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겨울캠프 <형설지공> 후기!!

동은
2024-02-08 15:49
134

안녕하세요! 지난 여름캠프에 이어서 다시 돌아온 한문이 예술 겨울캠프입니다!

이번 캠프,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는데요^^ 어떻게 지냈는지 후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작년에 어떻게 지냈니?

친구들과 만나면 가장 먼저 소개를 합니다. 처음 만나도, 다시 만나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건 중요하죠. 우선 올해 합류하신 진달래 선생님과 제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간략하게 자기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본문을 만들어 소개할 수 있도록 했어요. 몇 살인지 적는 칸에는 만 나이로 쓰느냐, 그냥 나이로 쓰느냐 갑론을박이 있었는데요, 그냥 자기가 원하는 나이로 적으라고 했어요. (대부분 나이가 많기를 원하더라고요ㅋㅋ)

 

소개는 단순히 이름과 나이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할 때 세 가지를 함께 고민해보라고 했어요. 첫째로 작년에 가장 좋았던 일은 무엇이었고, 두 번째로 가장 아쉬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였습니다.

쉽게 적어내린 친구도 있었고 오랫동안 고민하던 친구도 있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할까?’를 생각해보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소망이 있는지 볼까요?

 

 

무엇을 바라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건 소중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습니다 ㅋㅋ

 

 

수업을 준비하면서 저는 아이들의 소망이 크게 다섯가지로 나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울 한자를 다섯가지로 추려봤어요.

 

친구들과 관련된 벗 우友, 나의 능력과 관련된 힘 력力, 가족들과 관련된 집 가家, 기분좋은 일들과 관련된 기쁠 행幸, 그리고 이루고 싶은 일과 관련된 이룰 성成이었습니다. 과연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특별이 한자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 친구들이 아닌 이상 많이들 한자를 낯설어 하는데요,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이 한자가 들어간 단어들을 보면서 문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려운 듯 하면서도 간단한 한자들을 섞어놔서 그런지 아이들은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어요. 정말 다섯가지로 아이들의 소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까요...? 소망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나누게 될 것 같네요^^

 

이런 한자도 있구나!

오전에 수업을 한 아이들이 서서히 지쳐갔습니다. 이럴때! 든든히 밥을 챙겨먹고 밖으로 나가야죠. 오후에는 박물관에 가야 하거든요! 점심은 진달래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치즈김치볶음밥을 먹었습니다.

다함께 버스를 타고 수원박물관으로 향했어요. 수원박물관에 있는 서예박물관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서체가 한 공간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쓰인 한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규모도 크지 않아서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전시물들을 보기 좋았어요. 이 곳에서 저희는 서예 작품들을 살펴보고 각각 마음에 드는 글자를 찾아 기록해보았습니다.

 

그래서 관람과 과제를 다 마친 아이들에게서 아이들에게 가장 안들었으면 하는 말이 들리더군요. “선생님 이제 뭐 해요?” 둘러보다가 수원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지역관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어려울 것 없이 잘 돌아다니더라고요. 수원에서 온 친구는 유치원에 이곳에 온 적이 있다는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습니다 ㅎㅎ 옛날 교복 체험도 하며 즐겁게 관람 후 다시 문탁으로 돌아왔어요. 아주 알찬! 관람이었습니다.

 

 

표정만 봐도 즐거워 보이네요 ㅋㅋㅋ

 

아이들이 가장 많이 좋아했던 서예작품이었습니다 (에구 사진이 뒤집어졌네요! 수정하겠습니다  )

 

다녀와서는 서예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서예도구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문방사우, 지필연묵입니다! 진달래 선생님께서 한유의 모영전을 통해 붓의 모영, 종이의 저선생, 묵의 진현, 벼루의 도홍에 대한 옛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실제 벼루와 붓, 먹과 화선지를 보며 문방사우를 만나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만 써보고 싶다는 성화에 못이겨 진달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붓을 쥐어주셨던 것 같아요. 원래는 다음날 붓을 들기로 했었거든요 ㅎㅎ

 

아이들이 모영이야기를 듣는 사이 저는 저녁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동양고전 공부를 하고 있는 자작나무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아이들이 맛있는 카레를 먹을 수 있었어요! 감사드립니다.

 

 

 

나의 소망 한자는...

분명 박물관에서 거의 놀았던 것 같은데 아이들은 이제 밥먹고 노는 거냐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에게 노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ㅎㅎ 하지만 이번 캠프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노는 동안 한 명씩이야기를 들으며 소망 한자를 찾아주기 위함이었어요. 그렇게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가장 저에게 중요하기도 하고 가장 좋았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보는 저에게 자기가 갖고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해줄지 걱정이었거든요. 다행히 소망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라고 여러번 압박^^해서인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자를 찾아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친구들의 소망한자입니다!

지영 - 내가 만든 빵을 먹고 사람들이 기뻐했으면 해서 기쁠 행幸

채윤 -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해서 굳셀 건健

현우 -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 집 가家

정훈 - 동물들과 친구 사이가 되고 싶어서 벗 우友

도환 - 주중에도 게임을 해도 될 정도로 할 일을 잘 해내고 싶어서 가능할 능能

시원 - 멋진 사람이 되어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 좋을 호好

한서 -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싶어서 믿을 신信

혜인 - 그림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어서 그림 화畫

간단한 한 문장으로 정리했지만 이 바람을 찾아내기 위해서 아이들과 거의 20분씩 이야기를 나눴답니다ㅎㅎ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붓을 들어 한자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먹을 사용하는 일은 조심스러워야 하기 때문에 우선 각자가 찾은 한자에 대해서 알아보고, 어떤 점을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냥 한자만 쓰는 건 재미가 없잖아요. 전날 다녀온 서예 박물관에서 나는 어떤 글씨가 왜 재미있었는지를 돌이켜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바람이 한자에서도 잘 드러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고민을 이어가다보니 한자의 모양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부분들을 살리고 싶은지, 한자를 어떻게 꾸며보면 좋을지, 그리고 아예 모양을 바꿔본다면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며 자기만의 한자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각자 완성본을 계획해 붓을 들었습니다!!

화선지에 한자를 옮기기 전, 여러 방식으로 붓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단 붓은 연필을 쥐듯 잡으면 안되죠. 젓가락을 처음 잡는 사람처럼 어색하게 붓을 들고 우선 선을 균일한 굵기로 길게 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길게, 선으로, 짧게, 등등 여러 방식으로 선을 그어보고... 그리고 각자에게 배정된 한자를 써보았습니다. 여러번 계획해서 만들어낸 한자여서 그런지 아이들은 쉽게 한자를 썼습니다. 저도 신기하더라구요.

 

전 날 아이들에게 직접 쓴 뒤 발표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떻게 그걸 할 수 있냐고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연습을 거치고 나니 그런 걱정은 쏙 들어가더라구요. 저역시도 걱정했습니다. 소망을 말하는 것이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고 밝히고 싶지 않을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처음의 걱정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자를 쓰고, 자신의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냈습니다! 너무 기특했어요. 발표를 마친 뒤 아이들이 잘 따라와준 것이 가장 고마웠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발표가 어떠셨을지 궁금하네요^^ㅎㅎ

 

리허설을 하는 아이들!

 

이렇게 이번 겨울 캠프가 끝이 났습니다. 너무너무 즐거웠는데 어떻게 후기로 옮겨야 하나 고민했는데 역시나 후기가 한참 못미치네요.

붓을 두고 간 시원이가 와서 “하루밖에 안잤는데 여기가 집 같아요!”했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 한문이 예술에서는 설괘전을 중심으로 고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자연현상에 대해서 배워볼 계획입니다.

아직 프로그램은 기획중에 있어요. 너무 늦지 않게 공지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즐거운 캠프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만나요~~

댓글 4
  • 2024-02-08 16:08

    발표에 참석 못해 궁금했는데 후기를 상세히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이들의 참신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눈에 그려지네요. 소중한 시간 감사합니다

  • 2024-02-08 20:32

    근사하군요^^

  • 2024-02-09 11:24

    오호! 후기를 읽으니 올해 월간 <한문이예술> 프로그램이 어떻게 나올지 얼른 만나고 싶군요!!

  • 2024-02-10 14:58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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