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회차 후기

곰곰
2022-04-02 23:06
135

<대학>의 마지막 시간, 평천하를 풀이한 전 10장을 읽었다. 치국과 평천하는 아무래도 내 문제는 아닌 것으로 여겨져 관심이 크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분량도 갑자기 많아진 데다 한자도 더 어려워 힘들었다....

 

우선, 10장에서 많이 언급된 사람들과 시대적 배경에 대해 공부했다.

 

중국의 역사는 4대 문명의 하나인 ‘황하문명’으로 시작한다. 황하문명은 ‘은허유적’이라고 불리는 은(殷)의 유적으로 갑골문이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는 사실 주(周)나라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주나라는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세운 나라다. 고공단보 대에 중국 서쪽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되고, 문왕 때 주나라의 정체성을 확립, 무왕 때 은나라를 정벌하고 중국 전역을 차지하였으며, 성왕 강왕의 시대에 통치체계가 완성되었다.  

 

주나라는 이후 ‘종법제’를 시행하게 되는데, 이는 각 제후들에게 영토를 나누어주고 다스리게 하는 봉건제의 일종이다. 종법제는 천자(天子)-제후(諸候)-대부(大夫)-사(士)-서인(庶人)으로 순서를 두고 이를 나라의 질서로 삼았다. 당시 지도를 보면 봉해준 나라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실제 더 많은 나라가 있었다. 이렇게 강력했던 주나라는 B.C 770년에 서쪽의 견웅족의 침입을 받았다. 그 결과 수도를 동쪽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흔히 이후를 동주(東周)시대라 하며, 춘추시대라고도 한다.  

 

춘추시대는 중국에 철기가 막 보급되던 시기였다. 큰집이 힘이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작은집들의 힘이 커지게 되는데, 이때 철기의 발달이 한 몫을 하게 된다. 철기는 가히 대변동의 시대라 할 수 있는데, 청동기와 다르게 칼이나 창 등 전쟁무기뿐 아니라 농기구와 같은 생활용구에도 사용되었다. 철기의 사용과 함께 소를 이용한 우경(牛耕), 땅을 깊게 파서 씨를 심는 심경(深耕) 등 새로운 경작법이 등장한다. 이렇게 되자 농산물의 생산이 늘어나고, 이는 상업이나 수공업 등을 발달시키고 인구도 크게 증가하게 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되면 모두 다 같이 잘 살 것 같지만, 과거의 사회질서는 흔들리게 되고, 사회는 힘에 따라 움직이는 혼란이 시작된다. 

 

주 왕실의 힘도 약해지면서 주나라의 봉건제도인 ‘종법제’가 급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주나라라는 중앙의 힘이 약해지자, 각 지역의 제후국들이 패권을 다투기 시작하고 토지제도나 신분제도 등이 전체적으로 흔들리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이때 다양한 사상이 출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제자백가(諸子百家)’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가(儒家), 도가(道家), 묵가(墨家), 법가(法家) 등이 이들이다.

 

 

그리고 전 10장을 읽었다. 

 

平天下(평천하)장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른바 평천하가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다는 것은 윗사람이 부모께 효도하면(老老) 백성에게서 효가 일어나고(興孝), 윗사람이 웃어른을 제대로 모시면(長長) 백성에게서 공경함이 일어나고(興悌), 윗사람이 홀로된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恤孤) 백성이 배신하지 않는다.(不倍)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絜矩(혈구)의 道(도)가 있다.” 

이번에도 '효' 얘기다. 제가부터 평천하까지 모두 ‘효’로 풀어가는 이유는 나의 ‘덕’, ‘수신’의 내공이 집안의 ‘효’로 드러나기 때문이라 한다. ‘효’는 ‘덕’의 근본이고 거기서 집안의 ‘교’, 나라의 ‘교’, 천하의 ‘교’가 시작된다. 老老(노노), 長長(장장), 恤孤(휼고)를 첫 번째로 든 것도, <대학>에서는 순서, 선후 관계가 중요하며 본과 선이 제대로 되면 말과 후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보았기 때문인 듯 싶다. 

군자가 老老(노노), 자신의 부모(老)를 부모답게 잘 모시고(老), 군주가 長長(장장), 자신의 웃어른(長)을 웃어른답게 잘 대하고(長), 군자가 恤孤(휼고), 외로운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 백성이 따라하고 배반하지 않는단다. 유가에서는 천자의 정당성을 하늘의 명령(天命)에서 찾는데, 여기에선 천명이 없고 백성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의미로 흥(興)자를 쓰고, 백성의 마음이 돌아선다는 의미로 배반할 배(倍)자를 쓰고 있으니, 천명보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떠해야 하는가? 첫 구절에서 말하는 絜矩(혈구)의 道(도)가 있다. 그래야 백성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때 絜(혈)은 헤아린다 뜻이고, 矩(구)는 네모난 것을 그릴 때 쓰는 ㄱ역자로 꺾어진  곱자(도구)로, 잣대로 해석할 수 있다. 자기를 잣대로 삼아 다른 사람을 헤아린다. 내 생각과 같고 하고 싶은 일이 같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혈구의 도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는 것일까? 다음 구절에서 ‘혈구’의 방법을 상하, 전후, 좌우로 무려 여섯 번을 반복해서 말해준다. 윗사람(앞선 사람, 오른쪽 사람)이 무례하면 아랫사람(뒷사람, 왼쪽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무례하게 대하지 않아야 하고, 아랫사람이 성실하지 않으면 윗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내가 성실히 대하면 된다. 참으로 깨알 같은 설명이다. 백성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으로 미루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군자가 싫은 것은 당연히 백성도 싫은 것이니 군자가 싫은 것을 백성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다음 구절에선 ‘군자는 백성의 부모’라고 한다. 그리고 군자는 백성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바는 싫어한다고 한다. 군자는 공감능력이 뛰어나야 하며 ‘백성바라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군주-백성의 관계로 확대되는 것이 정당한가? 군주가 백성을 자식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너무 과한 요구 아닐까?? 우리가 발딛고 있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생각하면 괴리감이 너무 크다. 이에 대해 대통령을 군주와 병치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시대와 나라의 주인이 군주인 시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현대적 의미로 보면 이해할 수 없다. 이 시대에는 유민이 엄청 많았던 때로, 군주가 잘못하면 백성들은 다른 나라로 가버렸다. 군주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인구와 땅을 넓히고 그로부터 세금을 거두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던 시기였다. 천명은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에 군자의 좋은 정치가 중요했고, 어버이의 윤리가 좋은 정치의 본이 되었을 것이다. 

 

주자는 ‘혈구지도’, 세상 사람들이 이런 생각, 이런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그 효과가 천하에 파급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상하, 사방을 다 살핀다면 고르게 가지런해지고 방정하여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고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라 믿었다. 평천하는 혈구지도의 확장 과정이며 확장 결과이다. 혈구는 명덕을 자신을 넘어 타자에, 천하에 밝히는 것이다. 이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면 정치를 하면 안된다. 본인도 불행해지지만 백성과 나라에 재난이 닥친다. 혈구의 이치가 사회 전반에 확장되어야만 평천하가 가능하다.

<중용>에 이르면 이것이 천지로 확장되니 '공감'이야말로 주자의 키워드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했다. 

댓글 4
  • 2022-04-04 00:44

    와~

    과거의 일을 바로 지금과 대입하기도 어렵고, 우리는 옛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도 어렵죠.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것에 효과가 무엇이냐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성을 자식보듯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자식보듯이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을 읽다보니 요즘은 治가 과연 무엇인지 자꾸 곱씹게 됩니다. 

  • 2022-04-04 16:44

    역시 정리의 왕. 곰곰샘의 깨알 노트법이 막 궁금해지는군요.(전 진짜 노트정리를 심각하게 못하고, 그래서 안해요ㅜㅜ)

    암튼, <대학>을 읽다보니, 유기사상은 나에서 부터 시작해서 부모형제, 웃사람 아랫사람으로 확대되는 사회, 국가.

    전체가 마치 커다란 가족 공동체같아 보였어요. 제가 읽어왔던 다른 사회에 관한 책에서는 가족 개념이나 가족 관계 예법이 강조된 느낌이 없었고,  국가를 커다란 가족처럼 보는 시각을 (아직은)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유가의 세계관이 좀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그 독특함, 고유함을 현대사회의 통치제도와 비교하려는 질문은 아니었는데...ㅎㅎ 제가 제 말을 잘 못 풀었어요. ㅎ

    또한, <대학>이 끝난 이 시점에서, 효, 제, 자가 뭘까.
    어떻게 하는 걸까. 계속 생각하게 돼요.

    춘추전국시대의 효, 주자시대의 효,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효.  그리고 제, 자.

    분명 방법도 다르고, 사회의 보편 질서를 구현하는 방법으로서 요구되는 덕목도 다를텐데..

    뭐....이런 생각을 하면서 며칠 보냈습니다.

    저는 효, 제, 자가 잘 되는 사람이 아니라서 더 그랬어요.(속으로 여러번 반성했어요)

    대학이 끝나고, 이제 <논어>에선 또 뭘 배우게 될까요. 

  • 2022-04-05 19:43

    아니 이럴수가! 제 댓글이 사라졌네요 ㅠ 진달래샘 공지 확인하러 들렀다가 발견...

    곰곰샘께 춘추 시대 정리에 대한 감탄과 덕분에 지난 시간 복습 잘 했다고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남기며~^^

    😍👍

  • 2022-04-05 21:35

    곰곰쌤.... 으아... 이렇게 멋진 후기를... 

    덕분에 정리가 촤르르 된 것 같은 느낌이. (돌아서면 까먹겠죠? ㅎㅎ)

     

    저도 지난 시간 이후로 治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요걸 잘 하면 에세이 하나 뚝딱일텐데... 하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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