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나홀로 뒤늦게 페미니즘, 포스트휴먼, 그리고 다시 페미니즘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을 읽다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이다. 이 책은 뒤늦게 나홀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빠지게 했고, 이어서 정신차릴 새도 없이 나를 인간 너머, 사이버네틱스와 동물들과 수많은 물질들과의 관계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포스트휴먼’이라는 핫한 탐구 역시 바로 그 페미니즘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5년 출판된 『사이보그 선언』과 2003년의 『반려종 선언』, 그리고 2014년의 『캐리 울프와의 대담』이 함께 실려있다. 거의 30년 동안 해러웨이의 사유가 어떻게 진전되고, 담론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사이보그 선언 『사이보그 선언』은 아직 소련이 망하기 전에 씌었는데, 사이버네틱스의 미래를 전망하는 부분에서 예리함이 돋보인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인간 신체의 연장 수준으로 사용될 것을 전망하지 못했지만, 해러웨이는 이미 ‘사이보그’라는 개념을 이끌어냈다. 사이보그는 여성-자연-가정(오이코스) 대(對) 남성-문화-사회(폴리스)라는 서구전통적 이원론을 뛰어넘는 그녀의 독특한 개념이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가 당시 만연했던 군사주의와 가부장적 자본주의 속에서 탄생한 사생아라고 했다. 사생아는 자신의 기원에 대해 불충하다. 해러웨이는 이 때문에 사이보그가 체제전복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보그가 대결하는 것은 전통적이고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젠더, 인종 등이다. 그는 젠더나 인종은 사회적,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통일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여성’을 범주화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을 호명하는 여러 범주가 있다. 해러웨이만 보더라도 그녀는 북미, 백인, 중산층, 전문직 여성으로 규정된다. 페미니즘은 이 범주들의...
나홀로 뒤늦게 페미니즘, 포스트휴먼, 그리고 다시 페미니즘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을 읽다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이다. 이 책은 뒤늦게 나홀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빠지게 했고, 이어서 정신차릴 새도 없이 나를 인간 너머, 사이버네틱스와 동물들과 수많은 물질들과의 관계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포스트휴먼’이라는 핫한 탐구 역시 바로 그 페미니즘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5년 출판된 『사이보그 선언』과 2003년의 『반려종 선언』, 그리고 2014년의 『캐리 울프와의 대담』이 함께 실려있다. 거의 30년 동안 해러웨이의 사유가 어떻게 진전되고, 담론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사이보그 선언 『사이보그 선언』은 아직 소련이 망하기 전에 씌었는데, 사이버네틱스의 미래를 전망하는 부분에서 예리함이 돋보인다. 가령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인간 신체의 연장 수준으로 사용될 것을 전망하지 못했지만, 해러웨이는 이미 ‘사이보그’라는 개념을 이끌어냈다. 사이보그는 여성-자연-가정(오이코스) 대(對) 남성-문화-사회(폴리스)라는 서구전통적 이원론을 뛰어넘는 그녀의 독특한 개념이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가 당시 만연했던 군사주의와 가부장적 자본주의 속에서 탄생한 사생아라고 했다. 사생아는 자신의 기원에 대해 불충하다. 해러웨이는 이 때문에 사이보그가 체제전복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보그가 대결하는 것은 전통적이고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젠더, 인종 등이다. 그는 젠더나 인종은 사회적, 역사적으로 구성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통일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여성’을 범주화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을 호명하는 여러 범주가 있다. 해러웨이만 보더라도 그녀는 북미, 백인, 중산층, 전문직 여성으로 규정된다. 페미니즘은 이 범주들의...
My weed smoke is my lye, a key of coke is a pie (내 마리화나는 ‘lye’, 코카인 1kg는 ‘pie’) When I'm lifted, I'm high, with new clothes on, I'm fly (기분이 좋으면 ‘high’인 거고, 새옷을 입으면 난 ‘fly’) Cars is whips and sneakers is kicks (차는 ‘whips’이고 신발은 ‘kicks’) Money is chips, movies is flicks (돈은 ‘chips’, 영화는 ‘flicks’) Also, cribs is homes, jacks is pay phones (또 ‘cribs’는 집이고, ‘jacks’는 공중전화) Big L - Ebonics 미국 힙합곡을 듣다보면 종종 가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생긴다. 당연히 운율감을 만들기 위해 도치와 생략, 발음 흘림 등이 사용되는 타국어 랩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번역기를 사용하여 가사를 읽는데, 번역기의 직역은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힙합곡 가사의 대부분은 할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슬랭’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슬랭’은 뉴욕 등의 흑인 빈민가 공동체에서 만들어진 은어와 방언들을 말한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소위 ‘흑인영어’라고 불리는, 방언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는데, ‘흑인영어’의 영향을 받은 ‘슬랭’은 주로 짧고 공격적인 어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의성어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 래퍼들도 그런 ‘슬랭’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곤 하는데, 재밌는 건 할렘의 래퍼들은 이 현상을 굉장히 아니꼽게 여긴다는 것이다. 할렘의 래퍼들은 꼭 래퍼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타 문화권의 사람이 슬랭, 특히 ‘N워드’를 사용하거나...
My weed smoke is my lye, a key of coke is a pie (내 마리화나는 ‘lye’, 코카인 1kg는 ‘pie’) When I'm lifted, I'm high, with new clothes on, I'm fly (기분이 좋으면 ‘high’인 거고, 새옷을 입으면 난 ‘fly’) Cars is whips and sneakers is kicks (차는 ‘whips’이고 신발은 ‘kicks’) Money is chips, movies is flicks (돈은 ‘chips’, 영화는 ‘flicks’) Also, cribs is homes, jacks is pay phones (또 ‘cribs’는 집이고, ‘jacks’는 공중전화) Big L - Ebonics 미국 힙합곡을 듣다보면 종종 가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생긴다. 당연히 운율감을 만들기 위해 도치와 생략, 발음 흘림 등이 사용되는 타국어 랩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번역기를 사용하여 가사를 읽는데, 번역기의 직역은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힙합곡 가사의 대부분은 할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슬랭’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슬랭’은 뉴욕 등의 흑인 빈민가 공동체에서 만들어진 은어와 방언들을 말한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소위 ‘흑인영어’라고 불리는, 방언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는데, ‘흑인영어’의 영향을 받은 ‘슬랭’은 주로 짧고 공격적인 어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의성어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 래퍼들도 그런 ‘슬랭’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곤 하는데, 재밌는 건 할렘의 래퍼들은 이 현상을 굉장히 아니꼽게 여긴다는 것이다. 할렘의 래퍼들은 꼭 래퍼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타 문화권의 사람이 슬랭, 특히 ‘N워드’를 사용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