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철학입문 시즌2] 1주차 후기

효주
2024-05-08 16:33
100

 

시즌2에서는 플라톤의 초중기 대화편을 읽는 계획을 한 시즌 미루고 시즌1에서 읽었던 <정신의 발견>과 연결되는 그리스의 비극, 희극 작품들을 읽기로 했습니다.

정군샘의 말씀에 따르면 이런 문학작품들을 통해 플라톤이 자신이 구상한 이상국가에서 '시인들'을 추방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아리스토텔레스가 문학, 구체적으로는 당대 상연되었던 연극에서 정치적 순기능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나아가 서양정신문화 전반에서 발견되는 '희랍적 기원'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계획이라고 하십니다. 특히 비극과 희극 작품을 읽고 나면 플라톤 대화편의 대화 논점이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 시작하는지 감이 생길 수 있다고도 하네요^^

 

그래서 우리는 시즌2 첫 번째 시간에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을 읽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중 현존하는 유일한 비극 3부작인 <오레스테이아>로 아이스퀼로스는 기원전 458년 비극 경연대회인 디오니소스제에서 13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합니다.(3부작은 1부 아가멤논,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3부 자비로운 여신들)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인 비극 <아가멤논>은 그리스 도시인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날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죽임을 당하는 내용을 다룹니다.

당시 문학작품들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연기되었던 작품으로 배우들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기 때문에 표정을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배우의 숫자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배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아가멤논>의 경우에는 아가멤놈과 클뤼의 정부인 아이기스토스를 같은 배우가 연기하기도 해서 코로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코로스는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하는 해설자이면서 동시에 등장인물로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습니다. 스넬은 <정신의 발견>에서 ‘신화와 현실을 연결하던 서정시와 달리, 비극은 합창대 인물을 통한 재현, 신화의 실연에 집착함으로써 신화와 현실의 연결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 버렸다(193p)’ 고 설명합니다.

 

스넬이 강조하는 아이스퀼로스의 다른 특징은, 인간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의지나 벌어진 사건을 모두 신의 뜻으로 인식하는 고대 희랍인들의 인식이 인간 자체에 대한 의지와 관심이 모아지던 인식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서 있던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아가멤논>을 통해 알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당시 참주제를 시행하고 있었던 아르고스 사람들에 대한 아테네 사람들의 미묘한 멸시가 섞여 있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오레스테이아> 3부작 3편에서 아테네 신전에서 극적 화해하는 장면을 묘사하며 ‘정의’의 자리는 아테네에 있다는 아테네 사람들의 자부심과 극 속의 배경 아르고스를 통해 아테네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아르고스가 어떤 곳인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극 전체의 중심부가 되는 ‘자주색 융단을 밟는 장면’은 융단이라는 사치품과 로마 권력자의 토가색이었던 자주색을 매치하면서 이런 융단을 밟는 장면을 불경한 복선으로 묘사하고 있고 아폴론의 여자친구였던 캇산드라는 예언능력은 있지만 설득력은 없는 캐릭터로 그리고 있어 신화의 흔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가멤논>이 쓰여지던 당시의 그리스에서 '정의'는 각자가 받을 정당한 몫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정의관은 ‘이에는 이, 칼에는 칼’이라는 폭력적인 보복의 논리로 해석되기도 하며 플라톤은 이러한 정의관을 극복하고자 국가를 썼다고 합니다.

 

그리스 비극 걸작선을 이렇게 분석하면서 읽다보면 단편 하나에서도 시대적 배경을 포함하여 많은 점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시즌2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특히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2주차에 읽을 작품은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입니다.

현대 희비극에 비해 고대 작품들은 공백이 많아서 해석이 다양할 수 있기에 우리도 극을 읽고 각자의 해석을 가지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럼 금요일에 만나요~~~

댓글 6
  • 2024-05-08 18:01

    지난 주에 나눴던 얘기가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후기내용을 지팡이 삼아 아이스퀼로스의 다른 작품도 재미나게 읽어봐야겠네요~유후

  • 2024-05-08 22:23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4-05-09 11:21

    자세한 후기 감사드려요~
    <정신의 발견>을 읽고 비극을 보니 훨씬 보이는 게 풍부해지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 2024-05-09 17:14

    아이고 저 그림(이랍시고 그린 것)이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되다니 ㅋㅋㅋ

  • 2024-05-09 23:17

    역시 문학이 철학보다 훨씬 재밌더군요~ㅎㅎㅎ 계속 이렇게 철학을 곁다리로만 공부하는 건 안 되겠죠?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4-05-11 16:24

    신의 얘기와 인간의 얘기가 함께 나오니 흥미진진 한데요 정신의 발견을 자꾸 잊게 되어서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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