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1

토토로
2023-03-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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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일러두기

*‘생태맹탈출 프로젝트’ 대신 ‘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꿨다.

*나의 프로젝트 일지에는 생태지식 보다는 ‘스토리’가 있었음 한다. 자연을 많이 알지 못해도, 친하게 지낼 줄 알고, 그것이 실뜨기 놀이가 되고 사소한 이야기가 됐음 좋겠다.

 

새소리, 새둥지 그리고 제비, 까마귀

생태감성 기르기 프로젝트 첫 번째 시도, 하천 관찰하기. 밤 시간 운동 삼아 하천을 걷는 일은 상당히 익숙하다. 생태감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패턴을 바꿔 낮 시간에, 이어폰 없이, 느린 걸음으로 걸어보고 있다. 밤에 보던 하천이 낮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 겨울이라 그런가. 뭐가 좀 있었음 좋겠는데, 딱히 별개 없다. 그나마 이어폰을 빼니 듣게 되는 소리는 확실히 다르다. 물소리, 차 소리. 동네의 별별 소리, 특히 새소리!!!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새 소리도 제각각 다양하다. 느낌상 덩치가 큰 새들은 저음에 성량이 큰 편이다. 알토같다. 작은 새들은 하이톤에, 맑은 소리를 낸다. 소프라노쯤 된다. 새가 어딨는지 잘 보이진 않는데 소리만큼은 참 많이 들린다. 날이 따뜻해지면 새가 더 눈에 띨까. 얼마 안 되는 새라도 보다보니, 저 애들은 밤에 어디서 잘까 싶어 나무를 살피게 된다. 잎사귀하나 없는 겨울 나뭇가지 위로 드문드문 새집이 보인다. 잔가지로 촘촘하니 꽤 잘 지었다. 아슬아슬하게 나무위에 지어졌지만, 아마 태풍에도 부서지거나 날아가진 않을 테지. 절묘하다!

 

 

이쯤에서 갑자기 떠오른 기억! 나도 오래전에 새 둥지를 가까이 본적이 있다. 어릴적(여덟살) 할아버지댁 기와집에 제비둥지가 있었다. 제비둥지는 나뭇가지로 지어진 게 아니라, 진흙같은 걸로 발라져서 처마 밑, 기둥에 붙어있었다. 호기심이 일었던 오빠와 내가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그 안을 살펴보았고, 작은 알들을 발견했다. 왜 그랬을까. 오빠와 나는 알을 꺼내서 멋대로 가지고 놀다가 깨뜨리고 말았다. (애들이 의외로 무심하다. 지금 그런 일을 벌이는 꼬마가 있다면 나는 엄하게 야단을 치겠지.) 할아버지는 삼십년 전에 돌아가시고 기와집은 빈집이 되었다가, 이젠 빈터만 남았다. 그 뒤론 한 번도 제비 둥지를 보질 못했다.

(퍼온사진)

 

본디 음력 3월 3일(금년 양력 4월 22일)은 ‘삼짇날’로 불린단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라고 한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도 이때쯤 돌아온 건가. 암튼,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가 아니라, 돌아온 제비를 반기며 흘러넘치는 봄의 정취를 즐기는 '풍류의 날'이라는 것!

 

그런데 내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새가 있다. 까마귀다. 요즘 우리 아파트에서 단연 가장 많이 들리는 새소리는 까마귀소리이다. 귀가 밝은 편인 나는 그 소리가 상당히 거슬린다. 작년쯤인가부터 까마귀의 우렁찬 소리가 (느낌상) 아침을 장악해버렸다. 숫자도 은근 많다. 갑자기 까마귀가 늘어난 건 기후가 변하면서 주로 따뜻한 남쪽지역에 살던 까마귀가 북쪽으로 올라오게 됐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이것 한가지로 보긴 어렵다. 도나 해러웨이에 따르면 지금의 지구, 특히 도시 생태계는 인간과 비인간의 함께-되기(with-becoming)의 과정이며 결과라는데... 인간의 이동과 필요가 비둘기 개체수를 늘린 것처럼, 까마귀도 그리 된 것인가. 죄 없는 까마귀에게 부질없이 짜증을 부렸구나 싶다.

(그래도 이렇게 될까봐 겁난다....ㅎㄷㄷ;;;;)

 

마지막으로 봄기운이 확연한 오늘 아침(3/5)에 포착한 새 사진. 제비로 추정된다. 아니!  이 친구들 벌써 돌아온겐가.....!!!

 

(노라쌤이 짧게 쓰라했는데...ㅋㅋㅋ길어졌다.^^)

댓글 11
  • 2023-03-05 21:20

    첫 이야기부터 토토로샘의 생태갬성이 막 꿈틀거리는 게 느껴지고,,, 좋습니다!
    그사이에 동네에서 새랑 둥지를 많이 발견하셨네요 ㅋㅋ

    저는 최근에 갈매기를 가까이서 볼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제가 새우깡 좋아하는 바다새 정도로만 생각했더라구요. 이번에 보니 뭐랄까 좀 도도한 느낌의 예쁜 새였다능...

    애니웨이, 다음 스토리도 벌써 기대됩니당. ㅎㅎㅎ

  • 2023-03-05 21:30

    제비가 돌아오는 삼짇날도 지나고 이제 봄이네요
    생태감성 기르기에 딱 좋은 계절 ㅋㅋ
    근데 저 새는 아무래도 제비는 아닐듯
    까치나 비둘기가 아닐까요??

    • 2023-03-06 16:08

      음력 삼월 삼짇날이 지나야 (양력 4월 중하순?) 제비가 돌아오는디...ㅋㅋㅋ

    • 2023-03-06 18:12

      올해 삼짇날은 4월 22일.
      윤달이 껴서 좀 늦나봐요.
      예전에는 삼짇날이 중요한 풍속일 이었대요.
      진달래 화전도 부쳐먹고 그랬다는데..
      생태감성 기르려다 절기도 배우고...헤헤^^;;

  • 2023-03-06 09:06

    토토로샘이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져요^^
    새들의 이야기 소리도 궁금해요~

  • 2023-03-06 22:45

    까치는 머리와 꼬리가 까맣고 배가 하얗더군요^^

  • 2023-03-07 10:20

    산에 오르다 보면 까마귀가 유난히 많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갑니다.
    까치에 비해 몸도 크고 검은색의 무리를 보면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그런데 까마귀들이 많이 보이는것도 기후 변화로 인한 새들의 이동이라니...
    안타깝네요.

  • 2023-03-07 18:56

    토토로의 생태일기 재밌네요 ㅋㅋ
    전 최근에 성복천에서 가마우지 봤어요. 정말 물고기 잘 잡더라구요

  • 2023-03-07 21:16

    스또오~~리가 어디로 흘러갈지 흥미롭군요ㅋㅋ

    그런데 전 까마귀가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않아요...
    아마 까마귀도 제가 무섭겠죠...

  • 2023-03-08 23:11

    저 사진들 찍으려 거리의 사진사가 된 토토로를 생각하니 흐뭇하네요 ㅎㅎ
    까마귀든 까치든 많이 모여있으면 위협적이죠
    자기들은 의도하지 않았어도..
    아이고,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위협적일지 갑자기 아찔해지네요

  • 2023-03-14 13:55

    울 집 창너머에 목련꽃 봉우리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어요. 이걸 인지하니 토토로가 생각나네요. 길가다 들리는 새소리에도 귀기울이게 되고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