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35회차 후기: 질긴 위성공의 목숨

봄날
2024-03-04 14:03
55

성복전쟁 이후 제나라의 위세는 말이 아니게 됐다. 적(狄)이 제나라를 깔보고 쳐들어갔다.  바야흐로 진문공이 패자의 반열에 오르는 시기...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진문공이 패자가 된 건 그의 능력이라기 보다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가는 참이다. 아니, 남의 말을 잘 듣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암튼 그는 뒤끝도 길고 얍삽한 짓도 거침없이 저지른다. 

진문공은 위성공을 의원을 시켜 독살하려 했다. 그런데 위성공의 현명한 신하 영무자가 의원을 매수해 독을 조금만 먹게 해서 그를 살렸다. 또한 희공이 주왕과 진문공에게 뇌물을 주면서 위후를 부탁했기 때문에 위성공은 살 수 있었다. 위성공은 주천과 야근을 시켜 위땅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다스리던 원훤과 공자하, 그 동생 자의까지 죽여버렸다.  덕분에 위나라로 돌아온 성공은 선군에게 제사를 지내고 주천과 야근을 경(卿)으로 임명하려 했는데, 주천이 먼저 조정으로 들어가다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급사했다. 너무 들떠서 심장마비가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해보지만, 아무튼 야근은 그걸 보고 겁을 집어먹고 경벼슬을 거부했다.

 

30년 가을의 또 하나의 사건은 두 진나라(晉, 秦)가 정나라를 공격한 일이었다. 이것은 과거에 진문공이 유랑할 때 무례했기 때문이라고, 그걸 성토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진문공... 뒤끝작렬 아닌가? 하지만 어디서든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이다. 위기에 빠진 정나라에는 촉지무가 있었다. 촉지무는 처음엔 정문공의 부탁을 고사했지만, "나라가 없어지면 임금이나 신하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성공의 말을 듣고 임무를 자처했다. 촉지무는 두 진나라를 이간질하는 계책을 썼다. 촉지무는 진(秦)목공에게 말했다. 

"우리 정나라는 두 진나라 사이에서 이미 망하게 돼있지만 군(진목공)께는 우리 정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이익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 진(晉)문공만 좋은 일이 됩니다. 정벌한다고 경계에 있는 나라를 잘 간수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그대로 정나라를 두는 것이 이웃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길입니다. (생각해보십시요) 그 진(晉)은 이전에도 군을 도와주었는데 나중에 땅(초땅과 하땅)을 준다고 해놓고 입을 싹 씻지 않았습니까? 진문공 욕심이 끝이 없겠지요. 이번에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우리 정나라를 그냥 두고 동쪽을 관리하고 모자란 것을 보급하는 역할을 맡기시는게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 듣고 보니 그럴 듯 하여 목공은 정나라와 결맹하고 그냥 돌아갔다. 세치 혀로 나라를 구하는 예가 이렇다. 그렇다면 남은 진나라 문공은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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