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쓰고,저렇게쓰고,끝까지쓰기-1> 주머니덕후

오늘
2023-03-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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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한번 사면 멀쩡한 상태로 버리는 일이 잘 없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환경에 대해 알게될 수록 더 물건을 사기도 버리기도 어려워 졌다. 옷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약소국의 환경들이 망가지고, 그 나라의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되는지를 알고 나니, 가볍고 빠른 패스트(fast) 패션의 유행이 그저 가벼운 주머니로 즐길 수 있는 기분전환 그 이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것들을 알기 전에는 패스트패션을 즐기던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20살때 산 옷을 들고 있다. 원래 이런사람인데 그러한 철학 혹은 명분을 등에 업고 나의 한번사면 진득허니 입고, 구제옷을 선호하는 취향이 강화되었다. 아마 내 옷취향이 변하지 않아서 더 쉬웠을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긴 설명들이 무색하게 이제는 옷을 거의 안산다. ㅎㅎ 구제옷도 귀찮다. 

 

나와 함께 사는 가족들도 나와  성향이 비슷한 편이지만 나만큼 철저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아주 가끔 남편이 옷을 내놓는 일이 생긴다. 

동네 곳곳에 있는(우리아파트에는 없지만) 옷 수거함도 사실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많은 양이 폐기물 쓰레기로 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른채, 버리지 않고 누군가 재활용한다는 사실로 위로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아버렸고, 마침 우리아파트는 그 옷수거함이 없다. 그래서 남편이 내놓은 옷을 계속 들고 있다가 패턴이 예쁜 남방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걸로는 뭘 만들어도 이쁠것 같아!"  라는 기대를 품고 핀터레스트를 찾아보았다. 

그래서 만든 아주아주 작은 주머니! 처음에는 용도를 정하지 못하고 갖고 있다가, 얼마전 아이가 치과에 가서 치아 상태가 몹시 안좋다는 진단을 받고,, <휴대용 어린이용 치실 주머니>로 용도를 확정하였다. 마침 소매도 두개라 하나는 아이가 학교 가방에 들고다니며 점심먹은 후 사용하고, 하나는 내 가방에 들고 다니며 아이와 외식후 하나씩 꺼내준다. 귀여운 싸이즈도 딱이고, 원단의 패턴과 색색깔 실의 감침질도 내스타일이다. 이 주머니를 꺼낼때마다 뿌듯함과 흐믓함에 기분이 아주 좋아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데, 별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서운했는데,,, 느티쌤 덕분에 여기다가 자랑을 한다. ㅋㅋ

 

 

 

남방은 원단이 면으로된 직기 원단이다보니 활용도가 높다. ㅎㅎ 

그래서 소매부분은  그대로 살려서 아랫면이 있는 길죽한 주머니를 만들었다. 나는 정리를 좋아하고 일회용비닐이나, 쇼핑백보다 주머니를 선호하다보니 주머니를 자주 만든다.  

 

 

그리고 몸통부분이다. 더 멋진것을 만들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형태를 만들었다. 여행짐 쌀때나, 물건을 정리할때 종종 사용한다. 손잡이를 만들어 붙였으면 더 편리하게 사용할수 있겠지만 무언가를 만들때 정해진 방식이 아닌 창의적인 방식은 항상 에너지를 많이 요해서 그냥 단순하게 만들어서 사용중이다. 

 

 

 

비닐이나 쇼핑백을 잘 사용하지 않아서 우리집 현관앞에는 이렇게 주머니와 장바구니, 가방을 모아서 정리해 두고 사용한다.  

난 이런 방식이 좋다. 

 

 

마지막으로 KBS환경스페셜의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 링크를 덧붙인다.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0-1654&program_id=PS-2021072305-01-000&broadcast_complete_yn=Y&local_station_code=00&section_code=05&section_sub_code=08

댓글 11
  • 2023-03-30 21:04

    난 오늘의 방식이 세상 멋스럽다.

  • 2023-03-30 21:08

    마법의 손! 능력있는 손!
    필요한 건 사지 않고, 내 손으로 만든다!
    위풍당당해요♡

  • 2023-03-30 21:09

    이분,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아이디어도, 솜씨도, 마음도 최고입니다.
    진정한 에코의 삶을 살고 계시네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 2023-03-31 08:20

    제가 너무 좋아하는 색감~
    거기다 오늘님의 생활글을 제가 좋아해요
    너무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 2023-03-31 13:00

    이 분이 이리 멋진 사람일 줄
    내 알고 있었지만 ㅋㅋ

    존경을 표합니다

  • 2023-03-31 14:50

    오늘님의 철저함에 새삼 놀랍니다~~

  • 2023-03-31 16:43

    장바구니 정도가 아니라 저렇게 각종 바구니용을 모아놓고 쓰는거 배워갑니다.
    오늘님은 생태소질이 남다른거 같아요
    생태소질이란 생태감수성보다 한단계 위로 제가 막 붙인 말이어요^^

  • 2023-03-31 20:11

    주머니 덕후!! 정말 존경스런 멋진 덕후세요!!

  • 2023-04-02 20:22

    신박한 아이디어에 솜씨까지... 다 갖추셨네요. 특히 물건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오- 정말 대단하셔요!
    이렇게 저렇게 끝까지 쓰는 오늘님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 2023-04-03 07:49

    주머니 옆에 색실로 감칠질한 거 너무 예뻐요!
    진정한 생활에콜로지스트 오늘의 에코 감각에서 많이 배우고 싶네요~

  • 2023-04-05 08:49

    20살에 산 옷을 아직도 갖고 있는 오늘님
    멋지세요! 전 사람 만나는 일을 한다는 핑계르 아직도 사고 있네요ㅠㅠ
    당장 멈춤은 어려워도 오늘님 옆에서 배워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