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세미나] 『언어와 상징권력』1회차 후기

우현
2024-03-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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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회학 세미나>! 피에르 부르디외의 『언어와 상징권력』을 읽어나갈 예정이구요, 무엇보다 라겸샘이 새롭게 합류함에 따라 단둘이 과외하듯이 했던 세미나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ㅎㅎㅎ. 꼼꼼이 따져가며 질문하시는 라겸샘 덕에 밀도가 높아지고 이야기도 훨씬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1장 ‘올바른 언어의 생산과 재생산’을 읽고 만났는데요~ 기본적으로 부르디외는 기존 언어 구조학을 구성하던 학자들의 의견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소쉬르를 필두로 한 언어학은 기본적으로 언어를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언어 자체의 구조를 분석하는 ‘내적 언어’와 사회나 정치 등 언어가 외부적으로 맺는 관계인 ‘외적 언어’로 말이지요. 그리고 ‘내적 언어’만이 ‘언어학’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뒤르켐이 사회를 그 형성 조건과 떨어뜨려 ‘사회 그 자체’를 분석할 수 있어야 ‘사회 과학’이라고 한 맥락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1234>로 뒤르켐을 읽으신 라겸샘이 컨펌해주셨지요ㅎ. 아무튼 부르디외는 이렇게 ‘내적 언어’라는 이름으로 그 발생 조건들에서 똑 떼어내어 보는 관점에 대한 비판을 가합니다. 언어는 그 발생조건을 이루는 사회적 환경과 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언어는 중립적이지 않다”며 말이죠.

 

정군샘은 들뢰즈와의 연관된 내용도 설명해주셨어요. 들뢰즈가 “모든 말은 명령어다.”라고 말한 맥락이 부르디외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거죠. 모든 말이 명령적 함의와 권력 관계를 담고 있다는 것은, 부르디외 식으로 말하면 ‘모든 말은 사회적 개인이 축적되어 온 사회적 성향(하비투스)와 언어가 작동하고 있는 언어 장의 맥락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비투스’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죠. 『언어와 상징권력』에서는 하비투스를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지 않아요. 정군샘은 이에 대해 우치다 타츠루의 저서 중 한 권(어떤 책인지 기억이 안 나신다고 합니다ㅎ)에 나온 내용으로 설명해주셨죠.

 

 

영화 동아리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선배에게 이런 질문을 듣게 됩니다.

“장 뤽 고다르 영화 좋아해?”

이때, 동아리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만약 고다르를 보지 않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릴 적부터 문화 자본에 많이 노출되어 온 사람, 즉 고다르를 접하는 게 어렵지 않았고 고다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고다르의 영화가 ‘취향’이 됩니다.

반면 문화 자본이 적어서 고다르를 접할 기회가 없던 사람이지만, ‘영화 애호가’로서의 지위를 욕망하는 사람은 필사적으로 ‘고다르 본 척’을 한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에서의 ‘문화 자본’, ‘영화 애호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 같이 사회적으로 축적되어 한 개인의 무의식까지 내면화된 성향이 ‘하비투스’입니다.

또한 이 이야기에서는 부르디외가 말한 ‘언어의 역학과 재생산’과도 연결돼요. 그 이야기는 조금만 있다가 하기로 하고,

 

따라서 1장에서 펼치는 부르디외의 논지는 ‘표준어’가 생겨난 맥락은 ‘국가’의 탄생과 떨어뜨려놓을 수 없다는 겁니다. 표준어는 민족 통합과 독립을 위한 장치이며, 표준어가 재정됨으로서 다른 지역의 방언들이 모두 ‘품격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는 거죠. 그런 격차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곳이 ‘학교’구요.

 

근데 이런 공용어이자 인공어인 표준어가 재생산되는 과정이 기가 맥힙니다. 그 과정은 쁘띠부르주아들이 표준어를 점유하는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쁘띠부르주아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귀족성’을 전유하고자, 표준어를 잘못 구사하는 이들에게 ‘과잉 교정’을 행합니다. 그야말로 차별의 덕을 보면서 동시에 차별을 부인하려는 노력에서 잘 드러나는, 차별에 대한 승인은(70), 언어 장의 역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죠. 여러분도 그런 적이 있나요?ㅎ 저는 많이 찔렸습니다ㅎㅎㅎ. ‘차별적인 격차는 이처럼 이 격차를 없애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재생산하는 경향을 띠는, 끝없는 운동의 원천이다.(72)’

 

 

아주 재밌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부르디외의 이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회 현상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아마 라겸샘의 합류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다음주도 기대 됩니다!

댓글 3
  • 2024-03-20 10:28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가려다ᆢ 고건 실패 ㅎ

    부르디외는 언어학적 자원을 체계화 할수 있는 기회를 일컫는 언어자본은 그것의 불평등한 분포에 기초해서 언어적 세력관계를 구축한다고 하는데 ᆢ그래서 저는 새삼 찔려야 할지 아니면 주로 찔림을 당하는 쪽이었을지 새삼 궁금

  • 2024-03-20 14:11

    저의 오랜 테마 중 하나인 ‘자신을 상대화 하기’에 비춰 봤을 때 이번 부르디외 세미나는 몹시 흥미진진합니다. 나아가 부르디외가 명시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 신체에 지층화된 습속들이 사회적 지층과의 연관 속에서만 해명될 수 있다고 하는 점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봐도 이른바 ‘진짜 나’ 따윈 어디에도 없는 셈이죠. 그런데 이게 또 재미있는 이유는 근자에 문탁샘의 일탈(?) 덕에 알게 된 잉골드 선생님의 <라인스>와 미묘하게 연관지어 읽어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타자[비서구]가 비선형적이라고 들어왔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보면, 진정으로 살아있는 삶은 길을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한 지점에 사는 삶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오고 가지 않는다면, 장소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단언컨대 한지점의 삶은 장소의 경험, 즉 어떤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산출할 수가 없다. 장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어떤 곳들이 하나 이상의 길에 놓여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다른 어떤 곳으로부터 이어진 길이고, 어떤 곳으로 향하는 움직임의 길이다. (중략) 따라서 식민주의는 비선형적인 세계에 선형성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종류의 선을 다른 선에 도입하는 것에 있다. 식민주의는 먼저 삶이 살아가는 경로를 삶을 억누르는 경계로 바꾸고, 이내 각각 하나의 지점에 억눌려 폐쇄된 공동체를 수직적이고 통합적인 조립체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을 따라 사는 것과 선을 결합하는 것은 꽤나 다른 일이다"
    - 팀 잉골드, <라인스>, 들어가며, 포도밭, 26쪽.

    아... 이에 따라 보자면, '표준어-공용어 체계'는 말 없는 곳에 말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종류의 말을 다른 종류의 말에 도입하는 것이고 이는 자본화 되지 않는 힘을 하나의 자본으로, 단일한 권력으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흥미진진합니다!

    그, 이제 첫시간 끝났는데, 이 흥미진진한 세미나 누구 합류하실 분 더 없습니까? ㅋㅋㅋ

  • 2024-03-20 14:15

    난...얼마전? (좀 되었나?) 이 책 샀었는디
    근데 아직 못 읽었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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