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1회차 후기 : 패자(覇者)의 책무
희공이 즉위했다. 희공은 민공의 동생이다. 민공이 8세 정도에 즉위해서 2년 만에 죽었으니 희공의 나이도 10세 이하 어린이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희(僖)라는 시호는 조심성이 많아 모든 일에 근신(勤愼)함을 뜻한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숙부 계우의 손에 의해 군주가 되었으니 평생 몸 사리며 조심했던 것일까? 33년 재위기간에 일어난 일을 살펴보면 알게 되겠지.
계우는 희공을 군주로 세우면서 정권을 잡게 된다. 민공을 죽이고 스스로 군주가 되려다가 실패하고 거나라로 도망간 형 경보를 잡아오기 위해 계우는 거나라에 뇌물을 쓴다. 노나라로 붙잡혀온 경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과정에서 계우가 거나라에 약속한 뇌물을 주지 않았는지 아니면 거나라가 욕심을 내어 뇌물을 더 달라고 했는지 어쨌든 계우가 거나라와 싸우고 거여를 붙잡아온다. 거여는 거나라 군주의 동생이었다.
희공 원년 경에 이 일이 기록되어 있다. 전에서는 이를 계우가 경(卿)도 아닌 거여를 잡은 공을 아름답게 여겨서 기록하였다고 적고 있다. 거여는 대부였다. 아니 상식적으로 대부보다는 경을 잡아야 공이 더 있는 것 아닌가? 두예는 주석에서 거여가 거나라 군주의 동생인데, 동생이라고 기록하지 않은 것은 경(卿)이 아니기 때문이고, 경이 아니면 기록하지 않는다고 했다. 거여가 군주의 동생이지만 경은 아니었고, 그래서 원래 춘추에 기록이 되지 않지만 계우를 칭찬하기 위해서 기록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양선생이 이에 대해 주석을 길게 달지 않아서 이런 부분은 앞으로 더 공부하면서 찾아낼 수밖에 없다. 평소에 그렇게 주석을 자세하게 달아주시는 분이 왜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하시는지 ㅋㅋㅋ 아, 춘추필법 어려워!
어쨌든 이 일로 계우는 비땅을 하사받는다. 그리고 계우의 권력이 강했음을 보여주는 기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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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공 원년의 기록에는 패자(覇者)의 책무에 관한 것이 있다. 적(狄)의 침입으로 위(衛)와 형(邢)이 제후국들의 도움으로 천도를 하게 된다. 전에서는 후백(侯伯) 즉 패자의 책무로 환란을 구제하고(救患), 재해를 분담하고(分災), 죄 있는 자를 토벌하는(討罪) 것이 예라고 하였다.
제후국들 중에 가장 힘이 센 나라가 패자의 지위를 얻는데 그 첫 번째 패자가 제나라였기 때문에 위, 형의 천도는 제나라 군주가 중심이 된다. 위, 형이 오랑캐의 침입에 무너졌으니 다른 땅으로 옮겨주어 사직을 잇게 해주었고, 이것은 구환에 해당하는 일이다. 분재는 흉년 등의 천재지변에 곡물 등 구호물품을 보내어 도와주는 것이다. 고통분담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토죄는 제후국들이 서로 이유 없이 정벌하지 않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제후국들이 연합해서 잘못한 제후국에 성토하러 간다.
패자의 일은 봉건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도우면서 살도록 하는데 있다. 원래 취지는 그러했을지 몰라도 춘추오패라 불리는 패자들이 과연 이런 마음이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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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