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해설서 낭독> 여섯 번째 시간 후기

김은영
2023-02-13 18:50
237

세미나 6회 차를 준비하면서 문득, 어쩌다 내가 이 공부를 하게 되었지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시간이 비었고,  8번만 잘 채우면 책을 두 권 읽게 되는 거고,  칸트에 관한 대략의 내용도 습득할 수 있겠고, 아차차, 책이 두 권 생긴다는 이유도 있었네요. 

늘 그렇듯, 처음 접하는 공부는 최대한 게으르게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계획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세미나 때까지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음에도 정리가 안되고, 다가오는 내용은 늘 새롭고 거기다 앞의 내용은 이미 희미해져 가고, 이번 6회차는 분량이 많아서 더더욱 힘들고 반쯤은 포기하는 마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의 목소리로 글을 읽으니 새롭게 환기가 되고, 나누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 보면 뿌옇던 머릿 속이 다소 맑아지는 느낌이 드니 계속해서 참가할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강의를 듣는 게 아니고, 내 힘으로 책을 돌파하며 철학을 공부하는 기분이란, 아직은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매번 느끼게 합니다. 아마 세미나가 다 끝나면 그 느낌이 정리가 될 것도 같습니다. 무튼, 저는 6회차 후기를, 6회차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글로 대신합니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변증학은 통째로 잊어먹게 될 것 같은 불안함 때문에  썼습니다.

6회차는 3부 분석학의 마지막 챕터 두 개와 4부 변증학을 시작하는 15강, 16강, 17강 챕터 두 개를 진행했습니다.

예지체의 적극적 의미와 소극적 의미에 대한 설명, 소극적 의미로 예지체를 사용했을 때의 유용함, 그리고 지성을 감성적 직관 그 이상으로 확장하여 초험적으로 사용해 예지체에 해당하는 시공간적 관계를 현상적 관계라고 간주한, 라이프니츠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로 3부 분석학을 마무리 했습니다.

15강에서는 그동안은 우리가 경험하고 인식할 수 있는 한계를 정의내리는 작업을 해왔다면, 지금부터는 신, 자유, 영혼의 불사성의 세계, 변증학이라고 불리우는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이 영역은 시각적 착오와 같은 감각적 가상이 아닌 '초월적 가상'의 영역인데,  칸트는 '초월적 변증학'을 통해 그 가상성을 지적하면서도,  결국에는 그것을 어떻게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안내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경험 가능성의 한계 안에 머무르려 하지 않은 순수이성은 '초월적 이념'을 자신의 개념으로 하여 모든 경험을 종속시키려 하는데, 이성의 이런 작업은 어떤 객관이 규정되는 것도, 대상을 인식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지성을 확장해서 지성 개념들에 어떤 통일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칸트는 이것의 진면목이 '도덕적 실천'에 있다고 말합니다.

순수이성은 초월적 영혼론, 초월적 우주론, 초월적 신학의 이념을 제공하고, 이는 각각 영혼의 불사성, 자유, 신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에 해당합니다. 16강부터는 이 세가지 무조건자가 갖는 오류들, 가상적 성격들을 밝히게 됩니다. 

16강은 순수이성의 초월적 영혼론에 대한 오류츄리를 진행하는 내용입니다. 초월적 오류추리는 '영혼'처럼 아무런 잡다도 포함하지 않은 주관 자체의 절대적 통일성을 추리합니다. 모든 사고에 나타나는 사고의 지배자로서, '나는 생각한다'가 과연 변하지 않은 실체인가에 대해 칸트는 범주표를 응용, 도식을 만들어 하나하나 오류추리를 해나갑니다. 결국 경험의 영역을 벗어나서 설명되는 영혼론은 변증적 오류추리에 불과하며, 영혼론의 초월적 가상에서 등장하는 영혼과 신체의 상호작용이니 인간이 탄생하기 전의 영혼의 상태 등의 물음 또한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음'이 답입니다. 생 이전이나 이후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오류추리를 통해, 우리의 인식을 경험의 한계 안에서 작동하지 않을 때의 그 틈으로 망상이 들어오고 '이러한' 오류추리들이 나타나게 된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성은 '생각하는 나'를 논리적 조건이 아닌 실체적 인격성을 가진 영혼을 사유하려고 하고, 이러한 '이성적 영혼론'은 실천적 이성 사용과 결합되면 자연의 목적, 인간 삶의 목적 등과 같은 경험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실존을 확장하려 합니다. 이는 이론적 인식에 의해선 확보될 수 없는 전망이자 시선이어서, 실체이자 인격으로서의 우리 실존의 필연적 지속은 이런 도덕적 차원, 실천적 차원에서'만' 통찰되어야 함을 칸트는 말하고 있습니다.

17강은 초월적 우주론이 갖는 오류를 순수이성의 이율배반으로 설명하는 장입니다.

순수이성의 오류추리에선 영혼의 무조건적 통일과 관련, 네 가지 잘못된 원리를 비판했습니다. 여기선 정립과 반정립이라는 이론적 대결이 나타납니다. 정립과 반정립의 상충이 이율배반입니다. 두 테제가 팽팽하게 맞서 어느 하나도 제대로 주장할 수 없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자기 주장만 앞서 비판 정신의 소멸이라 불리우는 '철학의 죽음', 주장조차 없이 모든 확신의 장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주의적 태도인 '순수이성의 안락사'로부터 이성을 구출하기 위한 시도라는 긍정적 의미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성이 경험의 한계를 넘어 확장하려고 하면 궤변적 정리들이 생겨나고, 그 자체로는 모순도 없고, 오히려 필연성의 조건들을 발견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순수이성의 변증학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이 있는데, 순수이성이 이율배반에 빠져드는 명제는 무엇이고, 어떤 이유때문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성이 확실성의 길로 갈 수 있는가, 입니다. 칸트는 이율배반에 빠져드는 명제들은 인간 이성의 진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신의 존재, 자유의 유무와  같은 질문들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가상의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변증적 이론은 이념들에서의 이성 통일과 관계하는데, 이는 규칙들에 따르는 종합으로선 지성에 부합해야 하나 , 종합의 절대적 통일로서는 이성에 부합해야 하니, 모순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율배반을 피할 수가 없게 됩니다.  궤변적 주장들의 변증적 싸움터는 격렬할 수록 각 주장이 이율배반 속에 있음을 알려주고 이성이 자신의 한계와 착오를 깨닫게 되는, 이 '회의적 방법'만이 이성이 확실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합니다. 

이 회의적 방법인 이율배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게 다음 시간의 세미나가 될 것 같습니다.

 

댓글 4
  • 2023-02-14 15:37

    지난 시간은 세 챕터나 강독하느라고 분량이 꽤 되었는데, 후기를 보니 다시 새롭습니다.
    알듯 말듯 하다가 세미나를 하면 좀 알것 같은데, 요게 진득하게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언젠가 원전을 펼치면 숨어 있다가 나오겠죠? 마치 선험적인 것인양.....ㅎㅎ

  • 2023-02-14 16:04

    지난 시간에 읽을 분량이 많아서, 못 읽은 부분부터 강독을 다시 시작합니다.

    17강.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
    첫번째 이율배반 - 바람님
    두번째 이율배반 - 여울아님
    세번째 이율배반 - 여울아님
    네번째 이율배반 - 가마솥님
    에피쿠루소주의와 플라톤주의의 대립 - 손숙희님
    이율배반의 이유와 비판의 척도 - 단순삶님
    변증학 해결의 열쇠로서의 초월적 관념론 - 호수님
    우주론적 논쟁에 대한 비판적 판결 - 김은영님
    이율배반의 가상적 상충 - 무사님
    순수이성의 규제적 원리 - 여울아님
    수학적 이율배반의 해결 - 바람님
    역학적 이율배반의 해결 - 가마솥님.

    18강. 순수이성의 이상 - 손숙희님

    존재론적 증명의 불가능성 - 단순삶님
    우주론적 증명의 불가능성 - 호수님
    물리신학적 증명의 불가능성 - 김은영님
    이념들의 규제적 사용 - 무사님
    이성의 변증성과 그 궁극적인의도 - 바람님

    • 2023-02-15 14:48

      무사샘이 다음 시간에 못 오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매번.. 결석 예고를 거부하고 싶어하시는 가마솥샘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ㅎ

  • 2023-02-15 14:53

    후기 감사합니다. 틈틈이 리쩌허우의 <비판철학의 비판>을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지난 시간에 우리가 읽은 초월적 영혼론 부분이.. 그러니까 리쩌허우가 '자아의식 즉 통각의 원시적 종합 통일'이라고 쓰고 설명하는 이 부분은 "칸트의 인식론에서 매우 결정적인 문제이고, <순수이성비판>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줄곧 인식되어왔다. 그래서 칸트 인식론의 '미로'라 불린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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