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두 번째 시간 후기

micales
2022-05-30 02:09
108

 

앞전에 아렘샘께서 적으신 후기가 올라왔을때, 글을 보다가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과학 후기의 결정판” 이라고? 내가? 대체 왜? 칭찬인지 앞으로의 내가 언젠가 써야할 후기에 대한 막중한 부담감(그러니까 칭찬보다는 저주에 가까운)인지 모를(심지어 나는 앞에 ‘더군다나’라는 말까지 붙어있다!) 그 짧은 나에 대한 언급을 보고서 나는 갑자기 과학세미나에서의 후기를 쓸 그 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잘 써야지 후기의 결정판으로서의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세미나 말미에 이르러서는 후기를 괜히 피하려고 조용히 앉아있는 나에게 그것이 오고야 말았다. 후기. 심지어 아렘샘께서는 저번 과학 강좌 때의 후기에 대한 극찬을 하시며 이번에는 그렇게 잘 쓰면 뒷사람이 부담되니까 가볍게(?) 쓰라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시며 나에게 후기를 넘기셨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떻게 쓸지 머리만 쥐어뜯은 끝에 결국 마감시간에 임박하여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다. 후기, 어쩌면 발제보다 더 무서운 것일지도.

 

(…)

이번 시간에는 파울리의 삶뿐만이 아닌, 본격적인 과학원리에 관한 설명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과학서적들과는 달리, <스핀>은 단순히 시대별 다양한 원자의 모델들뿐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만들어낸 사람들 또한 보여주기에, 과학적인 원리에 대한 ‘지식(혹은 정보)’보다도, 다양한 사람들의 손을 거쳐 탄생하고 발전을 거듭하는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한 면들이 꽤 많았다. 다시말해, 한 발 더 물러나서 ‘과학’이 아닌, ‘사람들이 하는 과학’을 보여준 느낌이었다. 

이 책의 부제는 ‘파울리, 배타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이지만, 이번 부분에서 파울리는 사실상 등장하는 수많은 과학자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사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으로는 파울리가 중심이 아닌, ‘파울리와 그의 친구들’이라는 부제가 더 맞는 듯하다. 그리고 파울리가 태어나기 전, 아니 그보다도 한참 전,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는 개념을 고안해낸다. 그리고 이러한 원자(세상의 기본구성단위)라는 개념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져 마침내 돌턴과 라부아지에를 거쳐 19세기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원자에 대한 탐구가 단지 과학적인 발전의 성과 이기만 한 것일까. 2장의 머리에서 인용된 칼 마르크스의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분을 살펴보자.

 

“원자가 특질을 갖는다는 것은 원자의 개념에 모순된다 그 까닭은(…)모든 특질은 가변적이지만 원자란 불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가 특질을 갖는다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다. 왜냐하면 감각적 공간에 의해 분리되는 많은 충돌하는 원자들은 직접적으로 서로 구분되어야 하고, 자신들의 순수한 본질로부터도 구분되어야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질들(quality)을 가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과는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마르크스가 이 논문을 쓰던 당시에는 원자에 대한 (자연철학이 아닌)과학이 성립되어가고 있던 전환기였다. 따라서 마르크스가 논의하고 있는 ‘원자’는 아직 자연철학적인 형태에서 탈피하지 못한 형이상학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파울리와 그의 친구들의 과학으로 이르기까지의 차이를 드러내는 구절이다.

 

더불어서 이는 양자역학이 펼쳐지는 지평인 서양의 기본적인 사고의 기초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고대 그리스로까지 소급하는 ‘근원’/‘근본’에 대한 탐구라는 것 위에서 출발한, 결과적으로는 현재까지 유효한 양자역학의 기반조차도 철학적인 것으로 다시 연결되는 과학과 철학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그 출발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연철학에서 시작했던 과학(혹은 원자론)은 파울리에게까지 어떻게 이르렀을까. 이를 위해선 먼저 분광학을 살펴봐야 한다. 빛의 스펙트럼을 연구하는 분광학은 다양한 발전을 거쳐 스펙트럼에서의 특정 위치의 빛패턴들이 각각의 원소를 뜻하는 것을 알아냈으며, 따라서 어떤 물질이 그 구성원자에 따라 특정한 파장만을 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 후 제이만이라는 네덜란드의 과학 조수가 빛과 자기 간의 관계를 연구하던 중, 전자석의 자기장이 원자의 스펙트럼 선을 두껍게 만드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는 당시 제이만의 대학 교수였던 로렌츠의 복사이론에 의해서 설명이 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원자의 선 스펙트럼은 물질 내의 전기적 성질을 띤 작은 입자의 진동(즉 전자의 기초적인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고, 따라서 원자의 내부 구조 또한 이로 인해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스펙트럼 선이 굵어지는(사실은 갈라지는)’제이만 효과’ 중에서도 로렌츠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 있었고, 이는 비정상 제이만 효과라고 불리게 된다. 

 

약간의 기체를 넣은 유리관에 전극을 달아 전기를 통하게 만들면 기체가 (음극에서)빛을 내는 현상을 ‘음극선’이라고 부른다. 톰슨이라는 과학자는 이 현상의 정체를 해명하려 했는데, 톰슨은 이같은 현상이 입자의 흐름이라고 모종의 증명을 하는데 성공하고, 또한 음극선을 이루는 이 입자(‘미립자’)가 모든 물질에 보편적으로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이 현재의 ‘전자’이다. 앞서 말한 제이만 효과(로레츠의 복사이론을 입증한)와 톰슨이 알갱이 전자가 있음을 보인 것을 합쳤을 때, 우리는 이 입자인 전자가 원자 내에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는 중성이기에 전자의 음전하를 상쇄시키는 양전하의 무언가가 원자 안에 또 있어야 한다. 즉, 원자는 크기와 구조 등을 가지는(다시말해 특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러더퍼드는 자기장에 반응하는 방사선의 종류들을 나눠 알파선, 베타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중 알파선이 전기를 띤 입자라는 사실을 밝혀내는데, 조수인 가이거와 함께 알파선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하였고, 이를 통해서 알파입자의 개수를 세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수의 변화를 전하의 변화에 연관지어 알파입자의 전하가 전자의 전하의 두 배라는 사실또한 알아낸다. 

 

톰슨이 미립자(전자)가 원자의 주성분이라고 가정하여 수천개 이상의 미립자가 원자를 이루고 양전하는 고르게 분포되어있다고 생각한 반면(그 유명한 건포도 푸딩 모형), 로렌츠는 자신의 복사이론에서 전자들이 원자 구조 중 어딘가 매달려 진동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러더퍼드는 실험장치를 이용하여 원자 중심에 무거운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가벼운 전자가 도는, 우리가 흔히 쓰는 원자의 로고의 기원이 돠는 모형을 고안 해낸다.

 

사실 이것들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요약하기도 벅찰 뿐더러, 그 논리적인 추론 과정들을 다 담기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사실 그 뒤에 보어가 이 모든 것들을 통합하는 이론을 고안해내지만, 거기까지 쓰면 이야기가 넘 길어질 것 같아 중간에서 끊겠다…). 

 

그래도 한 가지를 말하자면, 불변의원자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비록 대상이 같은 원자를 가리키고 있지는 않을지언정)양자역학을 탄생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양자역학이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변하지 않는모든 것의근원을 찾고자 하는 정신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댓글 3
  • 2022-05-30 10:15

    ㅎㅎ 재하군 때문에 자꾸 매 장마다 시작하는 책날개 부분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는... 

    원자의 특질을 얘기하는 마르크스 책날개가 오늘 원자의 후기에서 알파와 오메가 역할을 한 셈이네요. 

  • 2022-05-30 12:58

    배타원리에서 전자의 배치를 공부하다보니 원자의 특질은 전자의 배치에 따른 것 아닌가.. 구체적으로는 양자수에 따른 것 아닌가 싶습니다.  

  • 2022-05-30 17:02

    댓글을 달라시지만 제가 주말내내 너무도 잘 놀아서(?) 머리가 시원하게 텅 빈 상태라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아 그냥 카톡에 남긴 글 다시 복사합니다. 용서하세요^^

     

    지난 번 재하님의 원자라는 개념에 관련된 질문과 관련해 이런 생각이 드네요. 지금 스핀에서 우리가 읽고 있는 원자 구조의 기묘한(?) 안정성 덕분에 우리가 속한 세상만물이 지금의 형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원자는 세상만물을 이루는 근본 단위란 생각이 듭니다. 전자만으로는, 원자핵만으로는 지금의 세상 모습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building block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있는 건 전자와 같은 기본입자들은 서로 구분이 불가능한 반면, 구분가능한 quality가 바로 원자부터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쯤에서 원자가 질들을 가져야한다고 했던 2장 시작부의 마르크스의 알쏭달쏭한 문장이 다시 생각나네요. 마르크스의 묘사는 원자와 기본입자의 개념이 섞여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던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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