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불교학교> 인터뷰: 불교 공부는 농사짓기나 다름없죠

고은
2023-01-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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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짜리 <불교학교>가 열린다. 튜터는 요요쌤이다. 요요쌤은 <북앤톡>에서는 ‘요요와 불교산책’(클릭)을, <인문약방>에서는 ‘요요의 월간명상’(클릭)을 연재하고 있다. <불교학교>의 탄생 과정을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사람들의 바람과 지지가 묻어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2022년 연말에 진행된 <문탁네트워크 2023 워크숍>에서 <불교학교>의 반장 자리를 놓고 두 사람이 내가 하네, 네가 하네 줄다리기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워크숍 줄다리기의 주인공인 인디언쌤과 도라지쌤을 한자리에 모셨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줄다리기가 아니었다고 부정했다. 인디언쌤은 자신이 <불교학교>를 하자고 오래전부터 주장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졌을 뿐이라고, 도라지쌤은 선생님들이 프린트를 하게 둘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중요한 건 <불교학교>가 누군가의 오랜 지지 끝에 비로소 시작하게 되었으며, 요요쌤을 도와 <불교학교>에 마음을 내고 싶은 사람이 둘이나 됐다는 사실이다. 불교의 매력일까? 요요쌤의 매력일까? 두 분을 모두 모시고 불교와 요요쌤의 매력을 집중 탐구해봤다.

 

 

 

 

 

 

죽비로 뒤통수 맞는 즐거움

 

고은          선생님들은 언제 불교 공부를 처음 하셨어요? 왜 불교 공부가 좋으신가요?

 

인디언       몇 년 전에 요요쌤이랑 불교 세미나를 오래 했어요. 그때 불교에 관심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재작년에 비전 세미나에서 다시 했을 때 되게 좋더라고요. 잘 모르겠는데 끌림이 있었죠.

 

도라지       불교를 처음에 접한 게 2016년 인문학 축제 <일상의 수행, 수행의 일상>에서 읽는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였어요. 그리고 어떻게 된게, 공부할 때마다 불교 텍스트가 있었어요. <영성 세미나>에서도 불교 텍스트 아닌 책 읽을 땐 쉬어서, 결국 불교 텍스트만 읽게 됐어요.
                  저는 불교라는 렌즈로 세상을 보는 방식에 매력을 느껴요. 예전에는 계획했던 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요. 불교를 공부하고 보니까 ‘계획하고 하고자 한다고 되는 건 없구나’ 싶었죠. 그래서 거기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졌어요. 특히 재작년에 부모님 두 분 다 아프시거나 수술하셨는데, 그 시기를 큰 부대낌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게 불교 덕분이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이게 나한테 잘 맞는 공부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 인터뷰 중인 인디언쌤

 

인디언       <논어>에서도 의필고아(意必固我)가 없다고 하고, 불교에서도 연기(緣起)를 중요하게 얘기하잖아요. 아는 것 같아도 막상 일상에서는 까먹게 되죠. 그래도 공부하고 얘기하다 보면, 그게 다시 나를 깨어있게 해줘요. 그런 면에서는 불교가 굉장히 직접적인 것 같아요. “이거 아니잖아”라고 바로 얘기를 해주니까요. 뒤통수를 죽비로 때려주는 것 같은? 불교를 잘 모르지만, 요요쌤이 글을 한 번씩 써서 이렇게 올리면 되게 좋거든요. 울림이 확 와요.

 

도라지        불교에는 나하고 대면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면, 또 다른 내가 ‘네가 왜 그러냐면…’ 하고 그걸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요. 여러 가지 각도에서 왜 지금 화가 나는지, 짜증이 나는지 보게 하죠.

 

 

 

 

인간 붓다를 만나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고은         그동안 읽으셨던 불교 책 중에 같이 나눠보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인디언       까시 바라드와자라고 하는 농부가 있었어요. 부처님이 걸식하는데 이 농부가 밥을 안 주는 거예요. 자기는 밭 갈고 씨뿌리는데 당신은 왜 왜 일을 하지 않고 먹으려고 하냐는 거죠. 그때 부처님이 한 얘기에요.
                 “믿음은 씨앗. 고행은 비. 나의 통찰지는 멍에에 맨 쟁기. 양심은 연결하는 막대기. 마음은 노끈. 나의 마음 챙김은 보습과 머리 막대. 몸을 보호하고, 말을 보호하고, 배 속에 들어가는 음식량 제어하고, 진리를 잡초 뽑는 갈고리로 사용하여 온화함에 도달하여 나의 멍에 풀었도다. 정진이야말로 짐을 실어 나르는 동물. 유가안온으로 실어가도다. 그것은 쉼 없이 가고 또 가나니 거기 가서 사람은 슬퍼하지 않도다. 이와 같이 밭갈이를 다 해 마치고 불사의 결실을 거두게 되니, 이러한 밭갈이를 마치고 나면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풀려나도다.”
                저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제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근데 부처님은 되게 직접적으로 말해요. 비유로 사용된 것들이 다 농사를 짓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잖아요. 그렇게 짚어주니까 나도 실천할 수 있는 공부처럼 느껴지게 해주죠. 무아, 무상, 연기설처럼 고원한 공부는 어렵고 모르겠는데, 경전에서는 간단한 거를 하나씩 가르쳐주는 거예요.

 

도라지       그 순간에 그걸 이해한 농부가 대단하다 싶어요. 아마 나였으면 이해 못 하고 밥 안 줬을 거야.

 

모두          (한바탕 폭소)

 

▲ <법구경>의 일부를 읽고 있는 도라지쌤

 

도라지       제가 고른 문장은 <법구경>에 있는 거예요. 다 읽으면 길어서 일부만 읽어볼게요.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수호자이니 다른 누가 수호자가 되리. 자신을 잘 제어할 때 얻기 어려운 수호자를 얻는다. 스스로 행해진 악은 자기에게서 생겨나고 자기로부터 생산된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단단한 보석을 부수듯 그것이 지혜롭지 못한 자를 부순다. 그릇되고 해로운 일은 자신에게 행하기 쉽고 유익하고 옳은 일은 자신을 위해 지극히 행하기 힘들다. 자기가 실로 악을 행하고 자기가 오염된다. 자기가 악을 행하지 않고 자기가 청정해진다. 깨끗함과 더러움은 각자가 짓는 것. 누가 누구를 정화시킬 것인가. 남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해도 자기가 할 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 자기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알아 바로 그 해야 할 일에 전념해야 하리.”
                 부처님은 신적인 존재가 아니었어요. 인간 붓다로서 제자를 가르치셨죠. 돌아가실 때 울고 있는 제자들에게 각자 자기를, 법을 의지처 삼으면 붓다 자신이 없어도 상관없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나를 돌아보면서 계속 공부해야 자유로울 수 있고, 그 안에 깨달음이 있는 거니까요. 이태원 참사 이후로 애들이 나갈 때마다 불안해요. 원래 연락하라고 잘 안 하는데, 요새는 겁나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망상이에요. 나라고 그런 일을 비껴갈 수 없고 애들을 잡아맬 수도 없잖아요. 불교 공부를 하면 이게 어떤 욕망에서 비롯된 집착인지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겨요. 현재의 걱정, 불안이 얼마나 어리석은 망상인지를 알게 해주죠.

 

 

 

고은          <불교학교> 신청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도라지      <불교학교>는 초기 불교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종교적인 색채가 없어요. 저도 불교 신자가 아니고요. 아마 다들 살면서 불교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요? 불교에 대해 잘 모르니까 막연한 호기심이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처음에 불교 하면 향냄새가 떠올랐어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번 <불교학교>가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거예요. 왜냐하면 불교에 관해 처음부터 시작하는 세미나가, 초기 불교 경전을 읽는 세미나가 드무니까요.
                 그리고 <북앤톡>의 요요쌤 연재글 보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내심 요요쌤을 흠모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가까이서 요요쌤의 모습을 좀 더 여실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몇 년간 요요쌤 옆에서 세미나 해 온 사람으로서 장담하건대, 실망하지 않을 거다.

 

▲ 월정사 아래 명상마을에서 창 밖을 보고 있는 요요쌤

 

 

                 <불교학교>는 4개의 시즌인데, 시즌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시즌1에서는 붓다와 불교의 기원을 다루며 1년 과정을 위해 몸을 덥힌다. 시즌2에서는 붓다의 가르침을 알짜배기로 살펴보는데, 시즌2에만 특별히 추가되는 요요쌤의 직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즌3에서는 명상과 수행의 세계로 떠난다. 함께 다녀올 1박 2일로 명상센터 훈련이 그에 대한 감을 잡아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쉽지 않은 건 공부와 수행을 일상의 영역으로 가지고 내려오는 일이다. 시즌 4에서 쓰게 될 매주 한 편의 메모는 동학들과 함께 일상을 수행처로 만들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요요쌤과 함께 할 수 있는 초기 불교 세미나, 놓치지 마시길.(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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