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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어진의 밀양통신
활동가가 아닌 삶 글 : 남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학교 그만두고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가다일을 합니다만, 여전히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터가 바뀌었다.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 상근 활동가’ 일이 끝났다. 세상 돌아가는 소음과는 멀어졌고 기계소음이 가득한 곳과는 가까워졌다. 백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돈벌이가 필요해 공사 현장을 나가고 있다. 항상 마음이 시끄럽고 아팠는데, 이제는 귀가 시끄럽다. 망치로 손을 때리고, 부러진 칼날을 뽑아내다 베이기도 하며 일을 배운다. 요령이 없는 초보는 몸이 고생이다. 그날 공정에 따라서 아픈 부위는 달라진다. 짐통에 시멘트를 져 나르는 날에는 어깨가 아프고, 석고보드를 하루 종일 붙이는 날에는 팔뚝이 아프다. 한 순간만 방심하면 크게 무언가 잘못되는 것 말고는 대책위 일과는 비슷한 점이 전혀 없는 곳이다. 실수하면 큰소리가 날아오고, 긴장 가득하다. 그래도 매일 10만원이 생기고, 누군가 살 집을 짓는 매력 있는 일이니 즐겁다. 대책위를 그만두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일이 몇 번 있었다. 나를 무엇이라고 소개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밀양 대책위 활동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노가다 하러 다닙니다.”...
활동가가 아닌 삶 글 : 남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학교 그만두고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가다일을 합니다만, 여전히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터가 바뀌었다.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 상근 활동가’ 일이 끝났다. 세상 돌아가는 소음과는 멀어졌고 기계소음이 가득한 곳과는 가까워졌다. 백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돈벌이가 필요해 공사 현장을 나가고 있다. 항상 마음이 시끄럽고 아팠는데, 이제는 귀가 시끄럽다. 망치로 손을 때리고, 부러진 칼날을 뽑아내다 베이기도 하며 일을 배운다. 요령이 없는 초보는 몸이 고생이다. 그날 공정에 따라서 아픈 부위는 달라진다. 짐통에 시멘트를 져 나르는 날에는 어깨가 아프고, 석고보드를 하루 종일 붙이는 날에는 팔뚝이 아프다. 한 순간만 방심하면 크게 무언가 잘못되는 것 말고는 대책위 일과는 비슷한 점이 전혀 없는 곳이다. 실수하면 큰소리가 날아오고, 긴장 가득하다. 그래도 매일 10만원이 생기고, 누군가 살 집을 짓는 매력 있는 일이니 즐겁다. 대책위를 그만두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일이 몇 번 있었다. 나를 무엇이라고 소개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밀양 대책위 활동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노가다 하러 다닙니다.”...
밀양통신
2018.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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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20대의 탄생
다른 20대의 탄생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우리들의 이야기. 학교를 관두라는 말, 직장을 관두라는 말은 많지만 어떻게 살라는 말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20대의 탄생’은 세 명의 20대가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질문들을 던지고 길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은 글이다. 다른 20대의 탄생 #0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목수다 글 : 김지원 (길드; 다) 천재는 27살에 요절한다던데, 스스로 천재라 믿고 산 나는 28살이 되어버렸다. 대학졸업장도, 자격증도 없다. 대신 지난 5년간 공동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목수 일을 해왔다. 그 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살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나는 왜 하필 많고 많은 일 중 목수 일을 하게 되었나?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목공소가 문탁 바로 옆에 있었고, 내가 전역할 당시 마침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남들이 알바 하듯,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용돈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술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야했다. 그럼 왜 5년씩이나 목공일을 했나?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누구나 그렇듯,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 친구들이 내가 목수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지었던 표정은 한마디로 ‘경외심’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환상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혹은 우쭐함을 더 오래 즐기기 위해) 목수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친구들에게 설파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설파했던...
다른 20대의 탄생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우리들의 이야기. 학교를 관두라는 말, 직장을 관두라는 말은 많지만 어떻게 살라는 말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20대의 탄생’은 세 명의 20대가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질문들을 던지고 길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은 글이다. 다른 20대의 탄생 #0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목수다 글 : 김지원 (길드; 다) 천재는 27살에 요절한다던데, 스스로 천재라 믿고 산 나는 28살이 되어버렸다. 대학졸업장도, 자격증도 없다. 대신 지난 5년간 공동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목수 일을 해왔다. 그 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살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나는 왜 하필 많고 많은 일 중 목수 일을 하게 되었나?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 목공소가 문탁 바로 옆에 있었고, 내가 전역할 당시 마침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남들이 알바 하듯,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용돈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술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야했다. 그럼 왜 5년씩이나 목공일을 했나?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누구나 그렇듯,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 친구들이 내가 목수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지었던 표정은 한마디로 ‘경외심’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환상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혹은 우쭐함을 더 오래 즐기기 위해) 목수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친구들에게 설파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설파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