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할 시간도 부족한데 세미나까지 하는 게임동아리의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후기

동은
2023-02-02 02:39
501

게임동아리를 아시나요?

문탁에 아는 사람만 아는 소모임이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사람을 모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은밀한 것도 아닌… 그런 소모임이죠. 바로 게임동아리(가칭)입니다! 저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처음의 취지는 정말로 그냥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게임하자’였거든요. 제가 정군쌤한테 ‘쌤 같이 게임하실래요?’라고 물었고, 거기에 만복이가 합류하면서 네 명의 고정멤버가 생겼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시작해서 비정기적이지만 대충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탁 강의실에서 거하게 난리법석을 떨며 놀고 있죠. (요요쌤은 저희 노는걸 보면서 신기하다면서 사진도 찍어가셨어요 ㅋㅋㅋㅋ)

그런데… 어느 순간 같이 게임에 대한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누가 인문학 공동체에서 지내는 사람들 아니랄까봐ㅡㅡ;;; 정말 즐기는 취미의 영역으로 게임을 대해왔기 때문에 함께 책을 읽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 이유로는 첫째, 놀기만 해도 시간은 모자르다는 점. 둘째, 각자 하는 일이 가득한데 거기에 또 공부를 얹는다니! 셋째, 게임은 어떤 면에서 공부하기에 가장 정형화 되지 않은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가봐도 세번째 이유가 가장 커보이죠?ㅎㅎㅎㅎ 처음에는 하버트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를 읽기로 했지만 모두 읽지를 못하고… 그 다음으로는 게임에 대한 자유주제로 짧은 글을 써서 공유하고… 이러면서 각자 게임에 대한 입장과 생각을 가늠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어 겨우 함께 한 권의 책을 읽고 만날 수 있었어요. 바로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입니다.

 

 

우리는 게임을 어떻게 취급하는가?

이 책의 부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만 게이머들은 답해줄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이 책은 정말 다양한 방면으로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종류와 장르, 역사, 게임의 사회적인 위치, 그리고 가능성과 게임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와 현실 그리고 제안까지….. <미디어의 이해>와는 다르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저희는 각자 책을 읽고 오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게임을 산업으로서 바라보는 입장에 대해 약간의 이질감같은 것을 느꼈다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게임은 재미를 위해서, 흥미로 인한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 의도가 산업화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어떤 입장으로 게임을 취급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었죠. 책은 그런 구체적인 주제보다는 게임의 대략적인 설명과 통계적인 소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은 부족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내가 어떻게 게임을 취급하고 있는지, 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습니다. 내가 너무 순진하게 게임을 대하는 것인가? 그냥 돈주고 게임을 하면 되는 그런 건가? 그렇진 않거든요. 저는 그 질문을 찾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제 글에 정군쌤은 제가 어떤 게이머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나는 어떤 게임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 저희 네명은 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정군쌤은 전략적이고 차트를 보고 수치를 조절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고 만복이는 단순해서 가볍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케릭터의 성장이 주가 되는 게임을 좋아하고, 우현이는 1:1로 가장 날것(?)의 대결이 오가는 격투게임을 좋아하고, 저는 가상의 세계관 안에서 일부가 되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다 같은 게이머가 아니라는 말이죠!! 게임은 결국 정해진 규칙을 통해서 성취를 하는 것이 기본 골자인데, 각자 어떤 부분에서 만족감을 얻는지는 다릅니다. 그 결을 살펴보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나에 대해서 고민하다보면 쉽게 프로이트적 해석을 하게 되버리는데…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금 더 섬세하게 자신의 게임을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다음은 우현이의 글을 봤습니다. 우현이는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PC(Political Correct)에 대한 내용을 썼습니다. PC는 2010년대 후반부터 여러 가치판단과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되었는데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책에서는 이 흐름을 산업과 연결된 중요한 요소로 보았습니다. 대기업들이 각종 혐오를 검열하는 것은 그들이 올바르고 청렴해서가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게임도 마찬가지로 소수자를 등장시키고 여성 케릭터를 앞세운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결국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존중으로 과연 무엇이 해결되는지에 대한 의문인거죠. 많은 남성게이머들은 이에 대해 ‘재미가 없다’고 표현합니다.

이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PC에 대한 유감, 의심이나 필요성 등등… 개인적으로는 PC에 대해서 그 효용성이라거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과 PC가 게임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가 될수는 없다는 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게임에는 다양한 방식의 플레이가 있고 그것이 PC에 적합하지 않더라도 게임으로서는 훌륭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왜 PC에 대한 논의가 나오게 되었는지-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 파급력-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예를 들면 총기가 나오는 게임을 하면 정말 사람을 총으로 쏘고 싶어지는가? 격투게임을 하면 사람을 때리고 싶어 지는가?… 이런 질문은 이렇게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리게임을 하면 요리를 잘하게 되는가? 등등…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을 좀 더 살펴봐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우현이 글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마무리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책은 이런 내용을 담은 <모럴컴벳>으로 정해졌구요.

 

 

그리고 나머지 두사람의 글은…. 안봤습니다 ㅎㅎ; 이미 실컷 떠들고 나니 밤 열한시가 넘어가버렸거든요. 그래서 일단 다시 방법을 강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게임 모임은 이렇게 말랑말랑한 점토같은 모임이랍니다 ㅎㅎ 다음 모임을 하게 되면 다시 후기 남기도록 할게요! 그럼 그때까지 안녀엉~~

 

+세미나가 있고 이틀 뒤, 세미나가 아닌 놀기만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날은 특별 게스트로 청량리와 겸서가 왔어요! ㅋㅋㅋㅋ 콘솔게임을 궁금해하는 겸서와 정군쌤의 인생게임 피파를 하면서 재밌게 놀았습니다 ㅋㅋㅋ 사진 한장을 남겨놓을 생각을 못할 정도로요;;ㅋㅋㅋㅋㅋㅋ

 

댓글 7
  • 2023-02-02 10:11

    하하하 다른 두 사람은 어떤 글을 써 왔을까, 궁금하네요.
    다음 모임에 즐겁게 간식 쏘고 싶게 하는 후기입니다.^^
    (여기에선 보드게임 같은 건 안 하나요? 그냥 궁금하여..ㅋㅋ)

  • 2023-02-02 10:42

    저는 초등학교 때 다녔던 다른 ‘PC’(personal computer) 학원이 생각나네요. 그 때 8비트 pc로 했던 나름 핫했던 게임들(양배추 인형, 올림픽, 갤러그, 왕가의 계곡 등)이ㅋㅋ
    지금의 게임 세계는 훨씬 더 다종다양하겠군요. 중학교 들어가면서 게임은 딱 끊었었는데ㅎㅎ(게임을 끊고 만화책의 세계로~ 슬램덩크!!)
    게임도 게임 공부도 흥미롭네요!!

  • 2023-02-02 13:41

    이동은에게 첫 후기를 쓰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제가 참 대견합니다(제가 대견하다는 이야기에요) ㅋㅋㅋ
    이번 달 게임데이는 17일 저녁 8시(정규회원은 그 전부터 게임을 돌리고 있기는 합니다)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오셔요.
    그리고 저희는 '게임'을 가리지 않고 합니다 ㅋㅋ 그래서 처음 1회, 2회에는 보드게임도 했답니다.(라스베가스, 모노폴리 k-청약)
    혹시 오시는 분이 더 늘어난다면 비디오게임, 보드게임을 한꺼번에 돌릴 수도 있겠군요! 게다가 2층에 프로젝터가 두 대 있으니 비됴게임을 두 테이블 돌릴 수도 있겠습니다.(두근두근)

  • 2023-02-02 17:04

    제가 썼던 글도 올려둡니다 …ㅎㅎ

  • 2023-02-02 19:34

    이번 게임데이에서는 피파23(축구게임)을 주로 했는데요, 저는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해서 무릎을 다쳐버린 일도 있었답니다...
    겸서는 집에서 '겜신겜왕'같은 존재였으나 게임데이에서는 승률0%를 달성하며 인생의 쓴맛을 맛보았죠...
    이렇게나 재밌는 게임데이, 한 발 더 나아가는 게임 세미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ㅎ

  • 2023-02-02 23:26

    게임 동아리는 계속된다~~!!

  • 2023-02-08 14:30

    뭔가 흥미진진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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