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철학학교] <차이와 반복>읽기 시즌2 두 번째 시간 후기

진달래
2022-06-01 23:42
155

일주일 내내 왜 후기를 쓰겠다고 했는지 후회했다.

사실 시즌 1 동안 ‘어렵다’에 갇혀서 숙제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걸 할 엄두를 못 냈다.

세미나 시간도 2시간 반 그 사이 어디쯤 되면 늘 정신이 반쯤 날아갔다.

정군샘이 세미나가 끝나고 다시 읽으면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세미나가 끝나면 머리가 아파서 그냥 자야 했고, 다시 들여다보면 여전히 모르는 말투성이였다.

그러니 늘 한편에 놓인 <차이와 반복>은 마음에 짐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래도 지난 시간 호기롭게 제가 후기를 쓰겠다고 했던 건 그날따라 세미나 시간 내내 정신이 멀쩡했다는, 아마도 그래서 후기를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뭐 바람 같은 게 있었나보다.^^;;

 

지난 시간에 읽은 6절은 “플라톤에 따른 차이의 논리학과 존재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즉 플라톤주의 안에 헤라클레이토스적 세계, 즉 변화가 이미 들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주의에 대체 불가능한 것이 있음을 간파했는데 ‘나눔’의 방법이다. 이 나눔의 방법이 근거 없이 직관에 의존함을 들어 플라톤주의의 전복 가능성을 보는 듯하다.

 

나눔의 방법에 등장하는 것들 : 지망자와 근거의 시험 물음과 문제, (비)-존재와 부정적인 것

 

나눔은 종별화의 방법이 아닌 선별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방법의 나눔은 순수한 계통들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이 무리와 저 무리의 차이보다 한 무리 안에서의 차이가 중요하다. 따라서 여기서의 차이는 순수한 개념이 된다.

나눔이 지닌 의미는 경쟁자들의 선별에, 지망자들의 시험에 있다. 참됨의 인증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는 사물과 그것의 허상들을 구별하는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플라톤이 여기서 신화를 끌어들이는 부분은 잘 이해를 못했다. <정치가>에서 정치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신의 이미지를 내세워서 ‘목자-신’이라는 원본을 만들고 여기에 정치가를 원본에 가장 가까운 모델로, 그리고 지망자들 부모, 하인, 조수 등등을 구별한다. 그러면 이런 여기서 ‘목자-신’을 가져왔다는 것이 신화를 끌어들인 게 되는 건가? 그리고 이것이 공통의 근거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 건가. 하여튼 나눔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근거로서 원환적 구조의 신화를 요구한다.

신화와 변증술은 나눔 속에서 통합된다.

분유(分有)를 통해서 이런 근거의 역할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근거가 있고, 지망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을 동등하지 않게 분유하는 경쟁적 지망자들이 있다.

근거의 시험은 신화 속에서 볼 수 있는데 신은 사람들의 물음에 문제로 대답한다. 이렇게 변증술, 즉 문답법은 반어가 된다. 플라톤적 변증술은 부정적인 것이 아닌데 ‘비-존재’에서 ‘비(非)’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을 표현한다. 따라서 ‘비-존재’는 ‘없음’이 아니라 ‘다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비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시즌 2가 되면서 조금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후기가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댓글 5
  • 2022-06-02 09:06

    공감 백배! 

     

    그 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별 설명없이 자기 주장과 섞어서 쓴 책이니, (아니 논문이니 당연) 논문 심사자가 아닌 우리네 초보 철학도? 에겐..., ,

    그래도 요약도 하고, 줌 시간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만 하니 그게 어디유~~~~

     

    저는 문장을 모두 이해 못해도 그런가보다.하면서  읽다 보면 어떤 한문장을 얻을 때가 있더라구요. 금방 까먹긴 하지만....ㅎ ㅎ

  • 2022-06-02 09:14

    '후회 없이 후기없다'일까요 ㅎㅎㅎ, 그리고 역시 저는 후기에서, 세미나 내용보다 맨 앞의 심경고백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쉴틈없이 남들도 자기가 읽은만큼 읽었다치고 서술해가는 들뢰즈가 좀 힘들기는 하지만, 꾸역꾸역 레퍼런스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어떤 사유의 자발적 측면과는 다르게 사유의 네트워크 안에서 출현하는 비자발적 측면 같은게 느껴진달까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2-06-02 11:56

    들뢰즈가 고전/선배 철학자들을 불러오는 방식과 그 광대함에 엄지척! 저는 이 논문이 마음에 드네요. 이렇게 쓰는 게 철학박사논문인가 싶고. 또 차이라는 일상용어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하이데거까지 꿰뚫는 힘있는 문장들은.. 세세히 이해 못한 들 어떠하리. 패기에 찬 젊은이가 직조하는 문장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을.. 

    이제 2장은 정신차려야죠^^

  • 2022-06-02 13:26

    후기 고맙습니다. 저는 철학학교에 참여하면서 줄곧 제가 갖고 있는 근대인으로서의 자의식을 발견하며 놀라게 돼요. 아예 그 안에서 살고 있으니까 어쩌면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달까요. 그런데, 또 하나 놀라게 되는 것은 제가 그러한 방식의 사고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다는 것도 알게 돼요. 이러한 성찰은 아마 저와 또 다른 지평에서 세상을 살고 느껴온 다른 분들.. 더구나 꾸준히 공부를 통해 수련해오신 분들에게서 귀한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얻는 것이겠지요. 고맙습니다.

  • 2022-06-03 08:08

    오래전 '재미'와 '호기심'으로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었을 때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이 바로 나눔의 방법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호기심'이 채워진 후 대화편을 더 이상 읽지는 않았는데 그 뒤로 또 시간이 한참 지나서 철학 공부를 해보니

    여기저기에서 플라톤이 출몰하고, 심지어 어떤 철학자는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의 각주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는 플라톤의 '나눔'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내 들뢰즈를 통해 오래된 의구심을 풀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들만철>을 읽을 때 플라톤의 나눔은 '선별'이라는 것에 꽂혔지요. 오래된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차이와반복> 1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플라톤을 만났습니다.

    <들만철>보다 자세한 서술을 통해 뭔가 뻥 뚫려야 할 것 같은데.. 아이고..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단 시원해진 것 하나는 나눔이 갖는 '선별'의 기능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입니다. 내가 나눔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전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논리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확실해졌네요. 매개를 끌어들여 수목적 구조(종차)로 세상을 보려는 관점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들뢰즈는 '신화적 유희'라는 것을 끌어들입니다. 결국 플라톤에게 신화는 일종의 정초하는 근거 역할을 하는데.. 들뢰즈가 보는 신화의 역할은 '유희'입니다. 선별의 순수성을 보장하는 것이 근거로서의 신화가 아니라 유희로서의 신화라면 이야기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아렘샘의 신화에 대한 질문은 정초하는 근거에 강조점이 있었다면 정군샘의 신화에 대한 답변은 이야기로서의 신화 즉 유희에 강조점이 있었던 거 아닌가 싶네요. 이 양자 사이에서 들뢰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위험한 줄타기의 목적은 플라톤 안에 있는 플라톤주의와 플라톤주의의 전복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써놓고 나니 뭔가 안 것 같기도 한데.. 과연 그럴까요? 저는 여전히 우, 씨.. 이런 기분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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