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나는 조금 독특한 9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다. 장애의 범주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천재의 범주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그런 아이 말이다. 어릴 때부터 지지리도 예민하고, 울음을 달고 사는, 그리고 사회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 아이를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두 돌 지나고부터는 아이가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기저기 검사도 많이 받았다. 검사 결과는 지능 상위 1%, 사회성 하위 1%. 한 가지를 좋아하면 몇 년 동안 좋아하는 터라, 지금은 유니코드 문자표에 푹 빠져있다. 아이는 눈 뜨자마자 생각난 듯 나에게 묻는다. “엄마, 에스페란토라는 문자를 아세요? 인공어 중에 하난데요. 제이 위에 이런 삿갓 모양이 그려져 있어요.” 매일 이런 것들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모든 게 괴상하게 그려놓은 꼬부랑 글씨 같아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어떤 친구에게 할 수 있을까 싶어 최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해도, 사실 나도 힘들다. 거기에 사람들간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쉽게 알아채지 못해서, 농담과 진담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다른 친구들과 대화도 안 되고, 재미도 없다 보니, 학교든 학원이든 어디를 다니기가 힘들다. 보편적인 눈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 왜 온종일 이상한 세계 여러 나라 문자표를 들여다보고 있는지, 왜 똥을 누는 것 같은 당연한 생리 현상을 그토록 무서워하는지.. 아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아니, 아이 ‘되기’는 가능하기나 할까.         흰 눈 잉꼬 같은 아이를 알아간다는 건     에두아르도 콘의 『숲은 생각한다』를 읽으면서, 결국엔 아이...
나는 조금 독특한 9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다. 장애의 범주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천재의 범주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그런 아이 말이다. 어릴 때부터 지지리도 예민하고, 울음을 달고 사는, 그리고 사회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 아이를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두 돌 지나고부터는 아이가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기저기 검사도 많이 받았다. 검사 결과는 지능 상위 1%, 사회성 하위 1%. 한 가지를 좋아하면 몇 년 동안 좋아하는 터라, 지금은 유니코드 문자표에 푹 빠져있다. 아이는 눈 뜨자마자 생각난 듯 나에게 묻는다. “엄마, 에스페란토라는 문자를 아세요? 인공어 중에 하난데요. 제이 위에 이런 삿갓 모양이 그려져 있어요.” 매일 이런 것들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모든 게 괴상하게 그려놓은 꼬부랑 글씨 같아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어떤 친구에게 할 수 있을까 싶어 최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해도, 사실 나도 힘들다. 거기에 사람들간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쉽게 알아채지 못해서, 농담과 진담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다른 친구들과 대화도 안 되고, 재미도 없다 보니, 학교든 학원이든 어디를 다니기가 힘들다. 보편적인 눈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 왜 온종일 이상한 세계 여러 나라 문자표를 들여다보고 있는지, 왜 똥을 누는 것 같은 당연한 생리 현상을 그토록 무서워하는지.. 아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아니, 아이 ‘되기’는 가능하기나 할까.         흰 눈 잉꼬 같은 아이를 알아간다는 건     에두아르도 콘의 『숲은 생각한다』를 읽으면서, 결국엔 아이...
인문약방
2022.01.02 | 조회 267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성과 각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68혁명의 분위기는 영화계 안에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혁명주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청년저항문화, 여성해방운동, 반전, 풀뿌리운동 등 차이와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마이너 영화들과 전위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7,80년대를 지나면서 관습에 대항하는 새로운 감수성을 장착한 세계 각국의 작품들이 영화계에 영향을 주게 되자 할리우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국제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문명과 야만, 세대와 인종 등의 대립구도로는 미국이 원하는 영화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세계최강을 목표로 미국은 새로운 적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때 할리우드가 새롭게 내세운 것은 비인간세계, 바로 SF의 세계다. 우주에 대해 무지했던 인간들에게 우주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가져와 그들을 물리칠 강력한 힘을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그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미지와의 조우(1977)>, <스타트랙(1979)>등 연이어 SF영화들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제작비의 35배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개봉되었던 1982년, 또...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성과 각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68혁명의 분위기는 영화계 안에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학생들이었던 혁명주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청년저항문화, 여성해방운동, 반전, 풀뿌리운동 등 차이와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마이너 영화들과 전위적인 작품들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7,80년대를 지나면서 관습에 대항하는 새로운 감수성을 장착한 세계 각국의 작품들이 영화계에 영향을 주게 되자 할리우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국제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문명과 야만, 세대와 인종 등의 대립구도로는 미국이 원하는 영화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세계최강을 목표로 미국은 새로운 적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때 할리우드가 새롭게 내세운 것은 비인간세계, 바로 SF의 세계다. 우주에 대해 무지했던 인간들에게 우주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가져와 그들을 물리칠 강력한 힘을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그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미지와의 조우(1977)>, <스타트랙(1979)>등 연이어 SF영화들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제작비의 35배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개봉되었던 1982년, 또...
띠우
2021.12.19 | 조회 412
봄날의 주역이야기
대장동 부동산개발비리사건으로 주역이 “떴다”. 의혹의 핵심에 있는 화천대유(火天大有)라는 자산관리회사의 이름 때문이다. 주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화천대유가 주역의 괘이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천대유는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았다는 대장동 금싸라기땅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리고 수백억원의 막대한 배당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회사 이름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은, 화천대유괘가 주역 64괘 중에서도 아주 좋은 괘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허물이 없다, 길하다, 이롭지 않음이 없다 주역 64괘 중 14번째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속에서도 대표적인 ‘부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괘(離卦☲)가 위에 있고, 아래에는 하늘(天)을 의미하는 건괘(乾卦☰)가 놓여있다. 하늘 위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 하늘 위에 있는 불은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자연의 온갖 생산물들이 결실을 맺게 한다. 이른 바 ‘등따시고 배부른 때’가 바로 화천대유의 시기이다. 그래서 대유(大有)라는 괘이름이 붙었다. ‘크게 있음’ 혹은 ‘크게 소유함’ 정도로 해석되는 화천대유괘는, 그래서 괘사도 토를 달지 않고 ‘크고 형통하다(元亨)’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효사들도 ‘허물이 없다’거나 ‘길하다’거나 ‘이롭지 않음이 없다’로 끝난다. 큰 경계의 목소리도 없고 헤쳐나가야 할 어려운 미션도 없다.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런 것 아닐까.   초구는 해를 끼치지 않으니 신중하면 허물이 없다. 구이는 큰 수레로 실으니, 싣고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허물이 없다. 구삼은 공(公)이 천자에 제사지내듯 하니, 소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사는 지나치게 성대함을 쫒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 육오는 진실한...
대장동 부동산개발비리사건으로 주역이 “떴다”. 의혹의 핵심에 있는 화천대유(火天大有)라는 자산관리회사의 이름 때문이다. 주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화천대유가 주역의 괘이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천대유는 수도권에 유일하게 남았다는 대장동 금싸라기땅을 개발하는 거대 기업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리고 수백억원의 막대한 배당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회사 이름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은, 화천대유괘가 주역 64괘 중에서도 아주 좋은 괘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허물이 없다, 길하다, 이롭지 않음이 없다 주역 64괘 중 14번째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속에서도 대표적인 ‘부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괘(離卦☲)가 위에 있고, 아래에는 하늘(天)을 의미하는 건괘(乾卦☰)가 놓여있다. 하늘 위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 하늘 위에 있는 불은 태양을 가리킨다. 태양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자연의 온갖 생산물들이 결실을 맺게 한다. 이른 바 ‘등따시고 배부른 때’가 바로 화천대유의 시기이다. 그래서 대유(大有)라는 괘이름이 붙었다. ‘크게 있음’ 혹은 ‘크게 소유함’ 정도로 해석되는 화천대유괘는, 그래서 괘사도 토를 달지 않고 ‘크고 형통하다(元亨)’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효사들도 ‘허물이 없다’거나 ‘길하다’거나 ‘이롭지 않음이 없다’로 끝난다. 큰 경계의 목소리도 없고 헤쳐나가야 할 어려운 미션도 없다.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런 것 아닐까.   초구는 해를 끼치지 않으니 신중하면 허물이 없다. 구이는 큰 수레로 실으니, 싣고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허물이 없다. 구삼은 공(公)이 천자에 제사지내듯 하니, 소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사는 지나치게 성대함을 쫒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 육오는 진실한...
봄날
2021.12.13 | 조회 506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일상은 때론 천국보다 낯설다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 1984               윌리 : 여기선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고 하지 않아. 촌스러워 에바 : 아하~그럼 뭐라고 하는데? 윌리 : 우린, 악어 목을 조른다고 해. 누가 뭐하냐고 물어보면, ‘나, 악어 목을 조르고 있어’라고 말하는 거야. 에바 : 좋아, 난 지금부터 악어 목을 조를 거야. (위이이이이잉~~~~)          뉴욕에 온 지 10년이 넘었으나 뒷골목 인생을 벗어나지 못 한 벨라, 아니 윌리(존 루리)에게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그의 고향인 헝가리에서 자신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촌 에바(에츠더 발린트). 하지만 8평 정도의 원룸에 사는 윌리는 갑자기 찾아온 사촌동생이 달갑지 않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더러운 방을 청소하려고 에바는 청소기를 찾습니다. 그러자 윌리가 에바에게 해 준 말입니다. 미국생활 10년차인 윌리가 어깨에 힘 팍팍 주고 에바에게 ‘이게 바로 미국’이라 설명하는 거죠.  어느 날 에바가 사온 ‘티비 디너’와 ‘체스터 필드’ 한 보루에 윌리는 웃으면서 ‘너도 괜찮은 녀석이었구나’라며 화해(?)의 악수를 청합니다. <천국보다 낯선>(1984)에서 아마도 가장...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일상은 때론 천국보다 낯설다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 1984               윌리 : 여기선 진공청소기로 청소한다고 하지 않아. 촌스러워 에바 : 아하~그럼 뭐라고 하는데? 윌리 : 우린, 악어 목을 조른다고 해. 누가 뭐하냐고 물어보면, ‘나, 악어 목을 조르고 있어’라고 말하는 거야. 에바 : 좋아, 난 지금부터 악어 목을 조를 거야. (위이이이이잉~~~~)          뉴욕에 온 지 10년이 넘었으나 뒷골목 인생을 벗어나지 못 한 벨라, 아니 윌리(존 루리)에게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그의 고향인 헝가리에서 자신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촌 에바(에츠더 발린트). 하지만 8평 정도의 원룸에 사는 윌리는 갑자기 찾아온 사촌동생이 달갑지 않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더러운 방을 청소하려고 에바는 청소기를 찾습니다. 그러자 윌리가 에바에게 해 준 말입니다. 미국생활 10년차인 윌리가 어깨에 힘 팍팍 주고 에바에게 ‘이게 바로 미국’이라 설명하는 거죠.  어느 날 에바가 사온 ‘티비 디너’와 ‘체스터 필드’ 한 보루에 윌리는 웃으면서 ‘너도 괜찮은 녀석이었구나’라며 화해(?)의 악수를 청합니다. <천국보다 낯선>(1984)에서 아마도 가장...
청량리
2021.12.07 | 조회 471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페미니즘, 그런 거였어?   2020년 겨울, 우리 회사 모(母)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35살의 최연소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2021년 여름, 그녀는 부하 직원에게 막말을 퍼부었다는 짧은 논란을 끝으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되었다. 갑이 을에게 횡포를 저질렀고, 그에 따른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문득 내 시선에 다른 문제가 겹쳐 보인다. 남성 임원이 막말 따위(?)로 경질되는 건 본 적이 없다. 폭력이나 성추행 정도는 돼야 문책받는다. 특히 이 문제가 기사화되면서 여성 임원 할당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정한 평가로 선발하지 않고 특별히 마련한 자리에 사람을 뽑아 올리니 이런 문제가 생긴단다. 그동안 여성을 위한 자리는 특별히(?) 배제되었다는 점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실 나도 잘 몰랐다.   단짠단짠 글쓰기 클래스에서 정희진의 책을 다루던 날이었다. 모두가 사회 문제를 속 시원한 글솜씨로 날카롭게 지적하는 그녀의 글에 홀딱 반해서 왁자지껄 토론하던 중이었다. 학인 한 명이 페미니즘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아들을 키우다 보니 남자가 여자보다 불리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함께 노는 아이들 사이에 때리는 여아와 맞는 남아의 불공평(?)도 존재한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부서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데, 소수의 남자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푸념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다른 학인의 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당하는 시대라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고착된 남녀 구조가 이제 막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불편해하면 안 된다고 했다....
페미니즘, 그런 거였어?   2020년 겨울, 우리 회사 모(母)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35살의 최연소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2021년 여름, 그녀는 부하 직원에게 막말을 퍼부었다는 짧은 논란을 끝으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되었다. 갑이 을에게 횡포를 저질렀고, 그에 따른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문득 내 시선에 다른 문제가 겹쳐 보인다. 남성 임원이 막말 따위(?)로 경질되는 건 본 적이 없다. 폭력이나 성추행 정도는 돼야 문책받는다. 특히 이 문제가 기사화되면서 여성 임원 할당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공정한 평가로 선발하지 않고 특별히 마련한 자리에 사람을 뽑아 올리니 이런 문제가 생긴단다. 그동안 여성을 위한 자리는 특별히(?) 배제되었다는 점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실 나도 잘 몰랐다.   단짠단짠 글쓰기 클래스에서 정희진의 책을 다루던 날이었다. 모두가 사회 문제를 속 시원한 글솜씨로 날카롭게 지적하는 그녀의 글에 홀딱 반해서 왁자지껄 토론하던 중이었다. 학인 한 명이 페미니즘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아들을 키우다 보니 남자가 여자보다 불리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함께 노는 아이들 사이에 때리는 여아와 맞는 남아의 불공평(?)도 존재한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부서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데, 소수의 남자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푸념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다른 학인의 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당하는 시대라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고착된 남녀 구조가 이제 막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불편해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지연
2021.12.06 | 조회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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