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초등 저학년들이 다니는 동네 영어학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관리를 하고 있다. 일명 관리실장.

아이들은 저마다 학습단계도 다르고, 잘하고 못하는 것도 다르다. 읽기가 부족한 아이에게 몇 번 더 읽기를 시키면 공평하지 않다고 성화다. 다른 애는 두 번 읽었는데 자기는 왜 더 많이 읽어야 하느냐고. 이유를 알려주어도 영어를 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다른 애와 다르게 하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아이를 보면서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얘야, 난 隨時變易(수시변역)을 하고 싶다구!!”

초등생들이 50분 동안 영어를 배우면 얼마나 배우겠는가. 숙제도 10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숙제 때문에 ㅇㅇ와 나는 매번 버라이어티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ㅇㅇ은 초3 남학생이다. ㅇㅇ와 단계가 비슷한 아이들은 보통 50분 안에 모든 프로그램과 집에서 해올 숙제까지 끝마치고 간다. 그런데 ㅇㅇ는 워낙 공부하기를 싫어해서 프로그램마저도 마치기 힘들 정도이다. 당연히 숙제는 집에서 해오라고 하는데, 문제는 제대로 해온 적이 거의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핑계도 정말 다양하다. ‘지나가다가 공에 맞아서 기절해 있다가 오느라 숙제할 시간이 없었다.’ ‘숙제가 뭔지 몰랐다.’(매번 똑같은 형태의 숙제이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 ‘책이 없어져서 못했다.’(없어진 책은 곧 나타난다)

그러면 나는 그 때마다 ㅇㅇ의 안에 있는 음양의 두 기운을 살핀다. 오늘은 陽(양)의 기운이 강한지 陰(음)의 기운이 강한지. 양의 기운이 강한 것 같으면 밀당에 들어간다. 밀린 숙제를 조금 줄여주면서 하게 한다. 음의 기운이 강한 것 같으면 눈빛과 말투로 제압을 하면서 다 시킨다. 매일 음의 기운이 강해서 좀 고분고분했으면 좋으련만 매번 다르다.^^

“ㅇㅇ야, 내 안에 너 있다!”

아! 아이들에게 영어가 아니라 주역을 가르쳤으면 좋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