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역학 4강 후기

명식
2022-03-09 02:30
225

 

  * 뒤늦은 양자역학 4강 후기입니다. 컨디션 문제를 비롯해 일이 계속해서 생겨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전합니다.

 

 

  마지막 4강에서는 표준모형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양자역학이 과학-진리의 문제에 있어 갖는 의의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1.

  우선 표준모형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음을 배웠는데요.

  첫째, 설명되지 않는 상수가 대단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 현대 표준모형은 하나의 기나긴 방정식으로 약 열 개 정도의 상수들을 포함하며, 이것들은 이론적으로 계산된 것이 아니라 귀납적 관측으로 확보된 것이자 규칙성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멋대로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설명되지 않는 상수들이 있다는 게 과학자들로서는 거슬리는 점이라지요.
   둘째, 하드론(웝쿼크-다운쿼크, 참쿼크-스트레인지쿼크, 탑쿼크-바텀쿼크)과 렙톤(전자-전자중성미자, 뮤온-뮤온중성미자, 타우-타우중성미자)은 세 개의 세대에 걸쳐 있는데 이 모두가 선언적 개념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선언적 개념들이 있을 필요가 있냐는 문제이고요.
  셋째, 위의 각 세대들 간에는 질량 차가 극심하고 일부 쿼크는 철에 육박할 정도로 무거운데 기본입자가 이렇게 무거운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넷째, CP 대칭성인데요. 물리학에는 전하끼리의 켤레 대칭인 C대칭, 공간적인 패리티 대칭인 P대칭, 시간역행 대칭인 T대칭이 있습니다. 이 대칭들은 각각은 깨질 수 있으나 둘씩 묶어 계산할 때는 서로 상쇄가 되어 깨지는 법이 없고, 세 개를 다 묶으면 절대 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헌데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C-P대칭이 깨진다고 해요. 이러한 대칭성의 붕괴는 물리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라고 하네요.
  다섯째, 강력과의 통합인데요. 물리학자들은 항상 근본의 네 개의 힘(만유인력, 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 강한 상호작용)을 통합시키려 시도해왔으나 강한 상호작용만은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섯째, 표준모델은 중력을 품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 일곱째, 렙톤의 중성미자는 본디 정지 질량이 0이어야 하는데 0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계속 나온다는 점, 여덟째, 암흑물질의 정체, 아홉째, 암흑 에너지 값에 대한 계산 결과와 실제 관측 결과의 괴리를 나타내는 우주상수의 문제 등이 있네요.

  이런 과제들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19세기 말과 양자역학의 시대를 동일시합니다. 19세기 말에도 뉴턴의 만유인력과 전자기력으로 대부분의 것들을 해명 가능했는데, 그 몇 안 되는 해명 불가능성에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 같은 것들이 나와 결국 전자기력과 만유인력은 지금 우리가 가진 지식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됨을 깨닫게 되었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지금 우리가 양자역학이 ‘대부분’의 것들을 해명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묻습니다. 조금만 더 풀면 되는 그 ‘사소한’ 영역에서 또 새로운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물론 그것이 양자역학이 쓸모없어진단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우리도 뉴턴 역학을 여전히 쓰고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 실험이 더 정교해지고 발달한다면 이것도 새롭게 바뀔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2.

  이제, 과학-진리의 문제에 있어 양자역학이 갖는 의의를 이야기해봅시다.

  양자역학 이전에는 우리는 관찰자(과학자)가 현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가지고 이야기했습니다. 붉은색은 누가 보든 붉은색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양자역학은 이를 깨뜨립니다. 관측자가 뭘 보려고 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르고, 따라서 관측자와 대상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부각되죠.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는 우주 전체는 얽혀 있음을 의미합니다. 관측자도 대상도 우주 안에 있으며, 관측자와 대상은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그 상호작용의 미세한 효과를 포착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미세한 효과를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 우주의 입자는 사실 굉장히 적고 밀도가 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작용합니다. 우리도 이 우주 안의 현상들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결코 신적인 의미의 관찰자는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고대, 데모크리토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의 근간에 더 나눌 수 없는 입자가 존재하는지를 놓고 다투었고, 이때는 무한히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승리했습니다. 이후 기체를 다루는 화학자들이 진공을 만들고 하다 보니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부활시키게 되었고, 다시 산업혁명 당시 증기의 이동을 다루는 과정에서 기체가 입자임을 규정하게 되었죠. 기체화학자들의 연구가 물리학으로 이동하여 다시 전자의 발견 - 원자핵의 발견이 이루어졌고 원자론이 복권되었습니다.
  이후 원자는 원자핵(양성자, 중성자)과 전자. 그리고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쪼개지게 됩니다. 전자와 쿼크는 부피를 갖지 않는 점입자로서 이것이 입자인 상태에서는 데모크리토스적 원자론이고, 파동인 상태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연속론이죠.
  이런 사례에서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과연 이론은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하는 것인가, 관측자가 개념을 발명하는 것인가. 이에 물리학자들은 대개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귀납적이기 때문입니다.

  귀납적이란 것은 이런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하나 관찰해봤을 때, 백조는 모두 희다. 그래서 주변에 다 적용해봤더니 맞더라. 그럼 귀납적 과학으로 백조는 하얗다는 사실이 성립합니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해 누군가 어느 날 검은 백조 한 마리를 목격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러나 하나의 예외 케이스가 곧 이론의 폐기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과학은 일부 예외를 포함함으로써 더 가다듬어지며, 부분적 진리를 여전히 갖는 것이며, 그런 식으로 발전합니다.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백조가 흰 이유를, 거기 유전학이 발전하고 진화론이 발전하면서 백조가 그 발현을 가능케 하는 구성 요소와 흰색을 만들게 되는 이유를 알아가게 되는 것처럼요.
  과학의 발전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거칠게 나누었다가,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여 인과가 아닌 상관임을 발견하고, 이걸 더 전개하면서 더 깊은 인과를 발견하고, 또 기존 상관관계를 규명하고.....그런 것이지요. 함수적으로 0을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0에 - 과학으로 절대적 진리에 완전히 가닿지는 못할 것입니다. 귀납적이기에 하나라도 나오는 예외를 모두 아울러야만 절대적 진리이니까. 그러나 예외는 언제나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과학은 옳다는 증명도 있어야 하지만 반증가능성, 즉 틀리다는 증명도 있어야 성립합니다. 과학은 절대적 진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적(다 틀릴 수 있다는)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씩 끊임없이 예외를 좁혀가는 과정이 바로 과학입니다. 양자역학은, 바로 그것을 보여줍니다.

 

  3.

  이렇게 해서 4강에 걸친 양자역학 강의를 모두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사님께서 난해한 개념들을 최대한 쉽고 대중적으로 풀어주셨고, 덕분에 많은 부분에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지만 여전히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도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강의가 양자역학에 대해서, 과학에 대해서, 진리의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탐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해준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배움이 언젠가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지길 바라며, 4강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1
  • 2022-03-09 11:06

    으하하하~ 후기를 올리셨군요. 덕분에 잊고 있던 cp 대칭성을 주섬주섬 다시 생각해보네요.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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