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대신 'SF' 클래식, 여덟 번째 시간

명식
2023-05-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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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명식입니다.

 

  지난주에는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중간 세미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필립 K 딕이라는 작가에 대하여 간략히 알아본 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도입부를 시청한 뒤에 책에 대해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하였는데요. 중간 세미나인만큼 완전한 감상을 공유할 수는 없었지만 이번에도 여러 흥미로운 의견들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필립 K 딕은 이전까지 우리가 만났던 ‘SF의 3대 거장’ 로버트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에 비해 대단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인물입니다. 그는 수많은 정신질환을 앓으며 일평생 약물에 중독되다시피 했고, 다섯 번의 결혼과 다섯 번의 이혼을 거쳤으며, 말년에는 환시를 보거나 컬트 종교에 심취하는 등 안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비교적 이른 53세에 사망했습니다. 허나 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그는 <높은 성의 사나이>, <기억을 팝니다>, <흘러라 내 눈물, 경관은 말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비롯한 숱한 걸작들을 남겼으며 어슐러 르 귄이나 로저 젤라즈니 등 동료 SF 작가들의 리스펙트를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주로 디스토피아적이고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데요. 그의 SF 소재들은 난해하고 낯설며, 거의 불합리적이라고 할 만한 방식으로 인간에게 예측불허의 불행을 가져옵니다. 기업과 국가는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며 개인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이따금씩 등장하는 외계문명은 스스로도 쇠락하는 와중에 인간을 이용하거나 파멸시키려 들며, 로봇들은 인간에게 탄압받으며 인간을 증오하거나 복수를 꿈꿉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그 분위기에 걸맞게도 허무하거나 파멸적인 엔딩을 맞는 경우가 많은데 그를 통해 딕은 인간 존재의 가치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건들의 의의를 질문하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고요.

 

  이런 작품의 분위기에 대해 호면님께서는 최근 출판된 딕의 전기 <나는 살아있고, 너희는 죽었다>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실제로 평생 자신이 감시당한다고 믿었고, 또 진짜와 가짜를 의심하며 살았던 딕 본인의 이야기가 소설에 녹아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초희님은 작내에서 진짜 고양이(생명체)냐 가짜 고양이(기계)냐에 따라 판이하게 바뀌는 사람들의 태도를 두고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진짜냐 가짜냐에 따라 이런 식으로 감정이입이 딱 잘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그런가하면 유하님은 작품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감정조절기계를 인상 깊게 보았다고 해주셨는데요. 작품에서 감정이입 능력이 인간을 정의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기계가 존재하고 대단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혼란스럽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다들 말씀해주셨듯, 중간까지 읽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인간과 안드로이드, 생명체와 기계, 진짜와 가짜라는 두 영역의 경계선상을 애매하게 흐트러뜨리며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질문에는 작가 본인이 평생 동안 겪었던 고통과 트라우마가 그대로 드러난 느낌이기도 하고요. 과연 이 이야기가 마지막에 어디로 향할지, 끝까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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