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좌 후기-4강: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겸목
2023-07-31 16:34
282

 

AI 강좌 4강의 주제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였다. 김재인샘은 스피노자와 들뢰즈 철학을 가져와 '함께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배치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주셨다. 이날의 강좌는 AI강좌라기보다는 '간략한' 스피노자&들뢰즈 철학에 가까웠다. 짧은 시간에, 두 철학자의 핵심개념과 이것을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간다'는 주제와 엮는 새로운 느낌의 강좌였다.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의와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 스피노자는 개체의 정의를 '운동과 정지의 비율이 일정할 때' 하나의 개체로 볼 수 있다고 정리한다. 우리 신체, 그 속의 혈액, 모두 하나의 개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처럼 여러 개체로 이루어진 하나의 개체도 있다. 예전에 스피노자 강좌하면서는, 문탁네트워크도 하나의 개체인가 갑론을박이 있었다. 문탁을 오가는 사람들이 일정한 운동과 정지의 비율을 유지하며 어떤 벡터를 형성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강사샘들은 설명해주셨다. 한 공간을 쓰고 있지만, 우리의 생각과 지향이 지각각이라면 문탁은 하나의 개체가 아니다. 

 

그러니까, AI와 인간이 어떤 일정한 운동과 정지의 비율을 유지하는 '배치체'가 될 때,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는 가능하다. 하나의 개체로서 통일성을 획득/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집 TV에 결합된 '기가 지니'는 식구들의 목소리와 결합돼서 TV를 켜고, 채널을 변경하고, 신체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이런 경우 내 신체는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고, '나와 TV와 기가지니'의 배치체가 이루어졌다 볼 수 있다. 이제 리모컨을 찾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없어진 리모컨을 찾느라 신경질을 내지 않아도 되니, 내 역량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때의 기운을 기쁨이라고 한다. 반대로 역량이 감소할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이를 스피노자는 더 작은 완전성에서 더 큰 완전성으로, 또는 더 큰 완전성에서 더 작은 완전성에서의 이행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는 현재 AI와 어떤 개체화된 배치체가 될 것인가? 김재인샘은 지금의 문제로 소셜미디어의 분열된 개인, 위협받는 공론장, 불평등 심화, 글로벌 탈세, 소유권 재정립의 문제를 제시하셨고, 이에 대한 해법은 아직 없다. AI와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기 전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아젠다를 정립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술은 기술대로 개발되고, 기업은 기업대로 이윤을 추구하고, 그 사이에 정의와 윤리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는다. 빅테크기업의 개발자와 자산가들에 비해 정의와 윤리를 문제 삼는 사람들의 입지는 너무 좁다. 팬데믹이 이러한 현실을 가속화시켰고, 그 이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모멘텀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어 무섭고 우울하다. 정말이지 4년 전에 우리는 이렇게 키오스크와 배달앱이 상용화되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그럼, 우리는 AI와 함께 기쁨, 역량의 증가를 체감하는가? 이를 확인해보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이것도 참 새로운 강좌의 형식이라 신선했다. 몇 몇 질문만 기록해본다.

 

1. AI의 예술창작에서 흉내에 불과하고 자의식이 없기 때문에 '예술'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런데 인간의 창작활동에도 '알 수 없음'의 영역은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AI의 문제이기만 할까?

김재인샘: 인간에게도 무의식적인 측면이 있다. 알 수 없는데 하는 활동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되돌이켜 볼 수 있다'. 이런 반추능력이 인간에게는 있고, AI에게는 없다. 

 

2. AI 작품의 저작권 문제, 데이터 편향성 등 윤리의식이 AI 예술의 장에서는 어떤 양상이 되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김재인샘: 저작권 문제는 소송으로 해결될 것 같다. 막대한 소송비용 감당의 문제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 해결을 보리라 본다. 그런데 데이터 편향성의 해결은 지난하다. 그 해법은 사회변혁이 일어나야 그것을 반영하는 AI의 데이터에 편향성이 해소될 것이다. 이게 가능할까?

 

 

3.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초지능 에이젠트도 가능하지 않을까?

김재인샘: 이 문제에 대해 현재의 실권을 쥐고 있는 개발자들이 '30~50년 뒤의 문제'로 본다. 이 말은 지금 그들의 문제의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 죽은 다음에 그런 게 개발될지도 모르지만, 내 관심사나 이익의 관점에서는 벗어난 문제로 본다. 

 

4. 의료, 법률, 사무, 전문직의 AI 대체 가능성이 언급되는데, 그렇다면 이 영역의 업무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김재인샘: AI가 가능한 영역 이외의 일들, 어쩌면 '업'의 본질이 뭐냐는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업무에는 본질을 보조하는 주변적인 업무가 섞여 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수준의 생산물을 누리고 싶은가가 물어져야 할 것이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디자인에 만족하는가? 그렇지 않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독특함을 원하는가? 이런 것들이 질문되어야 한다.

 

5. AI는 글쓰는 인간의 작업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김재인샘: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이고, 생각의 근력이고, 트레이닝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사고의 깊이와 무게를 출판된 책과 블로그 글쓰기와 비교해보자. 물론 미디어가 가져온 지식의 변화가 있다. '구술-기록-인쇄-대중문화-디지털미디어-인터넷-소셜네트워크' 이에 대해서는 연구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정리가 필요한 주제다.

 

6. AI가 저년차 직무를 대체하면,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고급인력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가능한가?

김재인샘: 그에 맞는 인력 수급 계획과 교육 프로그램을 기업은 찾아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굴러갈 수 없으니. 자신들에게 맞는 패턴을 찾으리라 본다. 

 

*강의가 끝나고, 강사샘께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반지성주의'에 대해 질문할까 망설여졌다. AI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질문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 공론의 장이 무너졌다. 다들 자신이 원하는 유튜브 채널로 필요한 정보와 오락을 찾는다. 그것이 고퀄이든 저퀄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날선'의 감각을 사람들은 즐긴다. '심심한 사과'를 독해하지 못하는 문해력의 부족을 개탄하는 기사가 나온 지 오래 되었지만, 문해력뿐 아니라 미디어문해력 또한 어떻게 길러져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우리는 정보의 바다를 유랑한다. 여기서 AI의 윤리성을 따지는 문제가 나에게는 너무 '고담준론'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너무 고상한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는 아무도 고상한 인간이 되길 희망하지 않는데.....

 

문제는 늘어나는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AI 관련 기사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AI 선발업체들의 주가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게 어떤 편의를 가져올 것인가? 이런 문제보다 이것이 누구에게 이윤이 되는 사업인가를 먼저 따져 물어야 하지 않을까? AI시대도 신자유주의시대가 아닌 게 아니니. 이런 얘기를 늘어놓기엔 강좌시간이 촉박해 보여, 후기에 남겨봅니다.

 

 

 

댓글 2
  • 2023-07-31 19:38

    AI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월까? 우리는 어떤 주체가 되고, 어떤 세상을 만들게 될까?
    답은 없고, 깊이 생각해야 할 과제들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겸목샘의 후기를 읽으며 기술에 대해, 변화하는 세계에 대해 나몰라라 할 때는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갑니다.^^
    들뢰즈철학을 가지고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고 한 김재인 선생님의 기약도 기억에 남습니다.ㅋ

  • 2023-08-01 14:12

    개체와 공동체, 배치체 개념은 그 자체로 매우 민감하고도 다루기 어려운 주제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신체를 이루는 것이 과연 '생각과 지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고요. 이를테면 그게 달라도 특정한 운동을 산출하는 것이라면 그걸 '공동체'라고 부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또 그점에서 따라 생각해 보자면, 인공지능-인간, 미디어-인간-A-B-C...이런 배치체가 구성되었을 때 산출될 운동이 어떨지 궁금해 집니다. 누군가는 이걸 새로운 중세가 도래한다(빅테크 기업의 봉토에서 노동하는 정보노예랄지)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탈희소성 사회로 이행하는 첫 단계라고 희망찬 전망을 내놓기도 하고요. 어떻게 될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걸 다 생각해 보면 기분만 복잡해져서 다 그만둬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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