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해완이의 쿠바통신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토성의 위성들 사이에 술탄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아주 추상적인 인간을 하나 떠올려 보자. 그러면 인간이 경이롭고 장엄하며 비통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인류 전체를 생각하면 당대의 사람들이거나 유전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부분 쓸모없는 복제품 군상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미천한 신분이어서 고귀한 인간성의 모범 사례와는 거리가 멀지언정 피쿼드호의 목수는 결코 복제품이 아니었다.” (허먼 멜빌, 강수정 역, <모비딕 하>, 열린문학, 107장, 2013) 누군가의 존재감이 미치게 가슴을 파고들 때가 있다. 고귀함이나 미천함과는 상관없다. ‘인간 추상’의 성질 중 하나로 돌리기에는 너무 새로운데, 그 얼굴은 복제품처럼 늘어선 군중 속에 묻히지 않고 긴 여운을 남긴다. 달리 설명할 말이 없어서 결국 그 사람의 이름만 고유명사로, 하나의 개념으로서 남는다. 지난 7년 간 나는 “피쿼드호의 목수”를 찾아다녔다. <모비딕>의 주인공 이슈마엘처럼 광대한 바다를 항해하지는 않았으나, 내가 몸담았던 아메리카 대륙의...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토성의 위성들 사이에 술탄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아주 추상적인 인간을 하나 떠올려 보자. 그러면 인간이 경이롭고 장엄하며 비통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인류 전체를 생각하면 당대의 사람들이거나 유전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부분 쓸모없는 복제품 군상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미천한 신분이어서 고귀한 인간성의 모범 사례와는 거리가 멀지언정 피쿼드호의 목수는 결코 복제품이 아니었다.” (허먼 멜빌, 강수정 역, <모비딕 하>, 열린문학, 107장, 2013) 누군가의 존재감이 미치게 가슴을 파고들 때가 있다. 고귀함이나 미천함과는 상관없다. ‘인간 추상’의 성질 중 하나로 돌리기에는 너무 새로운데, 그 얼굴은 복제품처럼 늘어선 군중 속에 묻히지 않고 긴 여운을 남긴다. 달리 설명할 말이 없어서 결국 그 사람의 이름만 고유명사로, 하나의 개념으로서 남는다. 지난 7년 간 나는 “피쿼드호의 목수”를 찾아다녔다. <모비딕>의 주인공 이슈마엘처럼 광대한 바다를 항해하지는 않았으나, 내가 몸담았던 아메리카 대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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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마을경제학
2020년 월든공방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 공유지 파지사유 한 켠에는 월든공방이 있다. 여기엔 갖가지 옷감과 가죽, 그리고 실과 바늘, 재봉틀과 다리미, 제법 널따란 작업대와 거기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손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요즘 그 공간이 가장 북적이는 날은 목요일이다. 목요일은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는데, 그 첫 순서는 철학읽기 + 업사이클링 손인문학이다. 손인문학은 새롭게 실험하고 있는 작업과 세미나의 콜라보 프로그램이다. 손인문학을 하면서 우리는 손작업이 우리에게 어떤 배움을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해 탐구한다. 이번 시즌에는 이제 막 돌 지난 아기의 엄마 유가 참여 하고 있어 함께 아기 키우기 실험까지 자연스럽게 병행하고 있다. 지난 주 우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고, 아름다움(美)은 앎 바로 깨달음에서 온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작업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어진 작업은 작은 가죽 조각들을 이어 패치워크 필통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실과 바늘이 구멍을 통과하면서 만들어낸 가지런한 바느질 선을 보며 즐거워했다. 손인문학이 마무리 될 시간 쯤 월든공방 일꾼들의 공동작업이 시작됐다. 올해는 주 1회 작업을 하고 있어 작업시간이 빠듯하다. 작업은 네 가지였는데, 달팽이는 고로께가 주문한 스테디셀러 파우치를, 띠우는 블랙이 주문한 패치워크 크로스백을, 최근 공방에 다시 합류한 바람은 친구에게 주문받은 가죽 슬리퍼를 만들었다. 새롭게 발굴된 인턴 초빈은 꼼꼼한 재봉실력으로 여름용 마스크를 만들었다. 공방이 매일 이렇게 북적이진 않지만 이제 공방을 시작한 지 9년차, 제법...
2020년 월든공방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 공유지 파지사유 한 켠에는 월든공방이 있다. 여기엔 갖가지 옷감과 가죽, 그리고 실과 바늘, 재봉틀과 다리미, 제법 널따란 작업대와 거기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손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요즘 그 공간이 가장 북적이는 날은 목요일이다. 목요일은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는데, 그 첫 순서는 철학읽기 + 업사이클링 손인문학이다. 손인문학은 새롭게 실험하고 있는 작업과 세미나의 콜라보 프로그램이다. 손인문학을 하면서 우리는 손작업이 우리에게 어떤 배움을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해 탐구한다. 이번 시즌에는 이제 막 돌 지난 아기의 엄마 유가 참여 하고 있어 함께 아기 키우기 실험까지 자연스럽게 병행하고 있다. 지난 주 우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고, 아름다움(美)은 앎 바로 깨달음에서 온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작업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어진 작업은 작은 가죽 조각들을 이어 패치워크 필통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실과 바늘이 구멍을 통과하면서 만들어낸 가지런한 바느질 선을 보며 즐거워했다. 손인문학이 마무리 될 시간 쯤 월든공방 일꾼들의 공동작업이 시작됐다. 올해는 주 1회 작업을 하고 있어 작업시간이 빠듯하다. 작업은 네 가지였는데, 달팽이는 고로께가 주문한 스테디셀러 파우치를, 띠우는 블랙이 주문한 패치워크 크로스백을, 최근 공방에 다시 합류한 바람은 친구에게 주문받은 가죽 슬리퍼를 만들었다. 새롭게 발굴된 인턴 초빈은 꼼꼼한 재봉실력으로 여름용 마스크를 만들었다. 공방이 매일 이렇게 북적이진 않지만 이제 공방을 시작한 지 9년차, 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