변들이 많았던 기억이... 곰곰이 풀어줄 기후 이야기 좋아요~~

  • 2024-03-07 21:37

    새로운 분위기가 봄을 타고 오나요ㅎㅎ
    3월, 진짜 뭔가 시작한다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