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공 33회차 후기 : 자옥이 패한 이유

진달래
2024-02-20 20:06
67

성복전투에 초나라가 대패하자, 자옥(성득신)이 그 책임을 지고 죽었다. 

이에 자옥이 패한 이유를 좌전은 그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들고 있다. 

자옥에게는 붉은 옥으로 꾸민 가죽 관과 옥이 달린 관끈이 있었는데 성복전투가 있기 전날 밤 꿈에 하신(河神)이 나타나 그것들을 자기에게  넘겨주라고 했다. 

이를 들은 사람들은 자옥에게 넘겨주라고 했지만 자옥은 듣지 않았다. 

대부인 영황이 말한다. 

 

"죽어서 국가에 이익이 된다면 혹 그렇게 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구슬로 만든 것쯤이야 어띠 그만하겠습니까?  이는 분토와 같은 것입니다. 이것으로 우리 군사가 이기게 된다면 어찌 그것이 아까운 것이겠습니까? "

 

그래도 듣지 않았다. (不聽)

 

그는 이에 신(神)이 그를 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옥이 백성을 위해 힘쓰지 않아서, 스스로 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옥의 죽음은 글마다 조금씩 다른데 <좌전>은 그가 자결하려 했는데 주변에서 말려서 초성왕의 처분을 기다리다가 끝내 사면령이 오지 않아서 죽었다고 했다.

<초세가>는 초 성왕이 노하여 자옥을 죽였다고 했는데 또 <진(晉)세가>에는 자옥이 자살했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주로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의 가장 대표적인 행동인 '불청(不聽)' 즉 남의 말을 듣지 않음이 두 번이나 나온다. 

<좌전>에 등장하는 현명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좌전>뿐이랴, 동양에서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임을 입증하는 일이 허다하다. 

여기 대표적으로 진(晉) 문공 역시 남의 말, 그러니까 신하들의 의견을 잘 듣는다. 

<좌전>을  읽으면 읽을수록 문공에게 패자다운 면모가 있는지 계속 의문이 든다. 잘 삐지고, 꽁하는 마음도 있고... 천자에게 바라는 게 많은 것으로 보아 허영심도 좀 있는 것 같고. 

확실히 그가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문공 주변에 워낙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문공이 그들의 말을 비교적 잘 들었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자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문공이 이로써 자기를 괴롭힐 자가 없어졌다고 한 것으로 보아 자옥이 보통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나라는 성복 전투의 패배로 병거 100승, 병사 1000명이 포로로 갔다고 하니 그 피해 규모가 꽤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희공 28년이다. 

댓글 1
  • 2024-02-26 22:44

    남의 말 잘들어야 하죠. 근데 남이 간신이 될 수도 있고 현신이 될 수도 있고. 결론은 현신의 말을 잘 들어야겠죠.
    진 문공은 남을 잘 골랐던 것 같아요. 성격은 그닥인듯 한데 사람 보는 눈은 있는 것 같네요. 듣는 귀도 있고. 정치 혼자 하나요. 그것도 능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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