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38회차 후기: 효산전쟁

봄날
2024-03-25 01:53
40

희공즉위 마지막해인 33년이 시작됐다.

희공33년의 사건 중의 사건은 '효산전쟁'일 것이다. 32년에 진(秦)이 정나라를 치려 하자 건숙이 목공에게 간언했다. 너무 멀리 원정가는 것도 그렇고 정나라는 우리가 공격할 것을 알고 대비를 충분히 할테니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고. 그러나 진목공은 건숙의 말을 듣지 않고 출병했다. 

 

진나라 군대는 좀 깨방정이었는지, 주나라를 지나갈 때 예의를 갖추지 않고 대충 투구만 벗었다가(원래는 갑옷도 다 벗어야 됨) 다시 날듯이 뛰어 전차에 올라탔다. 슬슬 진나라 군대에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하다. 군대가 활땅에 이르자 정나라 상인 현고가 이들을 맞아 가죽을 선물하고 병사들을 호궤하면서 선심쓰는 척 했다. 정나라 군주는 한술 더 떠서 진나라 군대가 와서 식량을 바닥냈으니 우리 전용사냥터에 가서 직접 사슴을 잡아먹으면 어떻겠냐고 비꼬았다. 정나라의 대비가 단단한 것을 알고 기자와 왕손, 양손은 도망쳤다. 맹명도 정나라가 대비한 것을 알고 그들과 싸워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활나라만 멸망시키고 돌아갔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진(晉)나라의 원진은 진목공이 건숙을 외면하고 전쟁에 나선 것에 대해 백성을 저버린 처사라고 비난하며 "지금 하늘이 우리를 도울 것이니 진(秦)나라를 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간에 난지가 말리고 나선다. "진나라는 일찌기 우리에 은혜를 베풀었는데, 아직 보답을 안하고 침략하면 안된다"고. 선진은 "활땅은 우리 동성의 나라인데,  우리를 모욕한 거나 마찬가지, 만약 지금 치지 않으면 후세 두고두고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며 진양공을 재촉했다.  아직 상중이었던 양공은 흰색 상복 대신 전투복의 색상인 검은색 상복을 입고 전쟁에 임했으며, 이때부터 진나라 상복이 검정이 됐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무튼 진나라 군대를 패퇴시킨 진양공은 맹명시, 서걸술, 백을병을 사로잡아 돌아왔다. 이때 죽은 문공의 부인인 문영이 이 세 포로를 놓아달라고 했다.  문영은 죽은 진문공의 부인이기도 했지만 진목공의 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슨 세 사람은 진(秦)으로 돌려보내도 그곳에서 반드시 죽임을 당할 것인데, 뭐하러 진양공의 손에 피를 묻히느냐...이런 거였다. 암튼 양공은 친모의 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것이 큰 사단이 되었다. 선진이 이것을 알고 노발대발, 군주 앞에서 정면으로 침을 뱉았다. "기껏 군사들이 애써 잡은 포로를 일개 아녀자의 말을 듣고 풀어주다니, 망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제서야 잘못을 깨달은 진양공은 서둘러 사람을 시켜 다시 잡아들이려 했지만 포로들은 이미 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나간 후였다. 뱃전에서 맹명이 조롱했다. "군의 도움으로 이렇게 진(秦)으로 돌아가 우리 임금께서 죽으라면 죽어야 겠지만 만약 군의 은혜로 살아남는다면 3년후에 이 은혜(원수)를 갚겠나이다."

 

과연 이후에 맹명의 말은 사실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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