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 #20] 우리의 소중한 시간

사이
2024-02-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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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바다를 깨우러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캄캄한 겨울 아침 ‘바다야~’라고 부르며 암막 커튼을 젖히고, 조명을 켠다. 바다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환해진 빛에 얼굴을 찡그린다. 손으로 눈을 비비며 눈을 뜨려고 최선을 다한다. 바다의 실눈 사이로 내가 보이면 배시시 웃으며 두 팔을 막 움직이며 기어 오려고 한다. 히~ 웃으며 나에게 다가올 때 세상이 환해진다.

 

바다와의 첫날 밤을 기억한다. 산후조리원 내 방에서 단둘이 있었고, 어둠 사이로 작고 가녀린 숨소리가 들렸다. 우주 한 가운데 작은 생명체와 단 둘이 놓여있는 기분이었다. 언제 바다가 배고파할까 떨리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바다의 울음에 잠에서 깨서 수유하려는데 어설픈 자세로 나의 젖꼭지와 바다의 입은 자꾸 엇나간다. 바다의 울음이 점점 커졌고 간신히 젖꼭지를 물었을 때 긴장이 풀렸다.

 

집으로 돌아온 아가와 엄마는 이제 진짜 삶을 시작한다. 수유도 서툴고, 아기의 잠 울음도 당황스럽다. 임신 때부터 챙겨본 수면 교육 영상에서 ‘안아 재우지 말고, 침대에 등 대고 눕혀 재우세요’를 보면서는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실전은 복잡했다. 언제는 스르륵 잠들고, 언제는 발버둥 치며 울었다. 바다는 밤잠은 잘 자는 편이었지만, 낮잠 잘 때는 울었다. 인터넷에는 수면 교육을 위해 깨시, 안눕법, 쉬닥법, 퍼버법 등등 이런저런 방법과 후기가 나와 있었고 하나하나 시도해 보았다. 울어도 잘 때는 최대한 안아주지 않고 울음수행을 하려고 했다. 70일쯤 이제는 수면 교육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몇 주가 지나니 뒤집기를 시작했고 모든 게 리셋되었다.

 

결국 5개월 차에 유튜브로 공부한 수면 전문가에게 SOS를 쳤다. 간호사 출신에 20년 육아 상담 경력이 있으신 분이었다. 자기 또한 아기를 재울 때 안아서 재우고, 5살까지 팔이 저려도 팔베개하면서 재웠다고 하셨다. 이제는 과학적으로 인간의 생체리듬으로 잠의 리듬과 깨어있을 수 있는 시간이 밝혀졌다. 아기의 개월 수에 따라 낮잠과 밤잠의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그 시간에 맞게 침대에 내려놓고 기다려줘야 했다. 기다려주면 아기는 스스로 잠에 잘 수 있다는 능력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너무 신기하게 바다의 잠 울음은 거의 사라졌다. 한 달 뒤 6개월에 바다의 침대를 바꿔줘야 해서 분리 수면도 시작했다. 이제는 저녁 7시에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나고, 낮잠도 10시 3시에 꼬박꼬박 2시간씩 잠을 잔다. 나의 수면과 생활 또한 일정해졌다. 바다를 재우는 저녁 7시와 깨우는 아침 7시는 우리의 사랑이 가장 깊어지는 시간이다. 침대에서 하루를 여닫으며 서로의 살결을 느낀다. 불면의 시대에 잠은 더욱더 소중해진다. 앞으로도 바다가 잘 자는 아이로 크길 바란다.

 

 

 

 

바다는 256일이 되었습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사경은 아직도 1도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해서... 스트레칭중입니다 ㅜㅜ  그리고 피부는 피검사 후에 아연부족 때문에 나타날 수 있어서 아연섭취를 했는데 많이 좋아졌어요! ㅎㅎ 엄마의 다양한 경험들을 나눠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큰 힘이 되었어요!

 

바다는 이제 잡고 서기 시작했어요.

이제 눈을 땔수 없어서 안전모자도 씌워줬습니다. ㅎㅎ

까꿍놀이가 재밌는 바다에요! 

이유식 3끼로 늘리니 갑자기 몸무게도 늘어나고 훌쩍 커버렸어요~

 

댓글 12
  • 2024-02-15 21:08

    우와, 드디어 바다가 서기 시작했군요. 돌 되면 잘 걸을 것 같군요.
    이제 호모 에렉투스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바다, 대견합니다!!

  • 2024-02-16 07:05

    와! 안전모자 쓰고 걸음마 하는구나~~ 뽁뽁이 신발도 곧 사겠네^^

  • 2024-02-16 09:01

    밤잠 12시간, 낮잠 4시간! 하루 16시간 자는 기특한 바다!
    아기때부터 분리수면을 길들인 사이님, 고생했어요.
    (아기의 울음을 견뎌내는것 자체가 고생이잖아요.)

  • 2024-02-16 14:19

    파지에서 잠깐 봤었는데 그 사이 훌쩍 커버렸네요.
    눈뜨자마자 엄마보고 좋아서 어쩔줄몰라하는 모습,
    힘껏 꽃발 든 모습 귀여워요^^

  • 2024-02-16 15:30

    이젠 왠지 육아 고수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푹자고 잘 노는 바다의 이쁘고 건강한 모습을 공유해 주셔서 늘 감사해요, 사이님!!

  • 2024-02-16 19:20

    아기들에게 잠 패턴이 있다니 ..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럴것도 같은데 이걸 모르고 우리 엄마들은 얼마나 고생하셨던걸까요. 배우고 살아가는 사이님, 바다 가족 모두 꿀잠 자주 찾아오길~ (까꿍사진 보면서 저도 웃어요! 감사해요)

  • 2024-02-16 20:39

    아이고 이제부터 진짜 난관이.... ㅋㅋㅋ
    바닥에 있는 모든 것들을 치워야 할 때^^

  • 2024-02-18 11:56

    쑥쑥 자라는 바다.
    잠 잘자는 것만도 엄마에겐 엄청 큰 효도. ㅋㅋ
    다음 소식땐 걸으려나

  • 2024-02-18 23:48

    바다야~ 부르면 어떤 얼굴로 나를 쳐다볼지ㅎㅎㅎ

  • 2024-02-22 08:35

    까꿍놀이 바다표정 맑다 맑아 ㅋㅋ
    나까지 맑아지는 기분
    고마워~~ 바다야

  • 2024-02-23 17:28

    왜일케 심장이 두근거리지??^^

  • 2024-02-28 11:22

    아~
    바다의 잠에서 깨서 웃는 얼굴이 감동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