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차 후기]그리스 비극은 그래서 죽었나?

자작나무
2024-03-26 00:19
101

<정신의 발견> 5주차는 제7장 <아리스토파네스와 미학>을 시작으로 장장 4장에 걸쳐 내용들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리에 쥐가 나는 일이 벌어지고 저자 스넬 쌤이 뭔 말을 하고자 하는지, 그 주제까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이전 내용도 다 안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수업 시간에는 개인적으로 "이제 비극은 죽었다"는 말에 꽂혔습니다. 그래서 비극이 죽었니? 살았니? 누가 죽였니? 등등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누군가에 의하면 여기서 죽은 비극은 장르와 형식 상의 비극이고, 또 누군가에 의하면 그리스적 세계가 갖고 있는 활기와 힘을 비극이 죽였다고 하고, 또 누군가에게 죽은 비극은 철학 때문에 죽은 예술을 말한다고 합니다. 복잡합니다....ㅠ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가지고 나름의 '미학'을 전개한 아리스토파네스도 어려운데, 저자는 18세기 독일 낭만주의와 문헌학자들이 그리스 비극을 탐구하는 내용까지도 설명하고 있어서, '결'을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가 뭔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은 끝에서 길을 잃었다는^^::  다행히 토용샘이나 경덕샘이 제시한 질문에서 저자의 주장을 잠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학자들이 에우리피데스를 비판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냈듯이, 저자는 에우리피데스 옹호를 통해서 뭔 말을 하고자 했던가? 으흠, 여기서 멈칫 하게 됩니다. '이제 비극이 죽었다'에 꽂혔던 저로서는 비극의 죽음과 관련해서 보자면, 저자에 의하면 비극은 죽지 않았죠. 지금도 운명과 인간과의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비극의 죽음 운운하면서 다시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뭐냐? 저자의 이 책의 주제죠, "정신의 발견"인 거죠.

 

"두 신성이 한 인간에게 다른 요구를 함으로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간은 자기 행위의 분명한 결과 앞에 멈추어 서서, 정의가 무엇이며 불의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숙고해야 한다. 이로써 인간의 새로운 경지가 자연스럽게 깨치고 나오는데, 이것이 자율적 행위와 자유 의식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종교적 사회적 옛 제약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한다."(234쪽)

 

자기 행위 결과에 대해서 '멈춰 서고', 스스로 '숙고하는' 자세, 내가 나를 본다는 것, 이것은 일기 쓰고 반성하는 일이라고 할 터인데, 호메로스적 인간에게는 있지 않았던 내면의 발견이자 정신의 발견인 것이죠. 타자의 시선을 항상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것'을 비극 작가는 인간이 처음으로 자신을 '자기 결단의 담지자'로 결단했다고 말합니다. 그 역사적 탄생 순간을 에우리피데스가 보여주죠. 비극이 죽었다, 누가 죽였나 라는 자극적인 질문에 사로잡혀서 책의 결을 잃어버린 일을 반성^^하게 된다는ㅠㅠ 어쨌든.... 

정군쌤은, 이 책을 꼬옥 저자가 전개하는 '결'을 따라서 조곤조곤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 시간에 뇌리에 막힌 말, '결'~ 이번 주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노오력~~

 

11장 <덕의 권고>은 분량도 길고...소크라테스도 나오고 해서 할 말이 많은 쳅터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덕을 주제화했다는 말, 그리스의 도시국가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함께 사고하지 않으면 또 엄한 곳으로 빠지고 마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감상만 간단히 달기로 한다.  덕의 권고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댓글 6
  • 2024-03-26 18:34

    아리스토파네스는 신화적 근원이 사라짐으로 비극은 죽었다고 말하나 저자는 아직도 비극은 있다고 합니다.

  • 2024-03-26 20:26

    저는 지금도 ‘결’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다만 머리 속에 남은 건 계몽과 낭만의 대립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 뿐인데요. 철저하게 계몽적 인간으로서 낭만적 사유를 하는 사람이 부럽다는… ㅠㅠ 재밌는 후기 감사합니다.

  • 2024-03-27 14:46

    아이고 이 '결'이 문제로군요. 그러니까 이게 좀 미묘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언뜻 읽기에는 이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그 안에 결정적인 진전이 있는 경우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예를들어 238쪽에 '에우리피데스에서 주인공인 두 사람은 파멸하고, 두 신성은 화해 불가능할 정도로 대립한다'라고 했을 때 이와 같이 봉합되지 않는 파멸-대립의 구도가 아이스퀼로스 시기의 종교성(통합)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라는 점입니다.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대립 이야기를 한 것도 그러한 종합-대립의 구도 속에 있기 때문이고요. 예로 든 것보다 미묘한 부분들이 계속 나와서 읽어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만, 이렇게 열심히 하고나면 시즌2는 훨씬 쉬울겁니다요 ㅋㅋㅋ

  • 2024-03-28 15:10

    저도 초반부는 아주 재밌게 잘 읽혔는데 갈수록 내용도 어려워지고 번역도 묘한 부분들이 있어서 따라가기 쉽지 않네요ㅎㅎ..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잘 나아가봅시다~

  • 2024-03-29 01:30

    저도 한줄 한줄을 헉헉 거리며 읽고 있어요. 2,3번 정도 같은 장을 읽고 있는데도 아직 어렴풋하게 이해되는 정도인데, 자작샘도 어렵다고 하시니 위로가 됩니다^^ 한 번만 더 읽고 자려고요. 시즌2는 좀 더 쉬울(?)거라는 정군샘 말씀에 힘을 내봅니다ㅋㅋㅋ 내일 뵈요!

  • 2024-03-30 14:08

    플라톤 국가를 읽어야 소크라테스에 대해 좀 더 정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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