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37회차 후기 : 말 안 듣는 진(秦)목공

토용
2024-03-19 00:56
49

희공 32년 겨울 진(晉)문공 중이가 죽었다. 19년을 나라 밖에서 떠돌다가 군주의 자리에 오른 지 9년만이었다. 진문공은 곡옥무공(진의 小宗으로 大宗에게서 군주의 자리를 빼앗음)의 후손이다. 조묘(祖廟)가 곡옥에 있기 때문에 빈소를 곡옥에 차리기 위해 도읍 강(絳)에서 곡옥으로 시신을 운구한다. 그런데 관에서 소 울음 같은 소리가 나자 복언은 진문공의 말이라며 전하기를,

 

“서쪽에서 진(秦)나라가 정나라를 습격하기 위해 우리 땅을 지나갈 것인데, 그 때 진을 공격하면 크게 승리할 것이다.”

 

앞서 희공 30년에 진(秦)나라는 정나라를 치러 갔다가 촉지무의 계책에 넘어가서 진(秦) 대부 기자 등을 정 땅에 남겨두고 환군한 일이 있었다. 기자가 정 땅을 수비하고 있다가 진(秦)에게 보고하기를, 자신에게 북문의 열쇠가 있으니 몰래 군사를 끌고 오면 정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오기만 하면 성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것.

 

그런데 진(秦)이 정을 치려면 반드시 진(晉)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러자면 진(晉)에게 길을 빌려 달라 요청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나라도 진(秦)의 침입을 알게 될 것이니 습격은 의미가 없게 된다.

 

진(秦) 목공은 건숙에게 의견을 묻는다. 당연히 반대. 천리나 되는 먼 길을 가는데 습격이 가능하냐, 군사들이 피로에 지쳐 싸울 수도 없다, 정나라도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는데 목공은 듣지 않고 결국 출정한다.

 

건숙은 전쟁에 나가는 아들을 울면서 보낸다. “진(秦)은 효산에서 반드시 대패할 것이고 너는 그 곳에서 죽을 것이다. 내 너의 뼈를 거두어주리라.”

뒷이야기는 희공 33년에 이어서 나온다. 이건 다음 시간에....

 

이 얘기가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서경』의 마지막 편인 <진서>의 배경이 되는 얘기였다. <진서>는 목공이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전쟁을 했다가 패배하고 반성의 맹세를 하는 내용이다. 그 전쟁이 바로 이 효산전투였던 것이다. 『서경』에는 전투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 『좌전』에서 전후사정을 알게 되니 목공이 반성을 할만도 했다. 그동안 『좌전』에서 본 목공은 꽤 현명한 군주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그래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하니 괜찮은 군주인 듯.

댓글 1
  • 2024-03-19 16:52

    뭔가 잘 안 될려면 꼭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게 되는 ^^;;
    오늘 세미나에서 진 목공이 나중에 '여러분 그만 떠들고 내 말 좀 잘 들어보라'고 한 이야기, 나중에 <서경읽기>에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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