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화는 어떻게 종교가 되었을까? 두 번째 책 『네가 바로 그것이다』 조셉 캠벨, 해바라기 동은    지난 1234에서 읽은 『신화의 언어』에 소개된 동아시아 신화들은 분명 재미있었으나 그 안에서 나의 문제의식을 찾아내진 못했다. 책을 통해, 분명 신화를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언어를 찾아내진 못했다. 덕분에 온갖 혹평을 들었고 도대체 신화가 무엇인지 혼란에 빠졌다. 그러던 중, 최근 읽고 있는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서문에서 신화를 ‘뮈토스(Mythos)’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뮈토스는 로고스(이성)에 대립하는 ‘불합리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의미한다.(『야생의 사고』 32쪽)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에게 전해지는 민담과 전설, 신화가 구분되는 부분은 있지만 모두 신화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나는 신화(神話)를 한자 그대로 받아들여 반드시 신과 연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경직된 태도에서 약간 가벼워질 수 있었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네가 바로 그것이다』를 폈다. 이 책의 저자가 비교신화학의 대가라고 해서 신화에...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화는 어떻게 종교가 되었을까? 두 번째 책 『네가 바로 그것이다』 조셉 캠벨, 해바라기 동은    지난 1234에서 읽은 『신화의 언어』에 소개된 동아시아 신화들은 분명 재미있었으나 그 안에서 나의 문제의식을 찾아내진 못했다. 책을 통해, 분명 신화를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언어를 찾아내진 못했다. 덕분에 온갖 혹평을 들었고 도대체 신화가 무엇인지 혼란에 빠졌다. 그러던 중, 최근 읽고 있는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서문에서 신화를 ‘뮈토스(Mythos)’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뮈토스는 로고스(이성)에 대립하는 ‘불합리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의미한다.(『야생의 사고』 32쪽)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에게 전해지는 민담과 전설, 신화가 구분되는 부분은 있지만 모두 신화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나는 신화(神話)를 한자 그대로 받아들여 반드시 신과 연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경직된 태도에서 약간 가벼워질 수 있었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네가 바로 그것이다』를 폈다. 이 책의 저자가 비교신화학의 대가라고 해서 신화에...
동은
2024.11.11 | 조회 503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나홀로 뒤늦게 페미니즘, 포스트휴먼, 그리고 다시 페미니즘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을 읽다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이다. 이 책은 뒤늦게 나홀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빠지게 했고, 이어서 정신차릴 새도 없이 나를 인간 너머, 사이버네틱스와 동물들과 수많은 물질들과의 관계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포스트휴먼’이라는 핫한 탐구 역시 바로 그 페미니즘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5년 출판된 『사이보그 선언』과 2003년의 『반려종 선언』, 그리고 2014년의 『캐리 울프와의 대담』이 함께 실려있다. 거의 30년 동안 해러웨이의 사유가 어떻게 진전되고, 담론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사이보그 선언 『사이보그 선언』은 아직 소련이 망하기 전에 씌었는데, 사이버네틱스의 미래를 전망하는 부분에서 예리함이 돋보인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인간 신체의 연장 수준으로 사용될 것을 전망하지 못했지만, 해러웨이는 이미 ‘사이보그’라는 개념을 이끌어냈다. 사이보그는 여성-자연-가정(오이코스) 대(對) 남성-문화-사회(폴리스)라는 서구전통적 이원론을 뛰어넘는 그녀의 독특한 개념이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가 당시 만연했던 군사주의와 가부장적 자본주의 속에서 탄생한 사생아라고 했다. 사생아는 자신의 기원에 대해 불충하다. 해러웨이는 이 때문에 사이보그가 체제전복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보그가 대결하는 것은 전통적이고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젠더, 인종 등이다. 그는 젠더나 인종은 사회적,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통일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여성’을 범주화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을 호명하는 여러 범주가 있다. 해러웨이만 보더라도 그녀는 북미, 백인, 중산층, 전문직 여성으로 규정된다. 페미니즘은 이 범주들의...
나홀로 뒤늦게 페미니즘, 포스트휴먼, 그리고 다시 페미니즘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을 읽다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이다. 이 책은 뒤늦게 나홀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빠지게 했고, 이어서 정신차릴 새도 없이 나를 인간 너머, 사이버네틱스와 동물들과 수많은 물질들과의 관계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포스트휴먼’이라는 핫한 탐구 역시 바로 그 페미니즘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5년 출판된 『사이보그 선언』과 2003년의 『반려종 선언』, 그리고 2014년의 『캐리 울프와의 대담』이 함께 실려있다. 거의 30년 동안 해러웨이의 사유가 어떻게 진전되고, 담론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사이보그 선언 『사이보그 선언』은 아직 소련이 망하기 전에 씌었는데, 사이버네틱스의 미래를 전망하는 부분에서 예리함이 돋보인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인간 신체의 연장 수준으로 사용될 것을 전망하지 못했지만, 해러웨이는 이미 ‘사이보그’라는 개념을 이끌어냈다. 사이보그는 여성-자연-가정(오이코스) 대(對) 남성-문화-사회(폴리스)라는 서구전통적 이원론을 뛰어넘는 그녀의 독특한 개념이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가 당시 만연했던 군사주의와 가부장적 자본주의 속에서 탄생한 사생아라고 했다. 사생아는 자신의 기원에 대해 불충하다. 해러웨이는 이 때문에 사이보그가 체제전복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보그가 대결하는 것은 전통적이고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젠더, 인종 등이다. 그는 젠더나 인종은 사회적,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통일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여성’을 범주화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을 호명하는 여러 범주가 있다. 해러웨이만 보더라도 그녀는 북미, 백인, 중산층, 전문직 여성으로 규정된다. 페미니즘은 이 범주들의...
봄날
2024.11.06 | 조회 537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중국철학 구하기  『모종삼 교수의 중국철학 강의』, 모종삼 지음, 김병채 외 옮김, 예문서원, 2011년   진달래     중국철학의 특질   “중국에는 본래 철학이라는 용어가 없다. ‘철학’이라는 용어의 근원은 그리스에서 유래했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들은 현재 ‘철학’을 하나의 보통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만일 이처럼 그 근원을 그리스에 둔 ‘철학’이라는 이름과 서양철학의 내용을 같이 놓고 그들을 동일화한다면 중국에는 원래 철학이 없었다고 당신은 말할 수 있다.” 『모종삼교수의 중국철학 강의』 23쪽   올해 ‘고전학교’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중국철학사에 대한 책을 몇 권 찾아 읽었다. “중국에는 과연 철학이 있는가?” 중국철학사 책들에 대체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질문이었다. 풍우란은 서양인들에게 중국에도 철학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중국철학사』를 썼다고 밝혔다. 모리 미키사부로도 『중국사상사』에서 서양적 의미의 철학이 과연 중국에 있는가를 먼저 이야기한다. 대체로 이들은 앞의 인용문과 같이 서양에서의 논리적 철학과 같은 성격은 중국철학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철학의 의미를 좀 더 넓게 본다면 중국에 철학은 반드시...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중국철학 구하기  『모종삼 교수의 중국철학 강의』, 모종삼 지음, 김병채 외 옮김, 예문서원, 2011년   진달래     중국철학의 특질   “중국에는 본래 철학이라는 용어가 없다. ‘철학’이라는 용어의 근원은 그리스에서 유래했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들은 현재 ‘철학’을 하나의 보통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만일 이처럼 그 근원을 그리스에 둔 ‘철학’이라는 이름과 서양철학의 내용을 같이 놓고 그들을 동일화한다면 중국에는 원래 철학이 없었다고 당신은 말할 수 있다.” 『모종삼교수의 중국철학 강의』 23쪽   올해 ‘고전학교’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중국철학사에 대한 책을 몇 권 찾아 읽었다. “중국에는 과연 철학이 있는가?” 중국철학사 책들에 대체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질문이었다. 풍우란은 서양인들에게 중국에도 철학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중국철학사』를 썼다고 밝혔다. 모리 미키사부로도 『중국사상사』에서 서양적 의미의 철학이 과연 중국에 있는가를 먼저 이야기한다. 대체로 이들은 앞의 인용문과 같이 서양에서의 논리적 철학과 같은 성격은 중국철학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철학의 의미를 좀 더 넓게 본다면 중국에 철학은 반드시...
진달래
2024.11.04 | 조회 488
    “그게 어디 갔지? 그 때, 거기다 두었는데...... 혹시 못 봤우?” 온갖 지시 대명사로 된 말이다. 순간 상황을 파악하여 무엇을 찾는 것인지 상상한다.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뭔데? 뭘 찾아?” “그거요. 그거.” 역시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들 대화가 가끔 이렇게 시작되지만, (아침을 잘 얻어먹으려면) 짜증내지 말고 나는 이것을 알아 들어야만 한다. 가끔은 신기하게도 알아 맞히지만 대부분의 화살은 허공을 가른다. 그것 참. 문제 해결도 어렵고, 나이듦의 표시같은 상황인 것 같기도 해서 조금은 거시기하다.   언어로 나타나는 유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프랑스 심리학자 에마뉴엘 상데의 책을 읽고 감동하여 이를 영어로 번역하려고 작업을 시작하였다가 아예 함께 『사고의 본질(Surfaces and Essences)』을 집필하였다. 이 책의 부제는 “유추, 지성의 연료와 불길(Analogy as the Fuel and Fire of Thinking)인데, 760여 쪽의 내용을 축약한 표현이다.            유추(類推), 사전에는 같은 종류의 것 또는 비슷한 것에 기초하여 다른 사물을 미루어 추측하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저자들은 생소한 사물이나 개념을 모두가 잘 아는 익숙한 것과 비교해 이해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사고를 하려면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유추를 통하여 자리하게 되며, 또 삶의 매순간 우리의 두뇌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빌려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유추를 쉴 새 없이 이행함으로써 개념을 선택적으로 촉발하고 변경하면서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추는 인지활동의 핵심이라고 단언한다(p.9, p.716).   사고 작용...
    “그게 어디 갔지? 그 때, 거기다 두었는데...... 혹시 못 봤우?” 온갖 지시 대명사로 된 말이다. 순간 상황을 파악하여 무엇을 찾는 것인지 상상한다.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뭔데? 뭘 찾아?” “그거요. 그거.” 역시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들 대화가 가끔 이렇게 시작되지만, (아침을 잘 얻어먹으려면) 짜증내지 말고 나는 이것을 알아 들어야만 한다. 가끔은 신기하게도 알아 맞히지만 대부분의 화살은 허공을 가른다. 그것 참. 문제 해결도 어렵고, 나이듦의 표시같은 상황인 것 같기도 해서 조금은 거시기하다.   언어로 나타나는 유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프랑스 심리학자 에마뉴엘 상데의 책을 읽고 감동하여 이를 영어로 번역하려고 작업을 시작하였다가 아예 함께 『사고의 본질(Surfaces and Essences)』을 집필하였다. 이 책의 부제는 “유추, 지성의 연료와 불길(Analogy as the Fuel and Fire of Thinking)인데, 760여 쪽의 내용을 축약한 표현이다.            유추(類推), 사전에는 같은 종류의 것 또는 비슷한 것에 기초하여 다른 사물을 미루어 추측하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저자들은 생소한 사물이나 개념을 모두가 잘 아는 익숙한 것과 비교해 이해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사고를 하려면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유추를 통하여 자리하게 되며, 또 삶의 매순간 우리의 두뇌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빌려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유추를 쉴 새 없이 이행함으로써 개념을 선택적으로 촉발하고 변경하면서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추는 인지활동의 핵심이라고 단언한다(p.9, p.716).   사고 작용...
가마솥
2024.10.26 | 조회 348
    My weed smoke is my lye, a key of coke is a pie (내 마리화나는 ‘lye’, 코카인 1kg는 ‘pie’) When I'm lifted, I'm high, with new clothes on, I'm fly (기분이 좋으면 ‘high’인 거고, 새옷을 입으면 난 ‘fly’) Cars is whips and sneakers is kicks (차는 ‘whips’이고 신발은 ‘kicks’) Money is chips, movies is flicks (돈은 ‘chips’, 영화는 ‘flicks’) Also, cribs is homes, jacks is pay phones (또 ‘cribs’는 집이고, ‘jacks’는 공중전화) Big L - Ebonics      미국 힙합곡을 듣다보면 종종 가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생긴다. 당연히 운율감을 만들기 위해 도치와 생략, 발음 흘림 등이 사용되는 타국어 랩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번역기를 사용하여 가사를 읽는데, 번역기의 직역은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힙합곡 가사의 대부분은 할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슬랭’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슬랭’은 뉴욕 등의 흑인 빈민가 공동체에서 만들어진 은어와 방언들을 말한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소위 ‘흑인영어’라고 불리는, 방언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는데, ‘흑인영어’의 영향을 받은 ‘슬랭’은 주로 짧고 공격적인 어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의성어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 래퍼들도 그런 ‘슬랭’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곤 하는데, 재밌는 건 할렘의 래퍼들은 이 현상을 굉장히 아니꼽게 여긴다는 것이다. 할렘의 래퍼들은 꼭 래퍼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타 문화권의 사람이 슬랭, 특히 ‘N워드’를 사용하거나...
    My weed smoke is my lye, a key of coke is a pie (내 마리화나는 ‘lye’, 코카인 1kg는 ‘pie’) When I'm lifted, I'm high, with new clothes on, I'm fly (기분이 좋으면 ‘high’인 거고, 새옷을 입으면 난 ‘fly’) Cars is whips and sneakers is kicks (차는 ‘whips’이고 신발은 ‘kicks’) Money is chips, movies is flicks (돈은 ‘chips’, 영화는 ‘flicks’) Also, cribs is homes, jacks is pay phones (또 ‘cribs’는 집이고, ‘jacks’는 공중전화) Big L - Ebonics      미국 힙합곡을 듣다보면 종종 가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생긴다. 당연히 운율감을 만들기 위해 도치와 생략, 발음 흘림 등이 사용되는 타국어 랩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번역기를 사용하여 가사를 읽는데, 번역기의 직역은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힙합곡 가사의 대부분은 할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슬랭’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슬랭’은 뉴욕 등의 흑인 빈민가 공동체에서 만들어진 은어와 방언들을 말한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소위 ‘흑인영어’라고 불리는, 방언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는데, ‘흑인영어’의 영향을 받은 ‘슬랭’은 주로 짧고 공격적인 어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의성어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 래퍼들도 그런 ‘슬랭’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곤 하는데, 재밌는 건 할렘의 래퍼들은 이 현상을 굉장히 아니꼽게 여긴다는 것이다. 할렘의 래퍼들은 꼭 래퍼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타 문화권의 사람이 슬랭, 특히 ‘N워드’를 사용하거나...
우현
2024.10.24 | 조회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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