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록 5회차: 주일천리

콩땅
2023-11-23 08:11
165

전습록 상권의 129조목 중에 서애의 기록은 14조목까지이고, 15조목부터 104조목까지는 육징의 기록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서애의 마지막 두 조목과 육징의 기록 중에서 27조목까지 읽었습니다. 순간 8조목만 있는 대학 읽을 때가 좋았구나 싶습니다. 육징의 기록을 읽다보니, 서애의 기록은 『대학』의 근본취지에 관한 질문들이 많아서 좀 더 관념적이었다면, 육징의 기록은 마음 공부법, '심(心)과 이(理)', '심(心)과 물(物)', '심(心)과 성(性)'의 관계에 관한 질문과 답들이 좀 더 실천적이라는 생각이듭니다. 특히 왕양명의 재치 있는 입담은 읽는 재미를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5조목에서 육징은 ‘主一之功(마음을 한 곳에 기울이는 공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온 마음으로 책을 읽고, 온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면 주일지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합니다. 양명은 그럼 호색(好色)과 호화(好貨)에 온 마음을 기울여도 주일지공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합니다. 센스있는 답변입니다. 외물을 좇지 말고 ‘주일천리(主一天理)’하라는 말입니다. 이런 재치 있는 말을 들으니, 핵심은 없고, 겉치레만 하는 제 자신이 생각나서 한없이 쪼그라듭니다. 뭘 공부하는지는 생각안하고 그냥 읽으라니 읽고, 쓰라면 쓰니 공부가 제자리를 맴돌고 확장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축구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습관에 젖어 하던 대로 플레이를 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입니다. “Thinking Man!!!!!!!” 오늘은 저에게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Thinking 콩땅!!!!!!” 주일지공, 뼈때리는 말입니다.

 

19조목의 제목을 ‘이병우발(爾病又發: 네 병이 또 도졌구나!)’로 지어보고 싶습니다. 맹원이라는 제자는 자기를 옳다고 주장하고 명성을 좋아하는 병폐가 있습니다. 어느 날 다른 제자가 스승인 왕양명에게 질문하는 것을 듣고, ‘이것은 제가 예전에 고민했던 일이군요’하면서 중간에 끼어들어 까불다가 듣는 소리가 이병우발입니다. 오만함을 경계하고 겸손함을 가르치는 왕양명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아.......... 매번 게으름피우다가 후기를 또 안 쓰는 저를 보면 양명이 그러겠지요? “네 병이 또 도졌구나!”

 

오늘 후기는 성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댓글 1
  • 2023-11-25 15:15

    ㅋㅋ 콩땅, 성찰 그만하고 내년에는 세미나 하나 더 하자. 고전학교 어때?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28
지행합일, 앎이 곧 삶이요, 삶이 곧 앎이다
요요 | 2024.04.24 | 조회 22
요요 2024.04.24 22
227
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후기 (2)
누룽지 | 2024.04.14 | 조회 30
누룽지 2024.04.14 30
226
[전습록]120조목-126조목 후기: 소혜야, 힘내! (2)
자작나무 | 2024.04.02 | 조회 47
자작나무 2024.04.02 47
225
<전습록 > 안자의 마음공부 (2)
울타리 | 2024.03.23 | 조회 54
울타리 2024.03.23 54
224
<전습록> 100조목에서 107조목 후기: 존덕성과 예민함 (1)
콩땅 | 2024.03.20 | 조회 58
콩땅 2024.03.20 58
223
<전습록> 93~99조목 후기-얼마나 간단하고 쉬운가! 정말? (1)
인디언 | 2024.03.06 | 조회 79
인디언 2024.03.06 79
222
다시 <당시삼백수>로
토용 | 2024.03.03 | 조회 74
토용 2024.03.03 74
221
<전습록> 없는 '전습록' 후기^^
자작나무 | 2024.02.27 | 조회 84
자작나무 2024.02.27 84
220
<전습록> 62조목: 비추는 공부와 닦는 공부에 대하여 (1)
요요 | 2024.02.16 | 조회 115
요요 2024.02.16 115
219
전습록 24.2.7.후기
누룽지 | 2024.02.14 | 조회 116
누룽지 2024.02.14 116
218
한문강독세미나 시간 변경 및 『맹자』성독
관리자 | 2024.02.11 | 조회 145
관리자 2024.02.11 145
217
『사대부의 시대』 번개 세미나 합니다(3주)
관리자 | 2023.12.26 | 조회 628
관리자 2023.12.26 62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