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지원의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파지사유 공사일지: 공간은 무엇으로 공간이 될까요?     “잡동사니에 대한 강조가 가장 중요하다. 도시란 바로 이런 것, 즉 서로를 보완하고 지탱해주는 잡동사니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얽히고설킨 질서는 여러모로 대단히 경이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호 의존하는 여러 용도들의 생생한 집합체, 이런 자유와 이런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안타까운 공간   공간 디자인을 시작한 뒤로, 나는 어떤 공간이든 한 번씩 더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식당이든 카페든 사적인 공간이든 공적인 공간이든, 나는 그곳을 ‘공간’으로써 본다. 친구의 집은 한편으로 그냥 친구의 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점에선 ‘잘 계획된 공간’, 어떤 점에선 ‘디자인되지 못한 공간’이다. 후자의 시선으로 볼 때, 나는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는지,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 분석한다. 어떤 것을 지향하고, 어떤 것을 지양해야할지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눈을 가지고 보면, 많은―어쩌면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공간들이 잘 계획되어있지 못하다. 거의 모든 공간들이 ‘되는대로’ 만들어져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들은 우리의 생활, 우리의 일상과 관계없이 만들어져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춘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맞추어 산다. 상업 공간 역시 크게 다르지...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파지사유 공사일지: 공간은 무엇으로 공간이 될까요?     “잡동사니에 대한 강조가 가장 중요하다. 도시란 바로 이런 것, 즉 서로를 보완하고 지탱해주는 잡동사니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얽히고설킨 질서는 여러모로 대단히 경이적인 현상이다. 이와 같은 상호 의존하는 여러 용도들의 생생한 집합체, 이런 자유와 이런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안타까운 공간   공간 디자인을 시작한 뒤로, 나는 어떤 공간이든 한 번씩 더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식당이든 카페든 사적인 공간이든 공적인 공간이든, 나는 그곳을 ‘공간’으로써 본다. 친구의 집은 한편으로 그냥 친구의 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점에선 ‘잘 계획된 공간’, 어떤 점에선 ‘디자인되지 못한 공간’이다. 후자의 시선으로 볼 때, 나는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는지,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 분석한다. 어떤 것을 지향하고, 어떤 것을 지양해야할지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눈을 가지고 보면, 많은―어쩌면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공간들이 잘 계획되어있지 못하다. 거의 모든 공간들이 ‘되는대로’ 만들어져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들은 우리의 생활, 우리의 일상과 관계없이 만들어져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춘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맞추어 산다. 상업 공간 역시 크게 다르지...
지원
2021.04.25 | 조회 495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난 이번 보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왜? 서울(부산)시민이 아니니까. 핫, 썰렁. 농담이고, 서울시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지리멸렬 정치소음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하여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선거 이야기는 빠르게 패스, 선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선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서울에 강의를 가는 길에 우연히 기본소득당 신지혜씨의 선거플랜카드를 봤다. 그녀의 공약은 ‘무상생리대’와 ‘미프진’ 공급이었다. 와, 간만에 신박하네. 갑자기 흥미가 솟구침. 그런데 미프진이 뭐지? 검색 결과 그건 먹는 낙태약이었다. 하하, 난 이제 진짜 꼰대구나. 그녀들 덕분에 그렇게 잠시 즐거웠다. 그것으로 끝.         그런데 선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선거가 끝난 후 오히려 증폭되었다. 바로 ‘이남자(이십대 남자)’ 때문이었다. 모든 언론에서 오세훈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이남자’를 꼽았다. ‘이남자’의 마음이, 무려 72.5%의 마음이 오세훈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심?!에 대한 분석이 분분했다.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변심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라 도대체 ‘이남자’가 누군지가 진짜 궁금했다. ‘이남자’는 내가 아는 남자인가? 내가 모르는 남자인가?     일단 주변의 ‘이남자’들을 꼽아본다. 우선 길드다 청년들이 있다. (앗, 모두 ‘이남자’는 아니네~ ) 어쨌든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이들 셋, 그러니까 20대 초반인 우현과 30대 초반인 지원, 명식은 너무 다르다. 입맛도 다르고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돈 쓰는 법도 다르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다르다. 물었다. 너희가 서울시민이었으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 같니? 명식과 우현은 투표를 안했을 것 같다고 하고 지원은 오태양한테 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안다. 명식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와 우현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차마 여기에 그 이유를 쓰지는 못하겠다)     음, 또 내 주변의 ‘이남자’는 누가 있을까? 앗, 악어떼1)1기 졸업생들이 있다. 시설에서 자랐고 지금은 사회복지사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LH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그 녀석들은...
    난 이번 보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왜? 서울(부산)시민이 아니니까. 핫, 썰렁. 농담이고, 서울시민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지리멸렬 정치소음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하여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선거 이야기는 빠르게 패스, 선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선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서울에 강의를 가는 길에 우연히 기본소득당 신지혜씨의 선거플랜카드를 봤다. 그녀의 공약은 ‘무상생리대’와 ‘미프진’ 공급이었다. 와, 간만에 신박하네. 갑자기 흥미가 솟구침. 그런데 미프진이 뭐지? 검색 결과 그건 먹는 낙태약이었다. 하하, 난 이제 진짜 꼰대구나. 그녀들 덕분에 그렇게 잠시 즐거웠다. 그것으로 끝.         그런데 선거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선거가 끝난 후 오히려 증폭되었다. 바로 ‘이남자(이십대 남자)’ 때문이었다. 모든 언론에서 오세훈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이남자’를 꼽았다. ‘이남자’의 마음이, 무려 72.5%의 마음이 오세훈에게 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심?!에 대한 분석이 분분했다.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변심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라 도대체 ‘이남자’가 누군지가 진짜 궁금했다. ‘이남자’는 내가 아는 남자인가? 내가 모르는 남자인가?     일단 주변의 ‘이남자’들을 꼽아본다. 우선 길드다 청년들이 있다. (앗, 모두 ‘이남자’는 아니네~ ) 어쨌든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이들 셋, 그러니까 20대 초반인 우현과 30대 초반인 지원, 명식은 너무 다르다. 입맛도 다르고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돈 쓰는 법도 다르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다르다. 물었다. 너희가 서울시민이었으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 같니? 명식과 우현은 투표를 안했을 것 같다고 하고 지원은 오태양한테 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안다. 명식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와 우현이가 투표를 안 한 이유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차마 여기에 그 이유를 쓰지는 못하겠다)     음, 또 내 주변의 ‘이남자’는 누가 있을까? 앗, 악어떼1)1기 졸업생들이 있다. 시설에서 자랐고 지금은 사회복지사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LH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그 녀석들은...
문탁
2021.04.20 | 조회 90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공동체 밥상을 책임지겠어!    2017년 말 워크샵에서 다음 해의 공동체 주방을 운영하는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할 파트너를 찾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당시 공동체 주방이었던 주술밥상 매니저와 마주쳤다. 회계 등등의 인수인계 잡무와 내년 운영 계획 등이 오가는데 분위기가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은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 그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여섯이나 했다는 거야?! 나: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없잖아! 그럼 혼자서라도 해야지!   우리 둘은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구는 기존의 매니저 여섯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물색해보자고 했다. 이미 그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던 나는 다들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그날 나와 함께 공동체 밥상을 맡을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는 상황, 그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적절한 말도 찾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2016년 공동체 밥상이 파지사유로 내려오면서 ‘주술밥상’ 시대가 열렸다. 주술밥상은 공동체의 밥상과 단품요리를 만드는 찬방을 함께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음식을 잘 하는 친구들과 기획력 있는 친구까지 합심해서 예술작품 같은 요리로 대박을 내보자는 야심찬 밥상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2018년 봄 나는 그 주방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저런 사단이 났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잘 해보자는 마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날 우리는 제각각 마음이 좀 상했다. 나는 그 친구와 헤어져...
공동체 밥상을 책임지겠어!    2017년 말 워크샵에서 다음 해의 공동체 주방을 운영하는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할 파트너를 찾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당시 공동체 주방이었던 주술밥상 매니저와 마주쳤다. 회계 등등의 인수인계 잡무와 내년 운영 계획 등이 오가는데 분위기가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은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 그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여섯이나 했다는 거야?! 나: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없잖아! 그럼 혼자서라도 해야지!   우리 둘은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구는 기존의 매니저 여섯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물색해보자고 했다. 이미 그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던 나는 다들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그날 나와 함께 공동체 밥상을 맡을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는 상황, 그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적절한 말도 찾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2016년 공동체 밥상이 파지사유로 내려오면서 ‘주술밥상’ 시대가 열렸다. 주술밥상은 공동체의 밥상과 단품요리를 만드는 찬방을 함께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음식을 잘 하는 친구들과 기획력 있는 친구까지 합심해서 예술작품 같은 요리로 대박을 내보자는 야심찬 밥상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2018년 봄 나는 그 주방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저런 사단이 났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잘 해보자는 마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날 우리는 제각각 마음이 좀 상했다. 나는 그 친구와 헤어져...
기린
2021.04.19 | 조회 575
지난 연재 읽기 고은의 걸헤이 유고걸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논어>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선생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선생님과 잘 지내기는 어려워      내가 공부하는 인문학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에는 또래가 거의 없다. 처음에 나는 몇십 명의 선생님들의 공동체에 들어온 이방인, 그것도 낯선 젊은 이방인이었다. 문화의 차이, 어법의 차이, 공부의 차이가 두드러질 때마다 나는 선생님들에게 대항했다. 다수의 어른에게 아부를 떨거나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들에게 마냥 반기를 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래가 없는 이곳에서 선생님들은 나의 친구였고, 나 역시 공동체에서 제 몫을 해야 하는 제자이자 후배, 동료였다.      언젠가부터 매일 선생님들 얼굴을 보면서 이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함께 일하는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어리고 말을 잘 못하는 나를 일방적으로 대하는 같았다. 때문에 나는 『논어』에 공자와 제자의 대담이 나오면 눈여겨 보게 되었다. 『논어』는 내게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료집이었다.      『논어』엔 공자가 제자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잘 보인다. 나는 이점이 좋기도 했지만, 제자들의 입장이 궁금했으므로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공부를 좀 더 하다 보니 『논어』의 문장과 『논어』 밖의 자료를 통해 제자들의 생각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제자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건 공자를...
  *[걸 헤이 유교걸]은 길드다 김고은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한때 유교를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논어>를 읽으며 유교걸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습니다.           선생님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선생님과 잘 지내기는 어려워      내가 공부하는 인문학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에는 또래가 거의 없다. 처음에 나는 몇십 명의 선생님들의 공동체에 들어온 이방인, 그것도 낯선 젊은 이방인이었다. 문화의 차이, 어법의 차이, 공부의 차이가 두드러질 때마다 나는 선생님들에게 대항했다. 다수의 어른에게 아부를 떨거나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들에게 마냥 반기를 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래가 없는 이곳에서 선생님들은 나의 친구였고, 나 역시 공동체에서 제 몫을 해야 하는 제자이자 후배, 동료였다.      언젠가부터 매일 선생님들 얼굴을 보면서 이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함께 일하는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어리고 말을 잘 못하는 나를 일방적으로 대하는 같았다. 때문에 나는 『논어』에 공자와 제자의 대담이 나오면 눈여겨 보게 되었다. 『논어』는 내게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료집이었다.      『논어』엔 공자가 제자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잘 보인다. 나는 이점이 좋기도 했지만, 제자들의 입장이 궁금했으므로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공부를 좀 더 하다 보니 『논어』의 문장과 『논어』 밖의 자료를 통해 제자들의 생각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제자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건 공자를...
고은
2021.04.12 | 조회 544
지난 연재 읽기 해완이의 쿠바통신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병원 가는 날   오늘은 Y가 가족주치의와 약속이 있는 날이다. 꼰술또리오는 벌써 엄마와 아기들로 득실거릴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소아과의사와 산부인과의사가 찾아오는 정기검진 날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 바쁜 날에 진찰을 예약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Y는 동네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거실에 나오니 식탁 위에는 Y를 위한 빵과 커피가 올려져 있다. 옆방에서 하숙하는 학생이 아침식사로 준비해놓은 것이다. 이 친구는 현재 Y의 유일한 가족이다. 전공 수련을 위해서 쿠바로 유학 온 볼리비아 의사인데 올해 2년차 레지던트가 되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정신 쏙 빠져서 살더니, 올해는 의사가 된 티가 좀 난다. Y보고 주치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라고, 혹은 이 약 저 약을 처방해달라고 해보라며 참견을 해댄다. 그럴 때마다 Y는 깔깔 웃는다. 자기는 의사 복이 많아서 집 안팎 어디에서도 아플 수가 없겠단다.  ...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병원 가는 날   오늘은 Y가 가족주치의와 약속이 있는 날이다. 꼰술또리오는 벌써 엄마와 아기들로 득실거릴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소아과의사와 산부인과의사가 찾아오는 정기검진 날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 바쁜 날에 진찰을 예약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Y는 동네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거실에 나오니 식탁 위에는 Y를 위한 빵과 커피가 올려져 있다. 옆방에서 하숙하는 학생이 아침식사로 준비해놓은 것이다. 이 친구는 현재 Y의 유일한 가족이다. 전공 수련을 위해서 쿠바로 유학 온 볼리비아 의사인데 올해 2년차 레지던트가 되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정신 쏙 빠져서 살더니, 올해는 의사가 된 티가 좀 난다. Y보고 주치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라고, 혹은 이 약 저 약을 처방해달라고 해보라며 참견을 해댄다. 그럴 때마다 Y는 깔깔 웃는다. 자기는 의사 복이 많아서 집 안팎 어디에서도 아플 수가 없겠단다.  ...
관리자
2021.04.04 | 조회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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