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고전학교] 사마천의 『사기』, '여불위열전' - 후기

가마솥
2023-08-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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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경에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달았다니 !

 

  진시황 본기를 읽는 줄 알았다. 헌데, 이 번 시간도 열전을 읽는 시간이란다. 헉! 요즘들어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잘 챙기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생긴다. 특히, 일정과 그 내용에 관련해서인데, 남이 챙겨주는 생활을 너무 오래한 듯하다. 다행인 것은, 읽을 열전이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이란다. 연전에 『여씨춘추』를 읽어서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열전에서는 여불위를 통해서 진시황의 등극과정(소위 King making)이 기술되고 있다. 알에서 깨어 났다는 정도는 아니어도, 역사서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가볍고도 가십적이다. 미리 읽은 진시황 본기에서는 진시황 10년, 노애의 반란에 연루되어서 여불위가 면직되었고, 12년 문신후 여불위가 죽자 ‘몰래’ 매장하고, 그 식솔들의 처리에 대해서 기술될 뿐인 것에 비해서......

 

   진소왕(秦昭王)-효문왕(안국군, 화양부인/하희)-장양왕(자초, 조희)-진시황(정)으로 흐르는 진나라 통일제국 왕의 계보에서 여불위가 어떤 활동을 하였고, 그가 무슨 생각과 전략으로 일을 진행하였는지 생생하게 기술된다.

   먼저,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던 안국군(효문왕으로 등극후 1년만에 죽는다) 첩(하희)의 아들, 자초에게 접근하여 그를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그가 한 생각, “이 진귀한 재화는 사서 둘만 하다(此奇貨可居)”라는 문장은 진시황의 등극은 여불위의 장사 속셈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암시한다. 그렇다면 여불위가 당시 사군자들처럼 수천명의 식객을 모아 정국을 논의하고, 당시의 사상을 집대성하여 통일이후의 진나라를 생각하며 지은 『여씨춘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또 진시황 정은 장양왕의 아들이 아니라 여불위의 아들임을 암시하는 문장이다. 여불위의 애첩으로서 이미 임신한 조희를 부인으로 삼았다고 적었다. 진나라가 망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그런 이야기들을 채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시황의 모친 조희(조태후)가 노애와 간통하는 장면을 기술하는 대목에서는 ‘역사서가 맞아?’할 정도이다.

 

"진시황이 차츰 장년이 되어가도 태후의 음행(淫行)은 그치지 않았다. 여불위는 그 화가 자기에게 미칠까 두려웠고, 이에 음경(陰莖)이 큰 노애라는 사람을 몰래 찾아내어...(중략)...노애로 하여금 그의 음경에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달아서 걷게 하였는데, 태후에게 그 소식을 듣게 하여 이로써 태후를 유인하려 하였다“.

 

   음경에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달았다니? 19금 소설에나 있을 법한 문장이 역사서에 기록되어있다. 본기나 세가처럼 사실(史實)에 근거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혹독한 법에 의해서 숨을 쉴 수 없던 백성들의 노래나 연극 등으로 그런 소문들이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봐도 너무 하다.  왜 그랬을까?

세미나에서는 한나라 초기에 쓰여진 ‘사기’를 감안하면,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그 들과는 차별해야 하고, 진나라 특히 시기적으로 가까운 진시황을 깎아 내림으로써 한고조의 출신(出身)을 두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의견들이 오갔다.
진시황 본기를 미리 본 나에게는 여불위가 진시황 10년에 노애의 반란에 연루되어 실각하고, 11년에 이사가 정국을 장악하며, 12년에 여불위가 자살하게 되는 흐름을 보면서, 이사 등의 외부세력이 여불위등의 내부세력을 밀어내는 정권다툼에서 나온 악랄한 가십거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내용을 정확하게 적고자 현장을 답사하여 그간의 기록을 확인하기까지 한 사마천이다.   예를들면, 오제본기 끝에 『상서』의 내용을 평가하면서, 동서남북 멀리까지 여행하면서 들은 “요·순의 고사를 보건데, (중략) 고문(古文)과 괴리하지 않은 것은 사실에 가까운 것이다” 라고 적는다.  또한 대체로 믿을 만 하지만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개(蓋)’자를 넣어 ‘대체로/아마도’라는 의사(疑辭)를 덧붙였다.  때로 시비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혹왈(或曰)’이라고 시작하여 다른 주장을 함께 병기하는 사마천이었다. “혹자는 담(儋)이 노자라고 하고, 혹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세상에는 그 가부를 아는 사람이 없다(노장신한열전)”.

 

  그런 그가 ‘음경에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달았다’라고 쓴다. ‘개(蓋)’자도 ‘혹(或)’자도 없다. 사마천의 분명한 의도가 있을 듯하다. 무얼까?

 

현재에도 각종 정치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 우리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하며 그 진상이 공개되지 않거나 당국의 발표가 미흡하면 할수록 그럴듯한 소문들이 난무하는 것을 흔히 본다. 사건들 중에는 시간이 지나고 정치적 여건이 변하면 진상이 공개되는 것도 있고, 후세 역사가들의 추론과 논증을 거쳐서 그 진상이 규명이 되는 것도 있지만, 대개는 사건의 표면적인 것만 남고 그 구체적인 내막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역사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기술(記述)은 그 사건이 어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애서 발생하였으며, 그것이 전후의 다른 어떤 사건과 인과관계가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 정도의 기록도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구체적인 동기와 감정은 물론 그 사건에 대한 당시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해와 평가가 전혀 배제된 불완전한 분석이다. 세월호 사건처럼 그 사건의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본다면, 역사 기술의 한계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즉, 확실한 증거(史實)가 없으면 기술하지 않은 역사가 가지는 한계점과, 아니면 당시의 구체적 내부요인들을 사가(史家)의 시각에서 기술하는 근거부족의 결함을 가진 역사의 한계점 말이다. 사마천은 여불위를 통하여 진시황의 기록함에 있어서 후자를 선택한 듯하다. 아니지, 겉으로 들어난 사실(史實)의 기록은 본기(本紀)를 통해서, 드러나지 않는 내부의 흐름은 열전(列傳)으로 보완하는 의도를 보여 준 것일지 모른다.

 

역사서의 완성이라는 의미에서 보여준 사마천의 기술을 좆아, 어떤 역사가인지는 몰라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쥴리’도 기록하여야 한다.

 

댓글 3
  • 2023-08-30 15:05

    여불위를 평가하는 것도, 노애를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역사를 쓰는 일도 어려운 일인 듯하구요^^

  • 2023-09-04 10:20

    high risk,high return 타고난 장사꾼인 여불위의 투자본능. 奇貨可居
    여불위는 大 상인이다.'돈'은 휘두를 만큼 벌었다.

    그 다음 목표는 '권력'이다.
    일개 상인이 권력을 향해 다가가는 행보와 정보 투자(시간도 포함) 사고 등등이 치밀하다.
    여불위는 모든 변수를 계산 후 시기적절하게 움직였다.
    여불위 성격이 드러난다. 계획적이고 장기적이고 긴 호흡으로 바라본다.
    이익의 극대를 위해서는 임신한 애첩도 도구일 뿐이다.
    여불위는 사람에게 투자를 했고 성공했다.

    그 다음 목표는 '명성'이다.
    여씨춘추를 완성했고 이름을 남겼다.일자천금...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나는 세미나 시간에 조희에게 노애를 안내한 것을 여불위의 plan B로 말했다.

    자초의 입장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조희를 얻은 자초의 심정은 끝내주는 것이었다.
    조나라에서 목숨이 흔들흔들 빌빌거리면서 지냈는데
    여불위의 보살핌으로 공자행세도 하고 ,마음속에 품은 여자도 안고..
    자초의 눈에는 여불위는 평생은인이다.
    「吾能大子之門.」子楚笑曰:「且自大君之門, 而乃大吾門!」呂不韋曰:「子不知也, 吾門待子門而大.」子楚心知所謂, 乃引與坐, 深語.
    give and take

    여불위의 '뱃속의 자식까지 건 도박'은 성공했다.
    그치만 그자식이 여불위의 발목을 잡는 치명타가 된다.
    자식이기는 부모없다 일까!
    여튼 여불위는 멋지다 ,어마어마한 노력과 근성의 결과물이다.

    요즘은" 詐"자가 판친다.
    드러나기 전에는 거짓말
    드러나면 남탓
    보석(Jewelry)이라는 글자가 '詐'와 동의어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도 보석 좋아하는데.....

    지금과 비교해 보면
    여불위의 전재산을 건 치밀한 노력이 전혀 도박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직하게 느껴진다. 에궁!!
    여불휘황찬란

  • 2023-09-04 20:16

    가마솥선생님의 보석같은 후기....
    고맙습니다. 특히 마지막 글은 '보석 사이다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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