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질베르 시몽동 『기술적 대상들을 존재 양식에 대하여』 ― 일원론적 존재론으로 바라본 기술적 대상     기술적 대상에 대한 존재론적 접근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의 존재 양식을 사유한 거의 최초의 철학자다. ‘기술’에 대한 사유로 널리 알려진 하이데거나 자크 엘륄의 경우 ‘기술’을 그 자체의 존재 양식에서부터 탐구하기 보다는 ‘기술 비판’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 기술에 대한 부정적 평가 속에서 사유를 전개해 간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기술’은 인간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미 주어져 있다. 그에 반해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들을 ‘발생적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시몽동의 기술철학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의 ‘개체화론’으로서의 존재론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기술적 대상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는 부논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관성은 역으로 그의 존재론이 자연물과 인공물의 구분,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경계를 넘어서는 매우 포괄적인 일원론임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개체화’는 일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적 대상의 존재 양식’이라는 주제는 시몽동의 존재론―개체화론의 기술철학적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의 존재를 ‘개별화’로 설명한다. 이때 ‘개별화’는 기술적 개체화가 시초 없는 생성이 아니라 여타의 개체화된 것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라는 의미다. 원초적인 의미에서 ‘개체화’는 물리적인 것과 생명적인 것에서 발견되는데 반해 기술적인 것은 그러한 것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 안에서 살아 있는 모든 물질은 삶에 협조한다. 신체 안에서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가장 눈에 잘 띄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구조들만이 아니다. 피, 림프, 결합조직들도 삶에 관여한다....
질베르 시몽동 『기술적 대상들을 존재 양식에 대하여』 ― 일원론적 존재론으로 바라본 기술적 대상     기술적 대상에 대한 존재론적 접근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의 존재 양식을 사유한 거의 최초의 철학자다. ‘기술’에 대한 사유로 널리 알려진 하이데거나 자크 엘륄의 경우 ‘기술’을 그 자체의 존재 양식에서부터 탐구하기 보다는 ‘기술 비판’의 관점에서, 다시 말해 기술에 대한 부정적 평가 속에서 사유를 전개해 간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기술’은 인간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미 주어져 있다. 그에 반해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들을 ‘발생적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시몽동의 기술철학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의 ‘개체화론’으로서의 존재론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기술적 대상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는 부논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관성은 역으로 그의 존재론이 자연물과 인공물의 구분,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경계를 넘어서는 매우 포괄적인 일원론임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개체화’는 일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적 대상의 존재 양식’이라는 주제는 시몽동의 존재론―개체화론의 기술철학적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의 존재를 ‘개별화’로 설명한다. 이때 ‘개별화’는 기술적 개체화가 시초 없는 생성이 아니라 여타의 개체화된 것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라는 의미다. 원초적인 의미에서 ‘개체화’는 물리적인 것과 생명적인 것에서 발견되는데 반해 기술적인 것은 그러한 것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 안에서 살아 있는 모든 물질은 삶에 협조한다. 신체 안에서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가장 눈에 잘 띄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구조들만이 아니다. 피, 림프, 결합조직들도 삶에 관여한다....
정군
2024.11.30 | 조회 625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렁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요즘 나의 하루는 명상으로 시작한다. 길지 않지만 몸의 감각도 느끼고 마음의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 짧은 순간이나마 고요하고 평안함에서 오는 기쁨과 충만함을 느껴보기도 한다. 명상하며 가장 자주 생각하는 것은 평등한 마음이다. 나만의 평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나아가 모든 존재들의 평안함을 기원한다. 그러면서도 그 마음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막연하기만 하다.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들 사이에서도 다른 사람을 볼 때는 늘 나와 다른 구별하는 마음이 작동하고 때로는 차별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인간을 넘어서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보는 마음? 멀고멀게만 느껴진다. 『의식의 강』은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나기 2주 전에 기획한 그의 마지막 책이다. 이 책에는 진화론, 식물학, 화학, 의학, 신경과학 등의 과학적 이슈와 자신이 체험한 에피소드들로 열편의 에세이가 펼쳐져 있는데, 한편 한편이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목련나무는 ‘벌과 나비가 없고, 꽃의 향기와 색깔이 없었던’ 저...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렁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요즘 나의 하루는 명상으로 시작한다. 길지 않지만 몸의 감각도 느끼고 마음의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 짧은 순간이나마 고요하고 평안함에서 오는 기쁨과 충만함을 느껴보기도 한다. 명상하며 가장 자주 생각하는 것은 평등한 마음이다. 나만의 평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나아가 모든 존재들의 평안함을 기원한다. 그러면서도 그 마음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막연하기만 하다.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들 사이에서도 다른 사람을 볼 때는 늘 나와 다른 구별하는 마음이 작동하고 때로는 차별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인간을 넘어서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보는 마음? 멀고멀게만 느껴진다. 『의식의 강』은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나기 2주 전에 기획한 그의 마지막 책이다. 이 책에는 진화론, 식물학, 화학, 의학, 신경과학 등의 과학적 이슈와 자신이 체험한 에피소드들로 열편의 에세이가 펼쳐져 있는데, 한편 한편이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목련나무는 ‘벌과 나비가 없고, 꽃의 향기와 색깔이 없었던’ 저...
인디언
2024.11.26 | 조회 516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양명학은 새로운 심학이다 『불교와 양명학』 아라키 켄고     지난번 양명 전기를 읽으면서 양명학과 불교와의 관계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양명학이 마음에 중심을 두는 학문이라 더 불교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궁금했던 참에 『불교와 양명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만 보고 양명학과 불교와의 관계, 아마도 양명학이 불교에서 받은 영향에 대한 책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명대 불교 사조의 흐름에 입각하여 불교와 양명학의 관계를 훑어보는’ 책이다. 불교를 중심으로 유교와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고, 양명 심학의 탄생을 서술하기에 앞서 대립하고 있던 이학이 생겨나게 된 배경부터 설명한다. 불교가 양명학의 탄생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오히려 이 책의 중심내용은 양명학의 영향을 받은 명말 불교부흥운동에 관한 것이다.   유교는 왜 그렇게 불교를 배척할까?   유교와 불교의 관계를 생각할 때 유교의 불교에 대한 배척을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그동안 유교의 불교 배척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이 글은 2024년 2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양명학은 새로운 심학이다 『불교와 양명학』 아라키 켄고     지난번 양명 전기를 읽으면서 양명학과 불교와의 관계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양명학이 마음에 중심을 두는 학문이라 더 불교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궁금했던 참에 『불교와 양명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만 보고 양명학과 불교와의 관계, 아마도 양명학이 불교에서 받은 영향에 대한 책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명대 불교 사조의 흐름에 입각하여 불교와 양명학의 관계를 훑어보는’ 책이다. 불교를 중심으로 유교와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고, 양명 심학의 탄생을 서술하기에 앞서 대립하고 있던 이학이 생겨나게 된 배경부터 설명한다. 불교가 양명학의 탄생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오히려 이 책의 중심내용은 양명학의 영향을 받은 명말 불교부흥운동에 관한 것이다.   유교는 왜 그렇게 불교를 배척할까?   유교와 불교의 관계를 생각할 때 유교의 불교에 대한 배척을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그동안 유교의 불교 배척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토용
2024.11.22 | 조회 514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2014)』, 샹탈 자케, 류희철 옮김, 그린비(2024)         어쩌면 특이한 샹탈 자케라는 이름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면, ‘1956년생의 파리 1대학 판테온-소르본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스피노자를 기반으로 몸의 기술적, 예술적 역량을 구체화하는 철학적 사유를 펼치고 있다’는 소개가 나온다. 그리고 이어서 소개되는 몇 권의 저작을 보면 근대철학 쪽을 전공한 전형적인 프랑스 여성 지식인일 거라는 정보가 자동 연상된다. 그러나 조금 더 열심히 검색을 해보면 예상치 못한 이력이 눈에 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정도가 아닌, 기초적인 의식주가 아예 부족했던 성장 환경. 집에서 온수로 목욕을 한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었고, 가족 모두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렸으며, 12살에 이미 170센티가 되어버린 키를 30kg의 몸무게가 지탱하느라 등이 굽고 다리를 절었다. 경제적 빈곤만이 아닌 문화적으로도 빈곤했기에 집안에 책이라곤 미사 책과 사전 한 권이 전부였다’ 기성의 이력으로 환원되지 않는 독특한(?) 이력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는 ‘개천 용’이 틀림없다.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했다고 칭송받는 입지전적인 어떤 인물 말이다. 어느 날 친척이 두고 간 교과서에서 발견한 스피노자 윤리학 4부 정리 67(“지혜는 죽음에 대한 명상이 아니라 삶에 대한 명상이다”), 이 말 한마디에 의문을 품고, 왜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하는지를 해결하고자 하는 앎의 욕망이 출신 계급과는 다른 세계, 즉 소르본 철학 교수로의 삶으로 자케를 이끌었다니 말이다.        ...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2014)』, 샹탈 자케, 류희철 옮김, 그린비(2024)         어쩌면 특이한 샹탈 자케라는 이름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면, ‘1956년생의 파리 1대학 판테온-소르본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스피노자를 기반으로 몸의 기술적, 예술적 역량을 구체화하는 철학적 사유를 펼치고 있다’는 소개가 나온다. 그리고 이어서 소개되는 몇 권의 저작을 보면 근대철학 쪽을 전공한 전형적인 프랑스 여성 지식인일 거라는 정보가 자동 연상된다. 그러나 조금 더 열심히 검색을 해보면 예상치 못한 이력이 눈에 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정도가 아닌, 기초적인 의식주가 아예 부족했던 성장 환경. 집에서 온수로 목욕을 한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었고, 가족 모두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렸으며, 12살에 이미 170센티가 되어버린 키를 30kg의 몸무게가 지탱하느라 등이 굽고 다리를 절었다. 경제적 빈곤만이 아닌 문화적으로도 빈곤했기에 집안에 책이라곤 미사 책과 사전 한 권이 전부였다’ 기성의 이력으로 환원되지 않는 독특한(?) 이력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는 ‘개천 용’이 틀림없다.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했다고 칭송받는 입지전적인 어떤 인물 말이다. 어느 날 친척이 두고 간 교과서에서 발견한 스피노자 윤리학 4부 정리 67(“지혜는 죽음에 대한 명상이 아니라 삶에 대한 명상이다”), 이 말 한마디에 의문을 품고, 왜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하는지를 해결하고자 하는 앎의 욕망이 출신 계급과는 다른 세계, 즉 소르본 철학 교수로의 삶으로 자케를 이끌었다니 말이다.        ...
라겸
2024.11.18 | 조회 660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애니미즘은 인간중심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애니미즘과 현대세계』, 유기쁨     지난 1234에서 나는 아이우통 크레나키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생각들』을 리뷰하면서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가 『식인의 형이상학』에서 제시한 아마존 원주민의 관점주의를 소개했다. 관점주의는 인간만이 존재에 대한 관점을 가진 유일하고 예외적인 존재자가 아니라고 본다. 관점주의적 사유와 실천으로 아마존 원주민들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종말의 시대를 살아왔다. 관점주의는 생태파괴와 생물 대멸종의 위기를 불러온 근대인의 인간중심주의를 넘는 공생과 공존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런데 관점주의 이전에 이러한 원주민들의 사유와 실천을 칭하는 개념으로 애니미즘이 있었다. 오랫동안 애니미즘은 비인간 동식물이나 자연의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보는 원시적 사고방식으로, 생기론적이고 물활론적인 믿음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20세기 말부터 생태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심화되면서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치부되어 왔던 애니미즘을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세계』는 애니미즘의 귀환과 애니미즘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주목한다.       잔존물로서의 애니미즘   애니미즘은 “생명, 숨, 영혼”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에서 유래한 용어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타일러(1832~1917)는 『원시문화』(1872년)에서 비인간 동물과 식물, 사물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에 ‘애니미즘’이라는 개념을 부여했다. 그는 원시인에게는 서구인의 종교와 같은 고차적 사유와 실천이 없다는 통념을 비판하면서 원시인에게도 영혼 교리가 있다고 주장을 폈다. 그러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답게 문명의 진보와 발전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타일러는 원시인의 종교는 인류의 유아기적인 정신세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류의 종교사는 애니미즘에서 다신교로, 다신교에서 유일신론으로 진화했다는 종교 진화론을 제시했다.  ...
애니미즘은 인간중심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애니미즘과 현대세계』, 유기쁨     지난 1234에서 나는 아이우통 크레나키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생각들』을 리뷰하면서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가 『식인의 형이상학』에서 제시한 아마존 원주민의 관점주의를 소개했다. 관점주의는 인간만이 존재에 대한 관점을 가진 유일하고 예외적인 존재자가 아니라고 본다. 관점주의적 사유와 실천으로 아마존 원주민들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종말의 시대를 살아왔다. 관점주의는 생태파괴와 생물 대멸종의 위기를 불러온 근대인의 인간중심주의를 넘는 공생과 공존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런데 관점주의 이전에 이러한 원주민들의 사유와 실천을 칭하는 개념으로 애니미즘이 있었다. 오랫동안 애니미즘은 비인간 동식물이나 자연의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보는 원시적 사고방식으로, 생기론적이고 물활론적인 믿음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20세기 말부터 생태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심화되면서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치부되어 왔던 애니미즘을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세계』는 애니미즘의 귀환과 애니미즘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주목한다.       잔존물로서의 애니미즘   애니미즘은 “생명, 숨, 영혼”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에서 유래한 용어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타일러(1832~1917)는 『원시문화』(1872년)에서 비인간 동물과 식물, 사물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에 ‘애니미즘’이라는 개념을 부여했다. 그는 원시인에게는 서구인의 종교와 같은 고차적 사유와 실천이 없다는 통념을 비판하면서 원시인에게도 영혼 교리가 있다고 주장을 폈다. 그러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답게 문명의 진보와 발전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타일러는 원시인의 종교는 인류의 유아기적인 정신세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류의 종교사는 애니미즘에서 다신교로, 다신교에서 유일신론으로 진화했다는 종교 진화론을 제시했다.  ...
요요
2024.11.14 | 조회 67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