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철학입문 시즌1] 6주차 후기

우현
2024-03-29 17:47
130

 

요즘 다들 어렵다고 난리인 『정신의 발견』. 오늘은 11장과 12장을 읽고 만났습니다. 희랍으로부터 비롯된 신화적 사유에서 논리적 사유로의 이행을, 언어의 구조와 특징을 가지고 논증하는 장이었는데요. 고대 그리스의 신화적 사유도 알까말까한 상황에서 이젠 언어까지 등장해 형용사, 동사, 명사(명사도 사물명사, 보편명사, 개별명사..)... 비유, 은유, 직유, 유추... 토용샘 말대로 국어시험 보는 것 같았죠. 저도 예시가 적혀 있지 않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사실 이 책의 저자인 스넬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한 편입니다. ‘정신의 발견’. 그러니까 희랍어의 언어구조에서부터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논리적 사유’가 출몰했다는 것. 다만 호메로스부터 이어져오는 다양한 시인과 철학자들의 말을 살펴보면, 신화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가 대립하지만은 않는다는 겁니다. 스넬샘이 신화적 사고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직유’를 우리도 아직까지 쓰기 때문이죠. 조금만 더 자세히 풀면 신화적 사고와 직유의 관계는 주체와 대상의 거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하게 ‘사자 같은 사람’ 이라고 말하는 은유법은 ‘사자’ 보편과 ‘그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존재합니다. 여우의 속성과 ‘그 사람’의 속성의 유사점을 관철한 ‘논리적 사유’이지요.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 사자의 가죽이나 탈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사자의 탈을 쓴 사람’이 아니라 ‘사자’ 그 자체가 됩니다. 그들에게는 ‘~같은’이라는 개념도 없는 것이죠. 이런 신화적 사유에서부터 비롯된 ‘직유’(‘저 사람은 사자다’와 같은)는 자연과학적 추론, 즉 논리적 사유와 대립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둘은 실제로 다르지요. 하지만 스넬샘은 각자의 영역 안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신화와 논리의 대립은 인과적 자연 설명 영역 밖에서 벌써 서로 어긋나는데, 신화는 사유 내용을, 논리는 형식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두 개념을 보존한다. 둘은 인간 사유의 상이한 두 단계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둘은 엄격하게 서로를 배제하기보다 오히려 신화적 사유 안에 몇몇 논리적 사유의 공간이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하나의 사유에서 다른 사유로의 이행을 천천히 조금씩 이루어진다. 실로 이 과정은 종료 없이 계속될 수 있다.

『정신의 발견』, 379쪽

 

 

실제로 우리도 두 사유방식을 보존하고, 그럼으로써 더욱 풍부한 언어나 감성, 지식과 철학, 예술까지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세미나에서도 언급 되었듯이 몇몇 예술가들은 그 신화적 사유와 비슷한 ‘직관’적인 감각이 발달한 부류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우리 기억 속에 남는 예술 경험들은 대부분(아닌 경우도 있습니다만) 논리적 사유보다는 신화적인 느낌에서 비롯되니까요. 예술(대상)과 감상하는 이(주체? 감상자를 주체라고 할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긴 합니다)와의 거리가 없는, ‘상징과 사유가 의지의 통제 없이 떠돌아 다니는 꿈’(『정신의 발견』, 380쪽)과 같은 경험들이니까요.

 

어렵긴 해도(이렇게 말하니 갑자기 자작샘의 꿍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ㅎㅎ), 이런 전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놓지 않으면, 그래도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스넬샘의 핵심은 항상 장 마지막에 숨겨져 있다는 것도 배웠으니, 열심히 읽어 나가자 보자구요~

댓글 5
  • 2024-03-29 23:33

    신화의 예제들이 반복,규칙이 되면서 논리적 사유가 되며 이 논리적 사유들이 신화적범례라는것을 배웠습니다. 언어에 품사의 연결이
    사유체계를 ,정신의 발견이 형성된다는것을 말하는것 같은대 너무 어렵게 받아지네요

  • 2024-03-30 14:06

    논리적 사고=내가 뭘 하는지 아는 것=완전한 자각. 그리고 이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튜터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우현샘!

  • 2024-03-30 21:24

    이번 챕터에서는 특히 '문헌학자는 이렇게 읽고 쓴다'를 여실히 확인한 것 같아요ㅎㅎ
    고전 텍스트 용어 하나 문장 하나에서 범례와 맹아를 발견하고 추척하는 저자의 태도가 새삼 인상깊었어요.

  • 2024-03-31 09:49

    저도 경덕샘 생각과 같아요.
    철학자가 아닌 문헌학자는 이런 사유를 전개하는구나,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나중에 호메로스도 읽고, 비극도 읽고, 희극도 읽고 그리고나서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2024-03-31 22:48

    뭐라뭐라 해도 지난 시간의 하이라이트는 '삶았잖아?' 였죠? ㅋㅋㅋ
    그 읽기 어렵다는 <정신의 발견>도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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