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6회차 후기

우현
2024-02-13 19:45
116

이제 끝이 보입니다~ 이번 주는 6장, <논리 외적인 영향>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의 제목부터 이해하기 살짝 힘들었는데요, <논리 외적인 영향>이라는 제목과 달리 모방의 ‘논리적 법칙’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에요. 법칙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모방의 비논리적 요소들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믿음이나 욕망같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요소를 다루는 건 맞지만 타르드는 그를 통한 논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모방은 ‘안’에서 ‘밖’으로 작용하고, ‘위’에서 ‘아래’로 작용한다는 식이죠.

 

타르드가 이야기하는 ‘안’과 ‘밖’도 미묘한 지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내면과 외면으로 구분하고, 모방은 내면부터 일어난다는 설명입니다. 특정 의례를 모방하여 행하는 건 그에 대한 내면적인 인정이나 동의(타르드에 따르면 관례적 모방)가 선행된다는 것이죠. 표현때문인지 저는 내면적인 인저을 의식적인 인정과 동의로 이해했어요. 모방하는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모방할 대상을 인정하고 선택한 뒤에 모방하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세미나를 하면서 그보다 더 심층적인 차원의 인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아이가 언어를 배울 때 그 의미나 맥락을 따지지 않고 ‘반사’적으로 어른의 말을 따라한다는 예시가 있습니다. 이처럼 의식적인 ‘동의’라기보다는 ‘반사’적 모방에 가까운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심층적인 차원의 모방, 즉 욕구의 흐름은 분명히 ‘비논리적’으로 움직입니다. 효율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특정 발명과 분위기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의 흐름을 포착하는데, 그것이 ‘위에서 아래로’입니다.

 

타르드는 모방이 발생하는 방향은 대부분 ‘하강’이라고 합니다. ‘위’는 상위계급층을 뜻하고 ‘아래’는 하위계급을 뜻하죠. 하위계급은 내면에서부터 상위계급에 대한 반사적 감정을 나타내며(사랑, 권위에 대한 인정, 우월성 등), 외적인 모방까지 행하게 됩니다. 그 최초의 기원은 가정에서의 ‘아버지’일 것이며, 봉건국가에서의 ‘왕’이고, 중세의 ‘교황과 사제단’, 현대에는 ‘자본가’, ‘예술가’ 등이 그 우월성을 물려 받았습니다. 민주주의부터는 보편적인 계급이 폐지됨에 따라, 즉 ‘자유’와 ‘평등’이 발명됨에 따라 계급들 간의 ‘사회학적 거리’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계급 분화와 그에 따른 모방이 더 심화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에 따라서 ‘대중’이 큰 영향력을 얻게 되었죠. 모두가 평등하다면 다수의 결정에 힘이 실리니까요.

 

위에서 아래로 퍼져나가는 모방, 안에서 밖으로 퍼져나가는 모방을 인정한다면 노동자들 또한 브루주아를 욕망하고, 그를 모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저는 재밌었는데요, 혁명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브루주아의 대체자로써의 자신을 욕망한다고 꼬집는 타르드의 비판이 너무 공감되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 당시의 노동자와 지금의 노동자는 다르고, 맑스주의를 어떻게 해석하고 변형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겠지만, 저와 저의 또래 세대들이 대부분 맑스주의에 공감하지 못하는 지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타르드의 논지가 동의가 안 되다가도 다시 읽다보면 이해가 되고, 묘한 매력들이 있습니다. 중구난방으로 와다다 쏟아낸 것 같은 후기이지만ㅎ 정군샘이 다시한번 정리해주실 겁니다ㅎ. 조금 남았으니 좀만 더 힘내는 것으로~~

댓글 1
  • 2024-02-15 00:44

    세미나 때는 타르드가 말하는 '내적인 동의'가 의식적인 수준에서 '동의/반대'가 아니라 그 보다 심층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고만 이야기했는데요. 사실 이 대목에서 타르드는 스피노자와 거의 동일한 논지를 폅니다. 우현이의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반사' 같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눈 앞의 누군가 웃을 때 우리는 따라 웃고, 누군가 운다면 따라 웁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우리는 우리와 '유사한 신체'를 가졌다는 사실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정서 모방'을 합니다! 타르드가 하는 이야기가 딱 이렇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내적인 모방'은 사실 '정서 모방'에 가깝습니다. 타르드의 말은 그렇게 논리적 흐름을 따르지 않는 '논리 외적' 모방으로부터 '모방'이 시작된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내적인 것'과 대별되는 '외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표현 모방'입니다. 이를테면 복식이나, 말투 등과 같이 외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모방 사례들이죠. 이러한 '모방'을 '사회적 관계'의 토대로 본다는 점에서 타르드는 '신유물론적'으로 독해될 여지가 매우, 아주, 몹시 많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회'란 심리적(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분리불가능한 결합체이고, 언제나 유동적인 준안정 상태의 '흐름'이니까요. 다만 여기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건 타르드의 논지가 초반에 비해 살짝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텍스트 초반에는 마치 더는 유동적일 수 없는 안정 상태로 다다를 수 있다고 설명하는 듯 보이는데 반해, '논리 외적 영향' 장에 접어들어서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처럼 설명하거든요. 게다가 전장에서 '집합적 성찰-논리 결투-논리 안정'처럼 누가봐도 헤겔 변증법 구도를 떠올리게 하는 도식으로 모방의 논리적 구도를 설명했던 걸 생각해 보면, 이 점은 청년 헤겔-노년 헤겔의 대조와도 연결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제가 보기에 우현이가 특히 이 장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요 ㅎㅎㅎ 아마 지금까지 읽은 게 쌓여서 타르드의 화법에 익숙해진 면도 있고, 이번 장에서 이야기 하는 두번째 법칙 '하위자에 의한 상위자에 대한 모방'이 현대의 문화적 현상을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르드는 '내부에서 외부로(이하 내외모방)' '위에서 아래로(이하 상하모방)'를 논리 외적 모방(비의식적 모방이라고 해도 되겠죠)의 주요 법칙으로 이야기 합니다. 상하모방은 간단하게 말해 대통령이 린드버그 안경을 썼더니 그 고가 안경이 불티나게 팔렸더라 같은 현상을 말합니다. 또 우현이도 언급했지만, 자본주의는 두 개의 적대적 계급으로 나뉜게 아니라 모든 계급을 하나의 계급으로 방향지웠다는 들뢰즈-가타리의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작업라인에서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를 확인하는 노동자의 내면은 이미 '증식욕'에 사로잡힌 자본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그는 자본가의 생활상을 자신의 생활상의 모범으로 삼습니다. 내외모방과 상하모방이 모두 그렇게 구현되는 셈이죠. 이와 같은 분석은 전통적인 맑스주의의 어떤 공백을 훌륭하게 설명해 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걸 가지고 라자랏또라는 이탈리아 정치철학자가 무슨무슨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책을 사놨는데... 한번 들춰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학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방학을 기약해 봐야겠죠. 껄껄.

    여하간, 우현이가 이렇게 매주 요약하고 후기 쓰느라 고생입니다만, 할수록 조금씩 늘고 있어서 말리질 못하겠네요. ㅋㅋㅋ 이렇게 한 2년쯤 하면 꽤나 훌륭해져있겠죠? 우현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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