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사기-인생극장
 벌써 작년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한 몫을 했다. 여주인공인 동백에게 첫 눈에 반해서 순정을 바치는 용식의 ‘폭격형’ 로맨스가 묘하게 마음이 끌리는 구석이 있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그 로맨스는 동백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사기』에서 남녀의 로맨스를 주로 다룬 편은 아예 없을뿐더러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편도 「본기」에서 유방의 아내였던 여치의 일대기를 다룬 「여태후 본기」가 유일하다. 다만 부부로 연을 맺은 이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가물에 콩 나듯 발견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반전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 아내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들의 로맨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리석은 남편을 일깨운 로맨스  안영은 춘추 시대 제나라의 재상이다. 오랑캐 출신으로 제나라 조정에 발탁된 후 세 명의 제후를 섬기면서 재상을 지냈다. 그러나 집안에서의 살림살이는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밥상에는 한 가지 이상의 육류가 오르지 못하게 했고, 첩에게는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안영의 성품을 흠모하는 이가 있었으니 안영의 마부 아내였다. 어느 날, 안영이 외출하려고 마차를 대령시켰다. 마부는 재상을 모시는 자신의 처지에 우쭐하여 어깨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마부의 아내가 보기에 그런 남편이 영 마뜩찮아 보였다. 저녁이 되어 남편과 마주앉은 아내가 말했다.   -당신과 헤어지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오?   -재상님은 당신보다 덩치가 작아서 여섯 자밖에 안 되는데도 재상자리에 올랐어요. 근데 당신은 키는 여덟 자나 되는데도 남의...
 벌써 작년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였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한 몫을 했다. 여주인공인 동백에게 첫 눈에 반해서 순정을 바치는 용식의 ‘폭격형’ 로맨스가 묘하게 마음이 끌리는 구석이 있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그 로맨스는 동백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사기』에서 남녀의 로맨스를 주로 다룬 편은 아예 없을뿐더러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편도 「본기」에서 유방의 아내였던 여치의 일대기를 다룬 「여태후 본기」가 유일하다. 다만 부부로 연을 맺은 이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가물에 콩 나듯 발견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반전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 아내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들의 로맨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리석은 남편을 일깨운 로맨스  안영은 춘추 시대 제나라의 재상이다. 오랑캐 출신으로 제나라 조정에 발탁된 후 세 명의 제후를 섬기면서 재상을 지냈다. 그러나 집안에서의 살림살이는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밥상에는 한 가지 이상의 육류가 오르지 못하게 했고, 첩에게는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이러한 안영의 성품을 흠모하는 이가 있었으니 안영의 마부 아내였다. 어느 날, 안영이 외출하려고 마차를 대령시켰다. 마부는 재상을 모시는 자신의 처지에 우쭐하여 어깨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마부의 아내가 보기에 그런 남편이 영 마뜩찮아 보였다. 저녁이 되어 남편과 마주앉은 아내가 말했다.   -당신과 헤어지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오?   -재상님은 당신보다 덩치가 작아서 여섯 자밖에 안 되는데도 재상자리에 올랐어요. 근데 당신은 키는 여덟 자나 되는데도 남의...
기린
2020.01.28 | 조회 672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7회]     늙음이 당황스럽다     작년 중반부터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약국을 옮겨 일하고 있다. 새로운 약국엔 노인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나는 노인들과 예상치 않았던 관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는 모르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변화들이 자주 날 당황스럽게 했다.     약국으로 출근하는 노인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은 노인이라면 응당 복용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들 처방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빈뇨나 요실금, 불면증, 변비 등 노화 현상에 대한 약들이 추가된다. 최근엔 치매를 예방해준다는 뇌 영양제를 너도 나도 유행처럼 지어간단. 어떤 분은 미리 예방한다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와서 날 놀라게 했다. 약국에 자주 오는 노인들을 보면서 알게된 사실이 많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은 기본이고, 이 병원 약을 먹고 잘 안 낫는 것 같으면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또 약을 탄다. 종합병원에서부터 동네에 있는 병원들까지 섭렵하고 다닌다. 노인들은 약으로 산다며 한 달 생활비보다 한 달 병원비가 더 많이 든다는 한 할머니의 푸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떤 특정한 약에 몸을 길들인 노인들도 많다. 물약으로 된 종합감기약(판콜 또는 판피린)을 감기와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복용하거나, 박카스의 경우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노인들의 최애품이다. 한 할머니는 액상 멀미약을 매주 10병씩 사가는데 사실 이 모든 약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에 중독된 것이다. 이밖에 우황청심원이나 소화제 물약...
[둥글레의 인문약방/7회]     늙음이 당황스럽다     작년 중반부터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약국을 옮겨 일하고 있다. 새로운 약국엔 노인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나는 노인들과 예상치 않았던 관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는 모르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변화들이 자주 날 당황스럽게 했다.     약국으로 출근하는 노인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은 노인이라면 응당 복용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들 처방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빈뇨나 요실금, 불면증, 변비 등 노화 현상에 대한 약들이 추가된다. 최근엔 치매를 예방해준다는 뇌 영양제를 너도 나도 유행처럼 지어간단. 어떤 분은 미리 예방한다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와서 날 놀라게 했다. 약국에 자주 오는 노인들을 보면서 알게된 사실이 많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은 기본이고, 이 병원 약을 먹고 잘 안 낫는 것 같으면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또 약을 탄다. 종합병원에서부터 동네에 있는 병원들까지 섭렵하고 다닌다. 노인들은 약으로 산다며 한 달 생활비보다 한 달 병원비가 더 많이 든다는 한 할머니의 푸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떤 특정한 약에 몸을 길들인 노인들도 많다. 물약으로 된 종합감기약(판콜 또는 판피린)을 감기와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복용하거나, 박카스의 경우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노인들의 최애품이다. 한 할머니는 액상 멀미약을 매주 10병씩 사가는데 사실 이 모든 약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에 중독된 것이다. 이밖에 우황청심원이나 소화제 물약...
둥글레
2020.01.14 | 조회 912
지난 연재 읽기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뚜벅뚜벅 마을경제학개론 #5] 마을경제, 시장을 흔들었을까?   2010년 따뜻한 봄 <마을과 경제>라는 알쏭달쏭한 이름으로 시작된 세미나는 회를 거듭하면서 이전에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관념들을 바꾸어 갔다. 일 년쯤 지나자 어떻게 돈을 잘 벌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를 질문하는 것이 경제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각자도생의 삶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모하는 살림이 경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장경제는 희소성과 결핍이라는 생각을 먹고 자라나 점점 세상을 결핍된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필요한 것은 뭐든 상품으로 만들고 거래하는 시장 말고 다른 방식의 경제를 한번 꾸려 보고 싶다는 욕망이 싹텄다. 그러면 뭔가 다른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상상하기 시작했다. 두 달에 걸쳐 어렵게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붙잡고 씨름하고 나서 우리는 드디어 창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마을경제, 시장을 흔들어라! 우리가 내건 슬로건이었다. 마을에서 부를 잘 순환시키며 살아간다는 경제의 본질을 실현시켜보자, 무한 경쟁과 등가교환 말고 호혜와 선물로도 얼마든지 경제를 꾸리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는 의욕으로 충만했다.   1. 마을작업장의 탄생   의기투합한 우리는 먼저 마을을 고민하고 공동체적 삶을 꾸려가는 선배들을 만나러 나섰다. 북한산 자락 아래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삶의 고민도 나누며 살아가는 가족들이 모여 만든 ‘아름다운마을’ 공동체. 그분들은 조만간 농촌으로 이주하여 함께 농사지으며 살 거라고 했다(지금도 문탁에 보내주는 마을 소식지를 보면 홍천에서 농사 지으며 자연과 어울려 잘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마포...
[뚜벅뚜벅 마을경제학개론 #5] 마을경제, 시장을 흔들었을까?   2010년 따뜻한 봄 <마을과 경제>라는 알쏭달쏭한 이름으로 시작된 세미나는 회를 거듭하면서 이전에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관념들을 바꾸어 갔다. 일 년쯤 지나자 어떻게 돈을 잘 벌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를 질문하는 것이 경제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각자도생의 삶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모하는 살림이 경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장경제는 희소성과 결핍이라는 생각을 먹고 자라나 점점 세상을 결핍된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필요한 것은 뭐든 상품으로 만들고 거래하는 시장 말고 다른 방식의 경제를 한번 꾸려 보고 싶다는 욕망이 싹텄다. 그러면 뭔가 다른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상상하기 시작했다. 두 달에 걸쳐 어렵게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붙잡고 씨름하고 나서 우리는 드디어 창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마을경제, 시장을 흔들어라! 우리가 내건 슬로건이었다. 마을에서 부를 잘 순환시키며 살아간다는 경제의 본질을 실현시켜보자, 무한 경쟁과 등가교환 말고 호혜와 선물로도 얼마든지 경제를 꾸리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는 의욕으로 충만했다.   1. 마을작업장의 탄생   의기투합한 우리는 먼저 마을을 고민하고 공동체적 삶을 꾸려가는 선배들을 만나러 나섰다. 북한산 자락 아래에서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삶의 고민도 나누며 살아가는 가족들이 모여 만든 ‘아름다운마을’ 공동체. 그분들은 조만간 농촌으로 이주하여 함께 농사지으며 살 거라고 했다(지금도 문탁에 보내주는 마을 소식지를 보면 홍천에서 농사 지으며 자연과 어울려 잘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마포...
뚜버기
2020.01.06 | 조회 524
지난 연재 읽기 사기-인생극장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뭘까? 시세차익, 좋아요 구독자수, 맛집 리스트. 그럼 많으면 많을수록 나쁜 것은? 내 뱃살, 미세먼지. 이런 것들은 그나마 좋고 나쁨을 가볍게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건을 좋고 나쁨으로 판가름할 수 있을까? 또 그런 선택이 늘 좋기만 하고 혹은 늘 나쁘기만 할까?  초한(楚漢)시대 한신은 유방의 휘하에 들어간 후 항우 진영을 상대로 거듭 승리를 거두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 결과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천하에서 한신의 이름이 드날렸다. 유방도 경계심을 품을 만큼이었다. 한신 스스로도 자신감에 차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사자성어의 원출전이 바로 한신의 열전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사자성어 토사구팽(兔死狗烹)도 나온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한신이 토끼 사냥이 끝나 쓸모없는 사냥개로 삶겨지는 처지가 되었다. 한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인생역전을 따라 가보자.   한신의 병법, 배수진   한고조 유방이 공신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한신과 마주 앉게 되었다. 한고조가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 군대를 이끌 수 있겠소? -폐하는 10만 정도의 군대를 이끌 수 있겠습니다. -그대는 어떻소? -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런 그대가 왜 내 밑에 있소? -폐하께서는 군대는 이끌 수는 없습니다만, 장수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폐하의 밑에 있는 까닭입니다. 또 폐하는 하늘이 내리신 분이지 사람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한신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뭘까? 시세차익, 좋아요 구독자수, 맛집 리스트. 그럼 많으면 많을수록 나쁜 것은? 내 뱃살, 미세먼지. 이런 것들은 그나마 좋고 나쁨을 가볍게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건을 좋고 나쁨으로 판가름할 수 있을까? 또 그런 선택이 늘 좋기만 하고 혹은 늘 나쁘기만 할까?  초한(楚漢)시대 한신은 유방의 휘하에 들어간 후 항우 진영을 상대로 거듭 승리를 거두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 결과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천하에서 한신의 이름이 드날렸다. 유방도 경계심을 품을 만큼이었다. 한신 스스로도 자신감에 차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사자성어의 원출전이 바로 한신의 열전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사자성어 토사구팽(兔死狗烹)도 나온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한신이 토끼 사냥이 끝나 쓸모없는 사냥개로 삶겨지는 처지가 되었다. 한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인생역전을 따라 가보자.   한신의 병법, 배수진   한고조 유방이 공신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한신과 마주 앉게 되었다. 한고조가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 군대를 이끌 수 있겠소? -폐하는 10만 정도의 군대를 이끌 수 있겠습니다. -그대는 어떻소? -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런 그대가 왜 내 밑에 있소? -폐하께서는 군대는 이끌 수는 없습니다만, 장수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폐하의 밑에 있는 까닭입니다. 또 폐하는 하늘이 내리신 분이지 사람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한신이...
기린
2019.12.18 | 조회 726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6회]     지르텍 주세요       “그런데 왜 지르텍을 달라는데 다른 약을 권하는 거야?”    “아마도 같은 성분과 효능인데 가격이 저렴한 약이 있어서 그랬겠지. 지르텍은 팔아도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친구가 저런 질문을 하면 난 약사를 사기꾼이나 도둑놈처럼 보는 것 같아서 흥분한다. 지르텍을 비롯해 광고로 유명해진 브랜드 약들은 모두 사정이 같다. 광고 비용이 약 가격에 반영되어서 원가가 올라가 비싸게 들어온다. 게다가 이런 약들의 가격으로 약국을 비교하기 때문에 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마진 없이 판다.  모든 광고가 그렇겠지만 약은 유난히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건강은 언제나 다다익선 아닌가! 새로운 모델이 광고를 하면 여지없이 곧 그 약을 찾는다. 하지만 유명한 약이라고 해서 모두 다른 약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은 많다. 이런 사정들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명으로 약을 찾는 사람에게 대체로 다른 약을 권하지 않는다. 다른 약을 권할 때 불신의 눈빛을 보내거나, 아예 ‘닥치고 달라는 대로 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게 싫다. 어떨 땐 그 사람에게 더 맞는 약이 있어도 입을 다물 게 된다.  이렇다 보니 약국에 들어와 몇 마디 하는 말에도 느낌이 온다. 내가 어디까지 에너지를 쓸 것인가가 거의 자동으로 결정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몇 마디 말도 없이 입 다물고 약을 건넬 때,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찌꺼기가 남아...
[둥글레의 인문약방/6회]     지르텍 주세요       “그런데 왜 지르텍을 달라는데 다른 약을 권하는 거야?”    “아마도 같은 성분과 효능인데 가격이 저렴한 약이 있어서 그랬겠지. 지르텍은 팔아도 남는 거 하나도 없어!”   친구가 저런 질문을 하면 난 약사를 사기꾼이나 도둑놈처럼 보는 것 같아서 흥분한다. 지르텍을 비롯해 광고로 유명해진 브랜드 약들은 모두 사정이 같다. 광고 비용이 약 가격에 반영되어서 원가가 올라가 비싸게 들어온다. 게다가 이런 약들의 가격으로 약국을 비교하기 때문에 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마진 없이 판다.  모든 광고가 그렇겠지만 약은 유난히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건강은 언제나 다다익선 아닌가! 새로운 모델이 광고를 하면 여지없이 곧 그 약을 찾는다. 하지만 유명한 약이라고 해서 모두 다른 약에 비해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은 많다. 이런 사정들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명으로 약을 찾는 사람에게 대체로 다른 약을 권하지 않는다. 다른 약을 권할 때 불신의 눈빛을 보내거나, 아예 ‘닥치고 달라는 대로 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게 싫다. 어떨 땐 그 사람에게 더 맞는 약이 있어도 입을 다물 게 된다.  이렇다 보니 약국에 들어와 몇 마디 하는 말에도 느낌이 온다. 내가 어디까지 에너지를 쓸 것인가가 거의 자동으로 결정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몇 마디 말도 없이 입 다물고 약을 건넬 때,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찌꺼기가 남아...
둥글레
2019.12.09 | 조회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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