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지역적으로 활동하고 지구적으로 사고하기 _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지금 우리는 페미니즘 운동에 빚을 지고 있다. 여성의 임금, 교육기회, 육아의 사회적 공동책임 인식의 평등 등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70년대 초이니까 지금으로부터 50년도 지나지 않았다. 페미니즘 운동은 초기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에 저항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테크놀로지가 압도적인 현대에 이르러 지속적으로 소외되어온 여성, 흑인, LGBTQ+의 사회적, 정치적 권리쟁취 운동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냈다. 특히 과학기술사회에 접어든 현대에서 페미니스트들은 기존의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 프레임을 떨쳐버리는데 테크놀로지가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트휴먼 기술의 상징같은 (인간의 형상을 한)로봇은 비인간 물질로서 본래 남성성, 여성성과는 상관없는 생산물이어야 한다. 도나 해러웨이는 『사이보그선언』을 통해 사이보그를 기존의 남녀의 성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꿈꾸었던 파이어스톤 같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사이버기술의 도래가 이를 실현할 것으로 보고 열광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인간형상을 모방한 로봇을 가리키는 단어인 ‘휴머노이드’나 ‘안드로이드’는 고대 그리스의 ‘인간’ ‘남성’의 어원에서 나왔으며, 여성로봇을 가리키는 ‘지노사이드’는 고대의 ‘여성’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이미 명칭에서부터 인간중심,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사이보그의 이미지는 대중문화 속에서 젠더가 더 강화되고 섹슈얼리티가 강조되는 양상을 자주 보여왔다. 과학기술 안에서 젠더의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사회 안에서 계속적으로 소모되는 여성성이 발견된다.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는 로봇 뿐 아니라 다른 생명 형태의 종들에게도 이어지면서 여성과 로봇, 여타의 종들은 여전히 타자로 머문다. 이제 젠더, 인종,...
지역적으로 활동하고 지구적으로 사고하기 _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지금 우리는 페미니즘 운동에 빚을 지고 있다. 여성의 임금, 교육기회, 육아의 사회적 공동책임 인식의 평등 등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70년대 초이니까 지금으로부터 50년도 지나지 않았다. 페미니즘 운동은 초기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에 저항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테크놀로지가 압도적인 현대에 이르러 지속적으로 소외되어온 여성, 흑인, LGBTQ+의 사회적, 정치적 권리쟁취 운동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냈다. 특히 과학기술사회에 접어든 현대에서 페미니스트들은 기존의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 프레임을 떨쳐버리는데 테크놀로지가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트휴먼 기술의 상징같은 (인간의 형상을 한)로봇은 비인간 물질로서 본래 남성성, 여성성과는 상관없는 생산물이어야 한다. 도나 해러웨이는 『사이보그선언』을 통해 사이보그를 기존의 남녀의 성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꿈꾸었던 파이어스톤 같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사이버기술의 도래가 이를 실현할 것으로 보고 열광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인간형상을 모방한 로봇을 가리키는 단어인 ‘휴머노이드’나 ‘안드로이드’는 고대 그리스의 ‘인간’ ‘남성’의 어원에서 나왔으며, 여성로봇을 가리키는 ‘지노사이드’는 고대의 ‘여성’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이미 명칭에서부터 인간중심,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사이보그의 이미지는 대중문화 속에서 젠더가 더 강화되고 섹슈얼리티가 강조되는 양상을 자주 보여왔다. 과학기술 안에서 젠더의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사회 안에서 계속적으로 소모되는 여성성이 발견된다.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는 로봇 뿐 아니라 다른 생명 형태의 종들에게도 이어지면서 여성과 로봇, 여타의 종들은 여전히 타자로 머문다. 이제 젠더, 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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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4년 3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통과 현대를 잇다 『전통과 현대』, 천라이 지음, 문수정 옮김, 소명출판, 2023 진달래 전통과 현대의 문제 “근대 역사가들은 아편전쟁 이후의 근대 중국 역사를 ‘서양의 충격-중국의 대응’이라는 모식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일부 학자들은 이 점에 이의를 제기했다. … 근 100년 동안 중국의 역사적 과제가 서구 근대 문명이라는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이 아닌 중국 스스로의 현대화를 통해 양자의 충돌을 해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전(前)근대시기의 중국문화가 어떻게 현대화된 서구 문화에 창조적 대응을 할 것인지가 근대 중국문화의 커다란 과제였다. 기본적으로는 두터운 정신적·문화적 전통에 뿌리를 둔 보수적이며 완고한 문화정체성과 현대화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한 반(反)전통 이데올로기, 이 두 입장의 부침과 교차가 근대 중국문화의 기본 구도였다.” 『전통과 현대』, 23쪽 이 책의 제목인 ‘전통과 현대’는 근대 이후 중국 학술계가 맞닥뜨린 문제를 보여 주는 것으로 “전통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서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중국의 신문화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의...
이 글은 2024년 3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읽고쓰기1234'는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1년에 4번, 3개월에 한번씩, 1박2일 동안 각자 읽고 공부한 책에 관해 쓴 글들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회원들이 발표한 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통과 현대를 잇다 『전통과 현대』, 천라이 지음, 문수정 옮김, 소명출판, 2023 진달래 전통과 현대의 문제 “근대 역사가들은 아편전쟁 이후의 근대 중국 역사를 ‘서양의 충격-중국의 대응’이라는 모식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일부 학자들은 이 점에 이의를 제기했다. … 근 100년 동안 중국의 역사적 과제가 서구 근대 문명이라는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이 아닌 중국 스스로의 현대화를 통해 양자의 충돌을 해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전(前)근대시기의 중국문화가 어떻게 현대화된 서구 문화에 창조적 대응을 할 것인지가 근대 중국문화의 커다란 과제였다. 기본적으로는 두터운 정신적·문화적 전통에 뿌리를 둔 보수적이며 완고한 문화정체성과 현대화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한 반(反)전통 이데올로기, 이 두 입장의 부침과 교차가 근대 중국문화의 기본 구도였다.” 『전통과 현대』, 23쪽 이 책의 제목인 ‘전통과 현대’는 근대 이후 중국 학술계가 맞닥뜨린 문제를 보여 주는 것으로 “전통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서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중국의 신문화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의...