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학교 12회차 후기-<논어> 속 염구

토토로
2022-06-04 13:55
73

지난 시간에는 <논어>로 알아보는 인물편으로 자공과 염구를 공부하였습니다.

앞서 곰곰님이 자공을 잘 정리해 주셔서 이번 후기에서는 염구 위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염구(冉求)의 자는 자유(子有) 또는 염유(冉有)라고 하며,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보다 스물 아홉살 어렸다. 어린 시절 집안 어른인 염백우를 따라 공자의 제자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자의 2기 제자였고, 정사에 능했으며 다재다능했다. 계씨 집안의 가신이 되었는데, 군사 쪽 일보다는 주로 세무, 행정 관련 일을 맡았다. 계씨 집안은 노나라 제후보다 더 세력가 이었기에 염구가 가신(家臣)이었다 해도 그 지위는 매우 높은 것이었다.

 

 

공자에겐 다소 못마땅한 제자 염구

내겐 자기 판단력이 있는 염구

 

염구는 스승의 가르침을 가끔은 잘 따르지 않은 듯하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노나라 대부 계씨는 태산(泰山)에서 제사를 지내려했다. 원래 이것은 왕만이 할 수 있는 의례이므로, 계씨가 월권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즉 자신의 신분과 역할에 맞는 행동을 의미하는 정명(正名)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공자는 제자인 염구에게 이를 막아줄 것을 요구 하였지만, 염구는 이를 거절했다.(팔일편 6)

 

공자의 제자 자화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떠날 때에 공자는 여섯 말 넉 되의 곡식을 그에게 주라고 하였다. 그러나 염유는 스승의 지시와 달리 팔십 가마를 주었다. (옹야편 3)

 

염유가 조정에서 나랏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공자는 못마땅한 듯 한마디 한다.

"(아마도 빈정상한 말투로) 계씨집안 일이었겠지. 나랏일이 있었다면, 비록 내게 관직이 없어도 나도 그 일에 참여했을 것이다.“(자로편 14)

 

선진편 21에서 공자는 염구가 ‘소극적이다’라고 하였는데, 다음의 공자에게 한 염구의 대답을 보면 딱히 그래 보이지도 않는다.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힘이 부족합니다”(옹야 10)

 

 

 

염구는 공자에게 거절을 확실히 밝힐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일단 스승님이니까 그 앞에서 “네~알겠습니다”라며 고분고분 답하는 타입은 아니다. 공자는 예악을 중시 여겼지만, 염구에게는 예악보다는 현실적인 문제, 경제적인 일이 먼저였다. 예악은 자기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중에 할 것이고 자신은 세금을 잘 걷어서 대부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것이 중요했다. 공자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 보인다. 그런데 계씨 집안에서 실력 발휘하며 인정까지 받는 제자이니, 스승 공자도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제자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결국 염구가 주공(周公)보다도 부유한 계씨를 위해 (스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더 거둬 계씨의 재산을 늘려주자 이 행동에 공자는 못마땅함을 넘어 분노의 말을 쏟아낸다.

"그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 너희들은 북을 울리며 그를 성토해도 좋다!"(선진 16)

 

 

 

자로는 거칠지만 순수한 면이 있고, 안회는 말 없이 스승을 잘 따랐으며, 자공은 솜씨 좋은 언변으로 공자와 능수능란한 대화가 되는 제자였다. 염구는 공자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과 현실적 판단이 확실하며, 거절도 할 줄 아는, 우유부단하지 않은, 자기 판단력을 지닌 인물로 느껴진다.

 

사서 세미나 시간에 염구는 소위 회계과 공무원 타입의 꼼꼼함과 고지식함을 지닌 소심한 인물이다, 혹은 현실주이자다, 혹은 계씨집안의 가신일을 하면서도 공자 학단에도 머무르며 이중적 생활을 이어간 사람인 것으로 봤을 때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아는 자이다....등등 나름 논리적이고 재미난 해석이 이어졌다.

 

 

 

2500년 전 사람을 몇 개의 문장을 가지고 분석하고 규정한다는 것은 당연히 오류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도 그의 몇 마디 말로 평가하고 분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사람에겐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고, 역할에 따라 말도, 행동도 달라지는 법이니까.

 

그러니 후기 속 염구가 잘 못 추측되었더라도 너그러이, 재미삼아, 읽어주시길....^^

 

 

 

 

댓글 2
  • 2022-06-08 14:26

    이번에 <논어>를 다시 읽으면서 '어느 누구도 만만한 제자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는 소심한 염구를 이해하면서 공자님의 말씀을 다 들을 수 없는 심정에 공감하기도 했는데, 

    토토로샘의 말대로 그러면서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염구를 보니 자기 판단이 확실한 사람으로 봐야 할지... 

    그럼에도 제자들이 현실적으로 부딫히는 문제들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 2022-06-08 20:42

    저는 염-구씨가 자본주의 현대에도 잘 어울릴법한 사람으로 보여서 괜히 얄미운(?) 느낌이 들었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공자님과 현실적으로는 부딪히는 부분도 많고 그닥 신념도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공자학단을 떠나지 않고 계속 배움을 이어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공자가 주유생활 마치고 노나라로 돌아오도록 힘을 써준 것도 그가 아니었던가- 하고 보니 그의 의리가 보이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이번에도 제맘대로 mbti 뽑아 보려고 했는데, 정작 그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가 아리송 하더라구요. ESTJ(엄격한 관리자형)이나 ISTJ(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인 것 같은데 말이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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